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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센스를 내리며

얼마 전에 애드센스를 달았다. 그리고 정확히 2주가 흘렀다. 오늘 애드센스를 내렸다. 비용 대비 효과가 거의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내 애드센스의 클릭률은 0.32퍼센트, 10000번 페이지 노출에 32회 클릭. 실제로 3,773회 노출됐고, 2.31달러를 벌었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대충 3천 원 번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년이 52주라는 것을 감안하면 3000x26=78000(원), 1년에 7만8천 원 정도 수익이 날 수 있다. 물론, 내가 지난 2주 동안 블로그를 충실히 한 것은 아니므로 노출이 더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10여만 원은 벌 것이다. 물론, 가만히 앉아서 10만 원을 버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페이지 상단에 내 블로그의 ‘품위’를 해치는 광고들이 달리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다. 나도 생활인인지라 타협을 한 것이 애드센스를 다는 것이었다. 나는 돈 욕심이 없어 꽤 가난하게 사는 편이고, 만약 애드센스를 통해 한 달에 5만 원이라도 벌린다면 내가 생활하는 데 큰 보탬이 되겠다 싶어서 지인의 말을 듣고 나름대로 타협안을 낸 것이었다. 그러나 한 달에 6천 원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그 비용은 내 블로그의 품위를 해치는 대가로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다.

품위를 해친다는 말을 좀더 분명히 하자면, 그건 구글 애드센스의 탓만은 아니다. 애드센스의 강점은 블로그 글과 관련 있는 광고를 달아준 다는 데 있다. 그런데 내 블로그와 관련 있는 광고는 거의 없다. 기껏해야 ‘정치에 관한 당신의 한 마디’가 관련 있는 글이었다.

예컨대, 얼마 전 ‘연두’님이 방명록에 남겨 주신 것처럼 마르크스의 ‘눈’이라는 것 때문에 안경집 광고가 달리는 지경이었으니;; 유학 광고, 부동산 광고는 내 심기를 많이 거슬리게 했다.

현실과 이상

이상적인 것은 물론, 광고 없는 블로그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자본주의 세계는 돈이 지배하는 세계다. 그래서 광고를 달았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일 뿐이다. 이상을 그대로 좇을 수는 없어도 그렇다고 이상을 완전히 내팽개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품위와 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고 본다. 나는 저 정도 비용에 품위를 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유명한 (예컨대 고재열의 독설닷컴처럼) 블로거가 된다면, 그 때는 또 타협안을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물론 그 때는 또 그 때만큼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래서 땠다. 깔끔하니 보기 좋다. 맑시즘 광고나 한껏 하면 되겠다 싶다.

구차하지만 진정성을 담은 변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