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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토론회 후기

[포럼 필기] 2012 대선과 진보의 과제

2012 대선과 진보의 과제

김문성

[참고 : ‘대선 전에 살펴보는 경제 위기와 대선, 대선 이후’를 보면 세계 경제 위기라는 맥락과 함께 대선 국면에 대한 분석이 풍부하게 나와 있다.]

검찰 공화국, 삼성 공화국 등의 표현을 보면, 공통점은 모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세상을 좌우한다는 데 대한 반감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원한다. 87년에도 직선제를 요구했다. 최근의 투표시간 연장이 공감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 있다.

속칭 민주정부가 등장했는데 별로 민주적이지 않고 우리 삶이 안 바뀐다. 비정규직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대통령이 된 다음 비정규직 악법을 통과시키고 그랬다.

핵심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재벌, 관료, 군부, 보수 언론 등이다. 이들의 연결망이 진정한 권력이다.

우리와 정반대의 취지로 "너무 많은 개혁을 약속해선 안 된다"고 노무현 때 관료였던 김병준이 낸 책에 써 있다. 관료 카르텔 이야기가 생생하게 나온다. 인용하는 말이, 미국 트루만 대통령의 퇴임 때 말을 인용한다. (정확한 인용은 아니다.)

아이젠하워가 내일이면 이 자리에 앉겠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겠지. 그리고 아무 것도 뜻대로 안 된다는 걸 알게 되겠지.

맑스주의자들은 선거를 결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 진정한 권력, 선출되지 않은 권력과 싸우는 대중 투쟁을 핵심으로 본다. 엥겔스는 선거를 온도계라고 했다. 온도계는 온도를 측정하는 거지 온도를 만드는 건 아니라는 거다.

물론 온도계를 보고 반응할 수는 있다. 소위 민주정부가 당선되면 기대감을 갖고 투쟁할 수도 있다. 36년, 전쟁 위기가 고조되던 시기 인민전선 정부가 집권하자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였다. 스페인에선 이전에 집권했다가 개혁 약속을 다 어겼다. 그래서 이번엔 당선하자마자 좌파 수감자를 다 석방했다. 이런 게 혁명적 투쟁 고무에 도움이 됐다. 70년대 칠레 아옌대 때도 그랬다. 최근에 진보 교육감 당선과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볼 수 있다.

우리가 근본적 변화를 원한다고 사소한 개혁을 무시하면 안 된다.

한 편에선 압력 때문에 사람들이 수동성을 강요당한다. 4년에 한 번 주권을 행사한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거다. 사람들이 그렇게 여기는 것때문에 사람들의 정치의시을 둘러싼 전투가 벌어지기도 한다. 가장 좋은 건 사회주의자들이 선거에 나가서 논쟁을 주도하는 거다. 투쟁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득표도 높게 하고. 당선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현실에선 쉽지 않아서 개혁주의 정치 세력이 그런 역할을 한다. 97년 민주노총의 집단 결의로 권영길이 출마해서 정리해고를 경고하며 총파업 같은 걸 호소한 사례가 있다.

그래서 근본적인 힘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맑스주의자들은 선거에 개입해야 한다.

올해 대선

올해 대선은 다가오는 경제 위기, 집권당의 위기, 정치 양극화를 배경으로 치러지고 있다.

악재들이 있지만, 유력한 후보인 박근혜를 살펴 보자.

약점과 한계가 분명하고 이명박이 레임덕, 집권당이 위기인데도 유력하다. 불쾌하다.

박근혜는 22살이던 74년부터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며 국정참여. 새마을운동을 할 때, 총재 역할을 했다. 박근혜가 당시 학교 방문하면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연설을 듣고 그랬다. 시에 가면 공설운동장에 모여 '훈화말씀'을 들었다. 정주영 같은 재벌들이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박근혜가 유력 대선후보라는 게 박정희 딸이어서가 아니다. 그 때부터 권력의 일원이었다.

박정희 죽은 뒤 청와대 떠났지만, 전두환이 뒤를 봐 줬다. 정수 장학회, 육영 재단 같은 거. 6억 원 주고. 집도 지어 주고. 스위스 비밀계좌에서 60억 달러를 챙겨 갔다는 말도 있다.

정수 장학회는 원래 5.16 장학회였다. 전두환이 81년에 이름 바꾸고 박근혜한테 준 거다.

군사정권 하에서 비호받으며 성장했고, 그 시절이 옳았다고 말하며 역사를 뒤로 돌릴려고 하는 거다. 그의 뒤를 봐 주는 사람들도 하나회, 안기부, 재벌, 공안 검찰 출신 등이다.

