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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평

노무현 서거 이후 - 민주당이 잘 할까?

노무현 생전에, 대통령 시절의 노무현에 대해 나는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에 대한 나의 감정을 ‘애증’이라 표현한 바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이 겪은 ‘소외’를 자신들이 겪은 소외와 동일시한다는 것을 보여 줬다.

사람들은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을 구분해 말하기도 한다. 그런 구분법이 사회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구분법은 사람들의 정서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의 상징으로서의 노무현을 이번 기회에 재발견했다. 민주화 투사였던 노무현은,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나는 이 때문에 노무현과 이명박을 조심스럽게 구분해 대했었다.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나중으로 미루자. 나는 그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대략 짐작하고 있지만, 지금은 노무현을 평가할 때가 아닌 듯하다.

아울러, 최근 며칠간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사회주의자인 나에게도, 노무현 서거는 충격이었다. 온갖 회한이 밀려들었다.

정치적 평가는 다소 쉽다. 그러나 감정을 다스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번 경우에, 정치는 사람들의 감정을 분석해야 했다. 머리가 복잡했다.

그러나, 젊은 시절 노무현의 재발견은 나에게도 꽤나 유쾌한 일이었다. 그의 명복을 빈다. 부디 저 세상에서는 대통령 같은 것 하지 않기를…

노무현의 선물

민주당 지지율이 5년만에 처음으로 한나라당을 앞섰다. 27.1퍼센트 대 18.7퍼센트. 엄청난 일이다. 한나라당은 서거 직전 지지율이 36.1퍼센트이던 것에서 반토막났고, 민주당은 16.2퍼센트에서 무려 67퍼센트나 급상승했다.(박창식 기자, 민주, 4년8개월만에 한나라에 지지율 앞서, 한겨레, 2009.6.1)

민주당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지지율이 오른 것은 전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덕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가치’를 재확인했고,[각주:1] 동류로 여겨지는 민주당에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한 듯하다.

한나라당 지지율 하락은 약간 분석하기 힘든데, 당 지지율은 폭락했지만 이명박 지지율은 폭락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위의 기사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이번에 이 대통령 지지율은 30.6%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30%대에 머무는 지지율 흐름을 그런대로 유지한 것으로, 현 정부가 경제위기를 돌파하길 바라는 기대심리가 섞인 것으로 분석된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대표는 “경제가 여전히 어려운 상태에서 정부에 대한 기대를 쉽게 철회할 수 없는 까닭에 대통령 지지율 자체는 유지된 것 같다”며 “대신에 (보수 성향)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표현을 하지 못하고 뒤로 숨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해석했다.

박창식 기자, 민주, 4년8개월만에 한나라에 지지율 앞서, 한겨레, 2009.6.1

이명박은 노무현 서거에 대한 책임론에서도 다소 자유로워 보인다. 다음 그래프를 보라.


그래프 출처 : 최혜정 기자, 노 전대통령 서거 책임 ‘검찰’ 다음 ‘언론’, 한겨레, 2009-06-01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책임은 어디에 있나’라는 질문에 (2순위까지 복수응답했을 경우)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검찰을 지목했다.(45.4%) 이명박을 지목한 사람은 25.4%로, 언론(36.4%),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32.6%)에 이어 4등이었다. (특이한 것은 한나라당이 22.9%로 5등이라는 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보여 준 분노에 비하면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이 땅의 굳건한 보수층 30퍼센트를 염두에 둔다면 이해가 갈 것이다.[각주:2]

향후 전망

지금 사람들이 변한 것도 중요하지만, 어쨌거나 더 중요한 것은 향후의 정국이다. 〈한겨레〉 등 개혁적 언론의 눈은 온통 민주당으로 쏠려 있다. 민주당을 한껏 격려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민주당은 결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지지율도 앞을 보장하기 힘들다. 개혁적 언론들은 ‘잘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격려하지만, 나의 관점은 명백히 다르다. 민주당은 잘 못할 것이 뻔하고, 지지율이야 반사이익으로 좀 유지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실망할 것이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2008년 그 화려한 촛불 정국에서도 반사이익을 얻지 못한 정당이다. 이유야 간단하다. 이명박이 추진하던 것들을 민주당도 죄다 추진했다. 민영화, 경쟁교육 심화, 노동자 공격 등등. 한미FTA와 파병은 백미였다.

노무현 서거 직전, 김효석 뉴민주당비전위원회 위원장은 ‘뉴 민주당 플랜’을 발표하면서 “부자를 적대시하지 않고 강남과 대기업을 포용하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전지윤 기자, 민주당 ─ 왼쪽 깜박이도 끄고 우향우하려는 뉴민주당 플랜, 레프트21, 2009-05-23)

작년 촛불 정국 때 민주당의 태도를 보자.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국회 등원을 합의했다.

민주당은 6월 25일 이명박이 고시를 강행하자 ‘야당과 국민에 대한 제2의 선전포고’라고 반발하며 재협상을 요구했고, 이후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민주당 의원까지 폭행하자 어청수 해임을 요구했다.

이런 문제들 중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국회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다. 새로 민주당 대표가 된 정세균은 2006~2007년에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내며 한미FTA 체결에 일조했다.

