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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실패로 끝난 CRT 모니터 초점/선명도/밝기 수리

이 글은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CRT 모니터에 대한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유효한 내용이 아닙니다. 기록용으로 남겨둡니다. (2022-03-16 안형우)


‘줌’님의 블로그 ‘디테일박스’에서 ‘CRT 모니터, 초점이 흐리거나 어둡다면 이렇게’라는 포스트를 봤다. 마침 집에 있는 모니터가 한창 흐려지고 있어서 컴퓨터를 2~3시간만 하면 눈이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줌’님의 포스트를 참고해서 CRT 모니터를 뜯어보기로 했다!

뭐,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과는 실패로 끝났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 글은 “모니터를 뜯지 마라” 하고 말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모니터를 뜯을 경우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쓴 글이다. 내가 모니터를 분해하기 위해 다른 정보를 더 찾았을 때, 선명도 조절을 하고 나니까 새 것처럼 변했다는 사람들도 더 볼 수 있었다. 판단은 자기가 하는 거다. 나는 어쨌든, 용기를 내서 언젠가는 모니터를 뜯을 거다.

첫 난관, 모니터 뜯기

내 모니터는 2001년산 삼성 싱크마스터였다. ‘줌’님의 포스트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모니터를 뜯으려면 일단 나사를 풀어야 한다. 아래 ‘줌’님의 포스트에서 퍼 온 사진을 참고해 보면 알 수 있다.

출처 : 줌, ‘CRT 모니터, 초점이 흐리거나 어둡다면 이렇게’, 디테일박스

그런데 왠걸 내 모니터에는 나사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30분을 헤맸다. 그리고 그 결과, 내 모니터는 다음 그림 형식으로 끼워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을 찍어두지 못해서 엉성한 이미지로 설명하는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어쨌든, 내 조언은, 나사 박혀 있는 곳에 똑 같이 모니터 케이스 고정시키는 게 있다는 거다. 나사 대신 다른 걸로 돼 있을 뿐이다. 괜히 다른 데서 헤매지 말기를.

어쨌든, 발견을 했으나, 위 그림에서 보이듯이, 잡고 있는 아이를 밑으로 누른 다음에 케이스를 한꺼번에 당겨야 하는데, 웬걸, 나 혼자 양쪽을 다 하려니까 완전 힘이 부쳤다. 그래서 옆에 와 있던 친구와 함께 해봤는데 역시나 힘이 부쳤다. 도저히 이래서는 케이스를 뜯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저 위에 모니터를 고정하고 있는 세모난 부분을 뺀찌로 그냥 부숴버린 것. 와우~ 그러니까 아주 잘 열렸다. ^^

아차, 아래쪽은 잘 열렸는데 모니터 위쪽 부분에 뭔가 걸려 있었다. 다음 그림을 참조하면 도움이 될 거다. 나는 어차피 부순거 더 부순다고 안 될 거 있겠나 싶어서 강제로 열었는데, 그래서 결국 하나를 더 부쉈다. ㅎㅎ;;

위 그림에 보이는 대로 윗부분에 서로 맞물려 있는 부분이 또 있다. 그래서 화살표 방향대로 힘을 줘서 맞물린 부분을 빼 줘야 자연스럽게 열린다. 물론, 나처럼 부순 다음에 녹테잎 같은 걸로 붙여도 무방하다. 어차피 모니터 뭐... ㅎㅎ;;

두 번째 난관, 밝기/선명도 조절 나사는 무엇?

줌님의 설명을 보면 밝기와 선명도를 조절하는 나사가 있다고 한다. 아래 사진에 잘 보면 옆에 전원선이 보인다. 즉, 전원선 근처에 있는 나사를 찾으면 된다. 그런데 ‘나사’라는 말이 나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사진에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게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나사가 아니다. 손으로도 돌릴 수 있고 여튼 뭐 그렇게 돼 있는, 검은색 플라스틱으로 된 나사다. 내 모니터도 검은 플라스틱이었다. 쇠로 된 것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형적인 나사를 찾으면 못 찾을 수도 있다.