이런 자가 유력 후보인 거다.

그리고 꼴통 우파들이 똘똘 뭉쳐서 박근혜를 밀고 있는 거다. 새누리당 위기다 할 때 김영삼이 나와서 "박근혜는 칠푼이다" 이랬는데, 이제 와서는 박근혜 지지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당선은 이명박 정권 연장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싫어한다. 그래서 박근혜가 쇼를 해도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거다. 확장성의 한계라고 표현된다. 박근혜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 지지율도 있지만, 올라가지 않는 지지율도 있는 거다.

작년 오세훈이 세력관계 역전 시도로 무상급식 주민투표 했다가 셀프 탄핵 당하고 나경원이 나와서 떨어지고 집권당이 위기에 빠졌는데, 그럴 때 구원투수로 늘 등장한 게 박근혜다.

한나라당이 차떼기 비리로 지리멸렬하고 탄핵 역풍을 맞을 때도 박근혜가 구원투수로 등판한 거다.

그래서 박근혜는 집권당이 위기에 빠진 이유를 해결하는 구원 투수는 아닌 것이다. 박근혜가 유력 대선 후보인 게 사회의 우경화를 반영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2002년 노무현 투표자의 40%가 이명박에게 투표했다는 통계가 있다. 고용불안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경제가 나아지면 좀 괜찮아질까 해서 코를 막고 찍은 거다. 부패가 이미 드러나 있으면서도 말이다.

이명박이 진보에 가깝다는 조사가 50% 이상 답변이 나온 것도 있었다. 노무현이 개판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이게 사회 세력관계의 우경화를 뜻하는 건 아니었던 거다. 곧바로 총선에서 180석을 우파들이 얻으면서 좌파들이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한 달만에 촛불 운동이 터지면서 세력 관계가 우경화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줬다.

우파가 벼르고 별러서 집권했는데 자신들이 기대한 것만큼 악독한 정책을 마음껏 하진 못했다. 공기업 민영화와 의료민영화 같은 것들.

그래서 이후 무상급식, 보편적 복지 같은 진보적 의제가 떠오른 거다. 그리고 2010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런데 참여 정부의 아이콘 두 명이 경기도와 서울에서 패배했다는 점도 있다.

문재인

문재인의 과거 경력을 볼 때 운동권 변호사로 독재에 맞선 경력이 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네트워크 안에 기반이 있지만 비주류다. 노동운동 일부와 유기적 관계도 맺고 있다. 포퓰리즘 정치세력인 것이다.

차이가 있다. 그런데 근본적이진 않다. 도살장에 소를 끌고 가는데 달래면서 가냐, 때리면서 가냐 차이다. 정리해고법 주체는 민주당이었다. FTA도, 제주 해군기지도 그렇다.

‘민주 정부’ 두 정권 합치면 2000명 노동자가 구속됐는데 김영삼보다 높은 거다.

불법 사찰 때도 박근혜는 “나도 노무현 때부터 사찰 당했다”며 물타기함. 이런 식으로 새누리당에 대한 반감이 민주당지지로 가지 못하게 김을 빼는 거고, 민주당이 실제로 그런 정당이기 때문이다.

2008년 총선에서 우파 정당은 985만 표를 얻었다. 올해는 981만 표를 얻었다.

우파의 반대쪽 투표율 문제가 우파 의석에 영향을 미치는 거다. 우파는 자기 득표를 바탕으로 상대편 득표를 줄이면 승리하는 거다. 반우파 정서가 강해서 이 방법밖에 없는 거다.

경제 위기

단순히 선거 전략 차원이 아니다.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97년 IMF 위기 이후 더 수출지향적으로 재편됐다. 이 이야기는 세계 경제가 위기일 때 더 큰 위기가 온다는 이야기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1% 떨어지면 한국은 0.4%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11월 초 경제 5단체장이 박근혜와 면담하며 이런저런 요구를 한 거다. 요약하면 5년 전의 공약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다. 줄푸세라는 신자유주의 우파 공약을 했다. 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과 원칙을 세우고(노동자 저항 때려 잡으라는 말). 이거 이명박이 한 거다.

진보 정당

근데 진보 정치 세력은 우익의 위기를 파고들지 못했다. 왜일까?

개혁주의 정치세력은 자본주의 위기 시기에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주류 정당은 고통 전가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저항이 벌어진다. 저항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진보 정당이 부상할 기회를 얻는 거다.

한 편으로는 경제 위기가 개혁주의를 위기로 몰고 가기도 한다. 점진적 개혁이 경제 위기 때문에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 때문에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더 참을성이 없어진다. 개혁주의 정당들은 동요와 후퇴를 하다가 저항을 가로막는 지경으로 간다. 체제를 위협하는 투쟁이 벌어지면, 체제를 지키려고 하는 거다.

