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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시사IN〉고재열 기자의 당연한 ‘발상’ ─ 글쟁이의 당파성

<시사IN> 고재열 기자의 독설닷컴에서 트랙백으로 걸린 글을 봤다. 

고재열 기자의 글은 국민대에서 ‘촛불 대학생’이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됐다는 것이고, 다른 대학들도 지켜보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추억의 책장 ‘앰프’는 ‘시사IN 고재열 기자의 위험한 발상’에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1.촛불집회에 미온적인 학생회는 ‘왜?’ 심판을 받아야 합니까?

2.촛불집회에 XX대학교나 OO학생회라는 ‘조직’으로 참가를 해야합니까?(자유의지에 의한 참가가 아니었나요?

3.촛불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 조직이 ‘배신자’인가요? 무슨 공산주의입니까?

한마디로 수준이하다.

고재열 기자의 의견에 대해 ‘앰프’가 자기 의견을 밝히면 될 일이다.

‘앰프’의 질문에 답해보자

1번처럼 물을 필요 없다. “촛불집회에 미온적인 학생회가 심판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근거만 밝히면 된다. 

(뭐, 이 부분은 ‘앰프’도 밝히긴 했다. 그의 근거는? 독일의 전체주의나 일본의 군국주의와 같기 때문이란다. 고재열 기자는 순식간에 살인마와 동급이 됐다. 헐~)

2번 질문은 불필요하다. 고재열 기자는 조직으로 참가해야 한다고 말한 적 없다.

3번 질문은 왜곡이다. 고재열 기자는 ‘배신자’는 커녕 ‘배신’이라는 단어도 쓴 적이 없다. 다음은 고재열 기자의 글 중 ‘앰프’가 불편히 여겼을만한 부분만 인용해온 것이다.

 일단, 제가 결과에 대한 해석을 먼저 올립니다. (중략)

기존 국민대 비운동권 총학생회는 촛불집회 참석에 미온적이어서 당시 많은 국민대 학우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런 기존 총학생회에 반발해 운동권 팀이 출마를 했습니다.  

촛불집회를 외면한 총학생회에 대한 국민대 학우들의 심판이 이뤄지는지가 이번 선거의 관건이었습니다. (중략)

몇몇 단과대에서 기존 총학생회팀에 대한 ‘심판 몰표’가 나왔다고 합니다.

고재열 기자는 처음부터 자신의 ‘해석’임을 밝혔을 뿐더러, 자신이 관찰한 사실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

글쟁이의 당파성 문제

‘객관적인 시각이 아니다’라는 비난은 흔히 자기 의견을 감추고 남의 의견을 비난하기 위해 사용된다. 여기서도 ‘앰프’는 자기는 국민대 총학생회장 당선이 촛불에 미온적이었던 비운동권 총학생회에 대한 심판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쓰고 근거를 대면 될 일이다. 혹은, 촛불 때문에 ‘심판’한 국민대 학생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쓰면 될 일이다.

하지만, ‘앰프’도 이미 촛불을 욕하면 고립될 것은 아는지 ‘객관성’의 방패를 내세워 고재열 기자의 ‘당파성’을 공격했다.

마르크스(맑스)는 자신의 당파성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압제자, 착취계급, 폭군들에 맞서 피억압자들을 옹호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가치있는 ‘진실’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주의(맑스주의)까지 갈 것도 없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역시 주장의 당파성을 전제한다. 유럽과 미국 언론사들이 대선 때 지지후보를 밝히는 것을 보라.

그 편이 유권자들이 판단하기도 편할 것이다. ‘아, 이 신문은 오바마의 좋은 점을 더 많이 말하겠구나’ 하면서 읽을 수 있다. <조선일보>처럼 공정보도인양 하며 술수를 쓰면 오히려 헷갈리기 쉽다.

결론

수준이하의 글이 트랙백에 걸려있길래, 논쟁에 뛰어들어 봤다. 시간이 좀 아깝다.

그러나 이왕 쓴 글이니 결론을 내려보자. 글쟁이에게 당파성은 당연한 것이고, 권장돼야 한다. 그 편이 정직한 논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파성이 위험하다? 비당파성 ─ 껍데기뿐인 공정성은 실제로 권력(물리력)을 가진 목소리와 아직은 약한 목소리를 ‘공정히’ 대비시켜 현 상황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복무한다.

고재열 기자님 화이팅.

대학선거에서 운동권 당선이 이례적?

덧붙이자면, 나는 고재열 기자의 글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고재열 기자는 “대학선거에서 이례적으로 운동권 후보가 비운동권 후보를 누른 것입니다” 하고 썼는데, 어떤 통계를 근거로 한 것인지 묻고싶다.

작년 총학생회 선거에서 “서울과 지방의 주요 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 운동권(좌파)과 비운동권(중도 혹은 우파)은 당선 총학생회 수나 전체 득표수 총계에서 대략 비슷한 수준의 지지를 획득했다.”

나는 아마 “서울 주요 대학에서는 비운동권 당선이 많았”던 것과 비운동권 당선 비율이 높아진 것이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라고 본다.

작년 “총학생회 선거는 좌파가 여전히 강력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보여 줬다. 좌파 후보들이 전체 투표의 절반 가량을 득표했는데, 이는 진보 성향 학생의 비율(전체 학생의 3분의 1)보다 높은 것이다.”

혹시 고재열 기자가 이 글을 본다면 자기 생각을 말해 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