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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나도 철도노조의 파업철회가 아쉽다

블로그코리아에서 글을 읽다가 ‘낮은표현 in Tistory’에서 ‘낮은표현’님이 쓴 글을 읽었다. 멋진 글이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의 대부분이 저 글에 있으니 꼭 읽어보셨으면 한다.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조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짧게 쓰려고 한다.

‘낮은표현’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 이면[파업철회]에 노조가 요구했고 내가 동감했던 내용들이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은 감출 수 없다.(중략)

철도와 지하철의 요금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 사회적 사버스를 강화해야 한다. 공사가 고용안정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대통령이 해야 할 텐데 노조가 하고 있는 것이다.

(강조는 인용자)

“이런 주장을 대통령이 해야 할 텐데 노조가 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 속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조가 하는 역할의 정수가 담겨있다.

어용노조야 정부측의 말을 대변하며 집단이기주의를 선보이지만, 대부분의 민주노조는 자본주의의 폐단을 단속하는 역할을 한다.

박노자 교수는 북유럽 사회가 복지 체제를 이룰 수 있던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스웨덴․노르웨이 같은 데서 복지체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 1930년대인데, 그쪽 자본으로서는 대공황을 극복하는 하나의 길이기도 했어요. 대공황기에는 노동계급 혁명의 위협을 거의 현실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어요. 노르웨이에도 폭동이 일어나고 그랬거든요. (중략)

노르웨이나 스웨덴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상당 부분을 막아버렸어요. 노조들이 결사적인 투쟁으로 막아버렸죠. 저희 학교만 해도 정권이 학교를 독립법인화시키려고 했는데, 학생과 교수들이 결사 반대해서 무력화시켰습니다. 적어도 복지 체제라는 성과물을 사수하는 거죠.

출처 : 박노자와의 대화

한마디로 말해 ‘낮은표현’님의 명제 ─ ‘대통령이 할 일을 노조가 하고 있다’는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반적 현상이다.

러시아의 마르크스주의자 트로츠키는 자유민주주의의 사회적 내용은 노동계급 조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회의 권력자들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며 억압과 착취를 강화하지 못하도록 막는 반영구적인 힘은 항상 응집돼 있어 상시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때로는 파업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권력자들을 압박할 수 있는 노동계급의 조직에게서 나온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철도노조의 파업철회가 아쉽다. 경제위기에 무지하게 고통받고 있는 서민에게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었던 파업이 시작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덧붙임) <한겨레>의 권태호, 황예랑 기자가 “정부에 대한 불만이 ‘노조 파업’이라는 약한 고리에서 다시 터져나올 경우, 또 한번 정치적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는데, 흔히 볼 수 없는 탁월한 지적이었다.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