그래서 경제 위기 속 저항은 개혁주의 정당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개혁주의의 모순 때문에 진보 쪽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생긴다. 통진당이 크게 성장했다가 크게 분열하는 사건 등은 이런 배경에서 벌어진 거다.

그래서 진보 세력의 정치 지도력에 공백이 생겼고,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문재인 캠프로 간 거다. 엄청 분화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대선 정치방침을 내놓지 못했다.

개혁주의 정치 공백 속 기회주의와 종파주의가 득세했다.

진보의 과제

진보가 분열해 각자도생하고 있기 때문에 진보의 과제를 뭉뚱그려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도 세 가지 정도로 정리를 해 보자.

조직적 태세

경제 위기가 다가오고 있으며 정치적 조직적 태세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이명박은 내년 예산을 이미 긴축해서 짜 놨다.

지금 투쟁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거 지원하는 게 내년 태세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진보 단일 정당

진보 정당이 있는 편이 좋다. 지금 분열돼 있어서 어려운 게 있다.

(이 부분은 무슨 말 한지 잘 모르겠다.)

누구를 찍을 거냐

경기도에서 포럼했을 때 한 사람은 "당신들 긴급한 목표에 부합하는 후보에 투표하면 되지 않겠느냐" 하고 말했다. 물론 긴급한 필요인 정리해고 반대, 비정규직 철폐 등에 부합하는 후보를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자 권력을 원한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노동자들의 의식과 조직이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후보 개인뿐 아니라 누구의 지지를 받는가와 그의 당선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도 봐야 한다.

가장 좋기로는 사회주의자들이 출마해서 논의를 주도하고 그럴싸한 득표도 하는 건데, 그러질 못하니까 이야기가 복잡해지는 거다.

무비판적으로 정권교체만 되면 그게 진보적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득표가 미약할 게 뻔한 상황에서 후보를 내고 독자완주를 하는 게 원칙인양하며 과도하게 역량 투여를 하는 것도 현명치 않다고 본다. 이정치, 김순자, 이소연 같은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선거가 아니라 투쟁의 영역에서 훨씬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박근혜가 당선하면 극렬한 우익집단이 목소리를 높일 거다. 노동자들은 사기저하될 수 있다. 민주노총이 토요일에 노동자대회 여는데, 거기 1번 요구가 박근혜 집권 저지다. 전현직 노동계 인사들이 박근혜 집권 저지를 위해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있다.

쌍용차 지부 활동가들이 김소연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데, 쌍차 지부의 공식 대응은 박근혜 그림자 투쟁이었다. 박근혜가 전태일 동상 왔을 때 육탄저지를 했는데, 문재인이 왔을 땐 악수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활동가들도 문재인이 철탑에 안 온 걸 괴씸하게 생각하더라. 이놈 오기만 해 봐라 이런 게 아닌 거다.

박근혜 집권에 대한 (약간의 공포감과) 큰 반감, 민주노총 대대에서 공식 후보를 내자고 결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수만 대변하는, 10만 표도 가능하지 않은 후보에게 투표하는 게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단 박근혜 집권을 저지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건에서 싸우려고 하는 정서를 지지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문재인 비판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도 문재인 찍기 싫다.

결론

세 가지 과제를 말했다.

진보진영이 각자도생하고 있는 조건에서 나오는 거다. 이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과제는 아니다.

이들에게 "투표 따위 때문에 분열하지 말자. 투쟁이 더 중요하다" 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은 거다.

경제 위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그에 대비한 투쟁을 호소하는 게 중요하다.

혁명가들이 그 투쟁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

어떤 투쟁도 자동으로 벌어지지 않는다. 68혁명 프랑스 5월 투쟁 이야기를 보면, 자발성의 향연이 아니다. 노동자들 1천만 명이 점거 파업을 한 달 가까이 했다. 시작점은 항공사 공장의 트로츠키주의자들이었다. 이 투쟁이 더 많은 노동자들을 자극하면서 1천 만 명 파업으로 발전한 거다.

좀더 긴 호흡을 가지고 보자. 올해 대선이 심심하긴 하지만 말이다. 다음 상황을 지켜 보면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 지금 시기의 과제다.

자유발언

:이정희는 1퍼센트 나온다는데 김소연이나 김순자와는 다른 거 아니냐.