△출처 : 줌, ‘CRT 모니터, 초점이 흐리거나 어둡다면 이렇게’, 디테일박스

그리고 내 경우에는 나사가 두 개였다. 세 개가 아니었단 말이다. 어쨌든, 줌님의 설명대로 돌려보고 끼워보고를 반복했더니 뭐가 선명도고 뭐가 밝기인지 알 수 있었다.

선명도 나사는 돌려보면 금방 알겠지만, 꽉 조이는 게 핵심이 아니다. 줌님도 “이 때 돌리는 것은 무리해서 돌리는 것이 아닌 1~2mm 정도 입니다” 하고 설명했다. 내 경험을 말하자면, 처음에 오른쪽으로 확 돌렸다. 그랬더니 모니터가 엄청 뿌옇게 됐다. 그래서 왼쪽으로 살짝 돌렸더니 나아졌다. 왼쪽으로 확 돌렸더니 다시 뿌옇게 됐다. 아하! 가운데 어디쯤을 잘 잡아야 하는 것이군!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음… 카메라 렌즈 초점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최악의 난관! 초점 맞추기

△출처 : 줌, ‘CRT 모니터, 초점이 흐리거나 어둡다면 이렇게’, 디테일박스

줌님의 설명 중 마지막이 바로 이 초점 부분이다. 좌우로 돌릴 수 있는 것을 나도 찾긴 했는데... 웬걸... 나 같은 경우는 손잡이가 총 8개가 있는 것이었다. 그 중 4개는 빡빡하게 굳어서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 그 외 두 개를 돌렸는데, 내 것은 매직으로 표시도 돼 있지 않았다.

대략, 생긴 건 아래와 같다. 아래 보면 갈색과 진갈색의 판떼기가 붙어있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쟤네 둘은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저렇게 붙어있는 걸 하나로 치면, 저런 게 총 4개 있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2개는 딱 붙어서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

돌아가는 놈 두 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해 봤다. 그랬더니 초점이 이리갔다 저리갔다 왔다 갔다 했다.

아래는 모니터에 전원만 넣어 놓고 컴퓨터 본체와는 연결하지 않았을 경우 모니터 앞에 깜빡거리는 색상표와, 내 멋대로 RGB를 설명하기 위해 작성한 ‘마르크스’ 색상표다.

잘 봐 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일단, 왼쪽의 세 가지 마르크스는 각각 원색만을 사용한 것이다.

오른쪽의 두 마르크스는 각각 그린 블루를 섞어 Cyon색이 나온다는 것과, 레드 그린을 섞어 노란색이 나온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게 초점을 맞출 때 과학적으로 맞출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초점 맞출 때 아래 그림파일을 다운받아 화면에 띄워 놓고, 각각의 색이 제대로 표현되는지 보면서 맞추면 도움이 될 거다.

컴퓨터 모니터는 RGB(Red, Green, Blue) ─ 빛의 삼원색을 사용해 모든 색깔을 낸다. 각각 색상의 정도가 256단계씩 있고, 그걸 바탕으로 색을 표현하는 것이다. 예컨대, 선명한 붉은 색을 원한다면 R에 255를 주고 G는 0, B는 0을 주면 된다. 여튼, 이것까지 이해하느라 골머리 썩을 필요는 없고, 위의 그림에 나오는 정도만 알면 된다.

모니터에서 총 3개가 빛을 뿌리는 듯하다. 각각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을 쏘는 놈이 있는 것 같은데, 이게 서로 다른 방향을 쏘면 골치아파지는 거다. 예컨대, 초록색을 뿌리는 놈이 엉뚱한 방향으로 쏜다? 그러면 아래처럼 되는 거다.

자, 설명을 잘 들어 보는 게 좋을 거다. 무작정 노가다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렇게 저렇게 반복해서 하는 거, 잠깐 해서 운 좋게 되면야 모르겠지만, 안 그럼 진짜 짜증난다. 우리가 원시인이 아닌 이상, 과학적으로 해 보자.

