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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이리스 1,2편을 보고 - 스타 마케팅, 자본주의적 영웅, 적군파

아직 드라마가 얼마나 오지도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이야기하기는 힘들겠지만, 조연과 엑스트라들의 생명력이 너무 없게 느껴졌다.

나는 영웅을 그리는 드라마일수록 조연과 엑스트라의 이야기는 필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진정 영웅이란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웅은 혼자서 탄생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없이 영웅은 탄생할 수 없다.

레닌은 1917년 혁명 와중에 7월의 반동이 찾아와 지하로 숨었다. 수많은 지지자들이 레닌을 효과적으로 숨겨주지 않았다면, 1917년 10월 혁명의 주역 레닌은 이 땅에 없을 것이다.

체 게바라만 봐도 그렇다. 수많은 농민들이 체 게바라 부대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고 숨겨주지 않았다면 체 게바라의 영광도 없었을 것이다.

극에서 주인공은 필수지만, 작품 전체의 품격을 좌우하는 것은 극이 조연과 엑스트라에게 얼마나 생명을 불어넣고, 주연과 조화시키느냐에 있다.

아이리스 1편 후반부에 생명력 없이 김현준의 '폭력'에 쓰러지는 연구원, 방위들은 '이건 뭐지?' 하는 느낌을 줬다.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런식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을까? 다른 식으로 극을 구성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적으로 나온 야마모토(이름 맞는지 모르겠다)도 생명력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적군파

2편에서 적으로 등장한 야마모토가 적군파의 후예로 나온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적군파는 극단적 폭력을 선택했기 때문에 실패한 혁명가들이고, 그들의 방식을 지지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혁명가'들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격차와 부르주아 계급의 지배를 증오했던 이들이라는 말이다. 그런 이들의 후예가 카지노를 하고 여자를 꼬셔서 고급 호텔에서 하룻밤 주무시려고 하고 어제 본 여자에게 돈을 펑펑 써가면서 옷을 선물한다? 마약상이나 무기상들 같은 조폭에게나 어울릴 법한 역할을, 일본 테러리스트라는 조잡한 조합을 시도하다가 적군파에게 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참고할만한 글이 별로 없는데, 일본 적군파 지도자였던 시게노부 후사코란 사람이 쓴 자전적 에세이 일부를 인용한 글을 참고하라. 당시 적군파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글이다. <한겨레21>에는 좀더 길게 시게노부 후사코가 소개돼 있다. 적군파가 무엇인지도 맨 하단에 간략히 소개돼 있다.)

적군파의 후계자가 왜 한국 대선 후보를 죽이려고 했는지 설명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김현준이 '괴물'이라서 찍어 맞췄다고 하는데, 개연성을 포기한 것이다. 백번 양보해 감으로 찍어맞췄다고 해도 결국은 '왜' 암살을 시도한 건지 설명이 나와야 할 텐데, 아무런 설명이 없다.

어쨌든, 독일로 치면 <바더 마인호프> 같은 이들일 적군파를 저런 식으로 단순한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것은 정말 불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