:선진 대중 사이에 박근혜만은 안 된다는 정서가 존재한다고 본다. 이명박 내내 추진한 개악과 박근혜가 밀어 붙일 정책들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고 본다. 선진대중은 대체로 문재인에게 투표할 것 같다. 그래서 전술로 보면 문재인에게 투표하는 게 맞지 않을까 본다. 전술은 원칙이 아니다. 원칙과 정서를 결합하는 거다. 물론 문재인이 배신할 거란 경고를 하면서 말이다. 근데 양당구도로 나왔을 때 97년, 2002년, 2007년에도 권영길이 나오지 않았는가. 근데 왜 그 땐 권영길에게 던지라고 해 놓고 지금은 진보 후보에게 던지라고 하지 않느냐 하는 질문을 한다. 근데 안타깝게도 지금 나온 진보 후보는 분열돼 있어서 득표가 거의 미미할 거다. 권영길은 적어도 민주노총 조합원의 30-40퍼센트는 권영길에게 표를 던졌다. 지금은 그런 조건과 양상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말이다.

:2007년 대선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정말 정동영에게 아무 기대도 안 했다. 지금 현대차 노동자들이 문재인이 안 온다고 괴씸해 하는데, 그 때는 정동영에게 기대도 안 했다. 우린 문재인이 공격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환멸도 전제돼 있다. 문재인이 특별히 싸우는 사람으로서의 이미지도 없다. 문재인은 현대차에 안 왔다. 나는 “찍는 게 좋지 않겠냐” 하고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 하는 거인 건데, 김소연이나 김순자를 찍자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문재인을 찍자고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걸까? 박근혜 당선을 무서워하는 사람들 공감한다. 근데 내가 문재인을 찍자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김대중과 백기완이 나왔을 때 김대중에게 투사의 이미지가 있어서 그를 찍은 게 아니었다. 그의 수많은 노조 기반 때문에 찍었다. 문재인 인물을 보고 그를 지지하는 게 아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문재인이 선이 아니라 차악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걸 안다고 본다. 이번 대선에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표현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에서 박근혜뿐 아니라 문재인 안철수도 자신들 맘에 든다고 말하지 않는 거다. 김소연과 김순자는, 지난 10년 간 30만 표에서 100만 표에 육박한 권영길 같은 힘을 보여 주지 못할 거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에게서 대안을 찾을 수 없을 거다. 선진 노동자들은 그래서 박근혜를 막기 위해 문재인에게 표를 던지려고 할 것이다. 선진적 노동자들 중 누구도 문재인이 대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표를 던지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이 노동자들의 정치 표현으로 발전할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새로운 진보 정당이 추진되고 있기도 한데, 이런 상황에서 진보의 정치적 표현을 재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딱 한 명만 문재인에게 회의적인 입장을 냈는데, 고려해 볼만 하다. 사회주의자들이 권영길에게 비판적인 지지를 보냈을 때 폭발적인 득표를 해서 집권할 거라 생각한 건 아니지 않나. 프랑스 급진좌파도 집권할 거라 생각해서 투표하는 거 아니냐. 근데 문재인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지지하는 것보다는 아무 힘도 없지만 노동자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는 게 의미있는 일 아니냐.

::선거 국면의 큰 맥락을 봐야 한다.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다. 중국 자본주의조차 위기다.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가 쟁점이다. 한국 경제 상황은 상당히 어렵다. 두 차례나 IMF가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을 했다. 이조차 내년엔 세계 경제 위기가 해소되지 않으면 더 어려울 거라고 전망하는 상황이다. 세계 유수의 경제 연구소들의 전망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의 위기라는 것도 전망에 넣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긴축(내핍)을 강요할 거라는 점이다. 그 정부는 자기의 지지자들을 공격할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지지자들을 공격할 거다. 박근혜를 지지하는 빈민이나, 문재인을 지지하는 조직 노동의 압도적 부분 모두 배신감과 환멸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단지 여기에서 멈출 것인가 하는 거다. 어떻게 하면 우리 조건을 방어하고 조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결국은 자본주의 위기 상황에서 위로부터의 개혁에 기댈 수 없다면 대중투쟁을 통해서만 조건을 방어하고 심지어 개선할 수 있을 거다. 투쟁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투표로 누가 당선하느냐를 보기보다는 그 후보들 뒤에 있는 세력이 선거라는 정치투쟁에서 어떤 의식을 얻을 것인가 하는 점이 훨씬 중요하다. 박근혜 뒤에 우파들이 결집해 있다. 1%라고 표현되는 지배계급(자본가와 국가관료 등)이 배열돼 있다. 문재인 뒤엔 조직노동의 대다수가 포함돼 있다. 민주노총 전현직 지도자들의 압도다수가 거기 가 있다. 조직노동의 핵심 노동자들이 문재인에게 투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박근혜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 1%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 때문에 중도에 지나지 않는 문재인, 배신을 때린 문재인에게 투표할 태세가 돼 있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소수 후보들이, 기껏해야 몇 만 표를 얻을까 말까 하는 후보들이, 기껏 이데올로기-선전만 하는 거에 기대를 걸 수 없다. 우리는 정치 투쟁 쪽에 참가해야 한다. 엥겔스는 강령보다 현실의 한 스텝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직노동의 핵심부위가 박근혜가 당선했을 때 위축될 거다. 문재인이 되면 환호는 해도 안도의 한숨을 쉬며 투쟁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할 거다. 권력을 둘러싼 투쟁 문제에서 대안을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 한 다스의 강령이 아니라 입장을 내놔야 한다. 그 입장은 비판적 투표다.