위에서 보면 마르크스라는 글씨가 위아래로 초록색 빨강색이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노란색을 만들기 위해서 모니터는 초록색과 빨강색을 조합한다. 그런데 초록색과 빨강색 초점이 제대로 안 맞은 거다. 그래서 초록색 빨강색이 겹친 부분은 노란색으로 글씨가 보이고, 위쪽은 초록색, 아래쪽 일부는 빨강색이 된 거다. 즉, 초록색을 쏘는 놈이 좀 더 위로 쐈거나, 빨강색 쏘는 놈이 좀 더 아래로 쐈거나 둘 중 하나다.

여기까지 이해했으면 알겠지만, 해결책은 초록색을 아래로 내리거나 빨강색을 위로 올리거나 해야 한다. 그러면? 위에 돌리는 판떼기를 이리저리 돌려 보면서 그게 어떤 색을 어디로 움직이는지 체크를 해야 하는 거다. 예컨대, 나는 위에서 두 번째 판떼기를 반시계방향으로 돌리면 초록색이 아래로 내려가고 그랬다.

그러니까 내가 위에서 말한 대로 그림파일을 띄워 놓고, 삼원색이 각각 어디로 뿌려지는 지를 보면서 하면 되는 거다. 마르크스를 보면서 해도 되고 아래쪽에 있는 색상표를 보면서 해도 된다.

이거 내가 잘 설명했는지 나도 의문이니깐, 도저히 내 설명이 이해 안 되는 사람은 댓글로 달아 주기 바란다. 성심성의껏 도와 보도록 하겠다.

실패! 모니터 노후화 때문

그런데 나는... 이정도까지 알고난 뒤... 신나는 마음에 이리저리 돌리다가 보니... 그만 판떼기의 돌리는 손잡이가 부러져 버렸다. ㅡㅡ;;

워낙 낡아서 그런지 이미 돌리려고 하다가 돌아가지도 않고 딱~! 부러진 놈이 두 개 있었고, 그나마 돌아가던 놈도 돌리고 덮개 씌우고 모니터 켜고 다시 끄고 덮개 열고 다시 돌리고 이렇게 하다 보니깐 어느 샌가 붙어서 안 돌아가는 순간이 생기고 힘을 주니까 툭! 하고 힘없이 부러지고 ㅡㅡ;; 그래서 결국 모든 손잡이를 다 뿌러먹었는데, 왠걸 초점은 처음보다 더 안 맞은 상태였다.

헐~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는 수리를 포기하고 ‘모니터 드립니다’로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두 군데쯤 공짜로 모니터를 준다는 곳에 연락처를 남겼고, 두 군데서 모두 퇴짜를 맞았다. 결국 아는 사람에게 헌 모니터를 공짜로 받았다. 새로 구한 모니터는 역시 2001년산 삼성 모니터. 예전 모니터랑 같은 품질에 초점만 맞은 상태의 모니터였다. 선명도가 살짝 마음에 안 들기는 한데... 한 번 더 선명도만 손봐 볼까?

나의, 처참한 모니터 수리 실패기. 이상 끝.

참, 줌님이 원문에서 강조한 대로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목장갑을 끼고 했는데도 자칫 큰일날 뻔했다.

뭐, 오바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니터를 뜯은 상태에서 전원을 키려고 했던 것! 모니터 뒷부분에서 엄청난 전기의 힘을 느끼고 바로 전원을 뺐다. 그렇게 하고 나서 목장갑 낀 손으로 모니터 내부를 만지니까 순간 전기가 찌릿하고 손을 건드렸다. 허억... 모니터 전원 케이블을 뺀 상태에서 버튼을 몇 번 눌러서 잔류 전류를 다 빼라는 충고를 무시한 결과였다. 만약 내가 맨손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오싹~

안전, 또 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