안형우 기자, 이윤 옹호자의 본색을 드러낸 민주당, 레프트21, 2008-07-14

민주당의 구성 성분도 문제다. 독재하 김대중 시절의 민주당은 권력에서 소외된 자유주의자들의 당이었고, 나름대로 ‘전투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두 번이나 집권한 정당이다. 이들이 예전의 전투성을 되찾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소위 김대중이 말하는 야성)

덧붙여 다음 해석을 지지한다.

우리가 국회의원을 뽑고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을 직접 뽑는다고 하지만, 판검사나 경찰간부도 뽑는가? 군장성도 뽑는가? 언론사주들을 뽑는가? 실제로 정책 입안을 하곤 하는 고급 공무원들을 뽑는가? 흔히 이 사람들이 국회의원보다 실질 권력이 더 크다. 하지만 이들은 위로부터, 국가 관료 내부에서 임명된다.

경제 분야의 경우는 더 명백하다. 우리가 재벌 총수를 선출하는가? 기업 최고경영자를 선출하는가? 직장 상사를 선출하는가? 하지만 이들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린다. 투자, 고용, 해고, 작업 방식, 작업 규율 등등을 결정한다. 우리는 이들 때문에 한순간에 쪽박을 차는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래서 칼 마르크스는 이들의 지배가 “전제적(專制的)”이라고 했다. 또, 이 때문에 마르크스와 레닌은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본질은 부르주아 독재라고 했다.

우리는 노무현과 개혁파 국회의원들을 선출했고, 그들은 곧 개혁 신당으로 통합할 것 같은데, 문제는 개혁을 하려 해도 진정한 권력이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곳에 ─ 특히 경제력을 장악하고 있는 자본가들에게 ─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4월 초 파병안 통과 직전의 주가 폭락을 일으킨 자본의 해외 유출은 노무현에게 큰 압력이 됐다.

최일붕, 노무현 정권의 성격, 격주간 <다함께>, 2003-07-12

누군가 노무현 서거 이후 이런 식으로 썼다. “다음 [서민의] 대통령은 노무현처럼 대화를 중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힘으로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 거칠지만 옳은 지적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가장 왼쪽에 있는 사람조차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럴 생각이 있어도, 경제 권력 앞에서 아무 대안이 없다.

지금은

물론 지금은 노무현의 서거로 사람들이 좀 더 너그러워졌을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사소한 잘못에도 너그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현실에서 또다시 사람들을 공격하거나, 아무 개혁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이 그 때까지 너그러울까.

민주당은 아마 아무런 책임을 떠안지 않을 때 가장 지지율이 높을 것이다. 그리고 책임을 떠앉는 순간 지지율을 하락하기 시작할 것이다. 민주당의 해법이 한나라당의 해법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전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친 글이다. 블로그에 글 쓰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없다는 점이 항상 안타깝다.

내가 블로그에 쓰는 글 대부분은 1시간 내외로 작성하고, 30분~1시간 가량 링크를 달고, 그림을 붙이고, 메타블로그에 보내 다듬는다.

생계와 일이 항상 나를 누르고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점이다. 너그러이 이해 바란다.

  1. 나는 저 ‘가치’에 따옴표 정도는 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노무현의 가치는 따옴표를 붙일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 나서 노무현의 지향은 명백히도 신자유주의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의 재임기간을 실수로 규정하며 인간 노무현을 그리워한다. 그런데 일부는 심지어 노무현의 재임기간 정책마저도 정당화하려 한다. 그래서 나는 노무현의 서거로 수많은 사람들이 재발견한 가치를 단순히 좋은 것만 있다고 볼 수 없어 굳이 따옴표를 쳤다. [본문으로]
  2. 이런 거 가지고 사람들이 잘 안 변한다고 쉽게 낙담하는 사람들이 있다. 제발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안 변하는 것도 아니다. 굳건한 30%의 보수를 보지 말고 나머지를 보면 변화가 눈에 보인다. 특히 질적인 변화까지 염두에 두면, 이명박 집권 이후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이 변화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아둔함 때문이거나 엘리트주의 때문이다. [본문으로]
  • 인사이트 2009.06.04 00:30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당이죠...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여론조사로 먹고 사는 당임....

  • kofchi 2009.06.05 14:32 신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언론보도가 단지 검찰의 브리핑 발표만을 통해서 그것을 앞뒤 판단해 보지도 않고 그냥 사실로 받아들여 적는다는 것에 대해서 문제가 크다고 보고 싶습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언론은 계속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을 계속해서 해 왔다는 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언론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그냥 영웅 만들어주는 것... 물론 본인의 행동에 대해서 사과한 언론측도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언론의 태도가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사건 때와 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대부분 언론은 황우석 교수를 영웅으로 만들어 주었다가 사실이 확인되자 황우석 교수 죽이기 모드로 돌변... 왠지 옛날과 오늘날과 비교해봤을 때, 언론의 태도가 변한 것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 사용자 안형우 2009.06.06 01:11 신고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러네요. 중심을 지킨 언론이 없군요. 조중동이야 그렇다 치고, 한겨레나 경향이 취하는 태도를 보면 언론으로서 잘못을 반성한답시고, 또 균형을 잃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