내 발언

1. 새누리당도 민주통합당도 약아빠진 이익집단일 뿐이다, 하는 어떤 후배의 말. 

2. 반독재 투쟁을 한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해야 한다. 현대사에 대한 자부심도. 

이 양 정서가 결과를 좌우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정서 중 후자의 정서를 고려하면서 주장도 하고, 투표도 해야 할 거다.

정리 발언

예상대로 투표를 어떻게 했는가가 주된 쟁점이었다. 발제 내용이 중복될 수 있을 텐데, 논평해 보겠다.

경제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한국 자본주의 위기, 그리고 긴축 정책이 예정돼 있다. 이에 맞서는 투쟁이 가장 중요하다. 투표라는 부차적 문제로 분열하는 게 별로 좋지 않다는 거다.

97년에 적게 나왔지만 1.2퍼센트, 30만 표를 얻었다. 2002년에 3.5퍼센트, 96만 표를 얻었다. 성적이 안 좋았다는 2007년 대선에서 72만 표를 얻었다. 국회의원을 10명이나 만든, 민주노총의 결의로 만든 당도 선거에서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분들은 투쟁에서 훨씬 많은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분들이다. 선거와 투쟁이 같진 않다. 선거운동을 하고 지지선언을 하는 분들도 당일에 어떻게 찍을지 확신이 없는 분들이 있다. 이명박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박근혜가 되면 어떻게 될까 고민할 거다.

나는 전두환 때 국민학교 다녔는데 박근혜 집권 후 전두환이 등장해서 육사에서 사열을 받았다는 거 아니냐. 몸서리가 쳐졌다. 그런 거다. 사람들 정서라는 게.

물론 박근혜가 집권한다고 유신독재가 바로 살아날 순 없다. 그러나 우파들이 득세하게 놔뒀을 때 위험성도 경고는 해야 한다. 히틀러도 선거로 집권하지 않았냐. 그렇게 간다는 건 아니지만. 경제 위기에 따른 지배계급 우경화는 한국에선 국가의 권위주의화로 나타날 가망이 크다. 그걸 대변하는 게 바로 박근혜다. 그래서 투쟁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고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데 그런 걸 쉽게 여기면 안 된다.

올해 총선에 맞추 민주노총이 총파업 계획을 세웠다. 말하지 않은 전제가 있었다. 야당이 총선에서 과반을 얻고, 진보 정당이 20석 이상을 얻고 뭐 이런 계획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계획대로 안 된 거다.

물론 선거에 기댄 건 별로지만, 안 하는 것보다 나은 것 아닌 거냐. 노동자들의 조직과 의식 발전에, 하는 게 더 도움이 됐을 거다. 그런 점으로 보면 좀더 쉽지 않을까 싶다.

소수파 후보들, 0.1퍼센트도 못 얻은 소수파 후보들이 늘 있었다. 그런 득표를 하는 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걸로 볼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거리에서 현대차 노동자 모금하면, 문재인 지지할 법한 사람들이 만 원씩 내고 간다. 그런게 선거에선 반영이 안 되는 거다. 후보 경력만 보고 판단할 수는 없는 거다.

그런 점에서 투표 전술은 어쨌든, 부차적인 전술이지만 분명히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노동자들의 의식과 조직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빠져 있는 목소리를 우리가 매꿔야 하는 거다. 그게 혁명가들의 역할이다. 독자완주를 원칙으로 하는 게 오히려 선거에 대한 환상일 수 있는 거다.

환상에 빠지지 않고 경고를 하면서 혁명가들이 분명한 과제를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참고 : ‘대선 전에 살펴보는 경제 위기와 대선, 대선 이후’를 보면 세계 경제 위기라는 맥락과 함께 대선 국면에 대한 분석이 풍부하게 나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