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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개혁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2016년 2월 26일에 한 토론의 필기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으로, 2016년 3월 3일에 작성한 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정상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보통은 의회를 통한 변화만을 생각한다. 그래서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을 공상적이라 여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관념을 모두 다 받아들이는 사람은 소수다. 물론 혁명적 관념을 모두 받아들이는 사람도 소수다.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근본적 변혁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태도, 이것이 개혁주의의 뿌리다. 즉, 개혁주의는 누가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런 것이다.

오늘날 개혁이냐 혁명이냐 하는 논제는 낡은 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집권한 좌파 개혁주의 정당 시리자가 금세 대중의 개혁 열망을 배신한 것이나, 역시 좌파 개혁주의자인 제레미 코빈이 부딪힌 난관을 보면 그 논제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혁명가들에게 개혁에 관한 토론에서 진정한 쟁점은 개혁이 필요한가 하는 것이 아니다. 혁명가들은 개혁을 위한 투쟁이 불필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개혁을 위한 투쟁으로 충분한가 하는 것이 진정한 쟁점이다.

개혁주의의 두 조류 - 주류 개혁주의와 좌파 개혁주의

개혁주의자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주류 개혁주의와 좌파적 개혁주의다.

주류 개혁주의는 자본주의를 인정하는 위에서 개혁을 추구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체제가 아니라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다. 주류 개혁주의는 대중과 노동조합의 동원을 꺼린다. 한국의 정의당도 주류 개혁주의를 추구한다.

좌파 개혁주의는 자본주의 개혁해 사회주의로 바꾸려 한다. 이들은 대중과 노동조합을 동원해서 자신들의 정책을 뒷받침하려 한다. 20세기 초의 독일 사민당이나 칠레의 아옌데, 영국 노동당 좌파 토니 벤, 현재의 제레미 코빈, 그리스 시리자, 스페인의 포데모스가 국제적으로 좌파 개혁주의다. 한국에서도 민주노동당과 진보당, 노동당이 좌파 개혁주의라고 할 수 있다.

주류언론은 평소엔 좌파 개혁주의를 개무시한다. 그러다 좌파 개혁주의가 떠오르면 영국 코빈을 보면 알 수 있듯, ‘빨갱이’라고 난리를 친다.

그래도 주류 개혁주의와 좌파 개혁주의는 개혁주의로서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둘 다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을 추구하지 않는다. 개혁은 자신들이 대행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둘째, 전략적 차이가 있다. 둘 다 국가기구를 활용해 개혁을 이루려 한다. 의회, 행정부, 공무원 조직, 지자체 등. 특히 의회를 강조한다. 정의당이 내각제를 지지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발상이라 할 수 있다.

개혁주의 전략

혁명가는 개혁을 지지하지만 개혁주의 전략을 지지하지 않는다. 개혁주의 전략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역사적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권력은 의회에 없다. 대기업 임원회의, 정부 각료회의, 경찰 간부회의가 진정한 권력을 행사한다.

대중의 개혁주의 전략이 이룬 최대치는 호황기에 일부 양보를 얻어 낸 것이다. 서구는 40~60년대, 한국은 80~90년대가 그런 시기였다. 북유럽 복지국가는 이 때 성취한 것이고, 따라서 한국 개혁주의자들이 스웨덴 모델을 강조하는 것은 비역사적인 것이다.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위기에 시달리는 체제다. 현대 자본주의는 잠깐 잠깐의 상승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70년대 초부터 45년 동안 내림세다. 한국 경제는 90년대 말부터 위기가 급습한 이래 경제 위기가 장기화했다.

경제 위기가 닥쳐 오자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을 공격했다. 칠레 같은 경우 지배계급이 개혁주의 정권을 물리적으로 공격해 없애 버렸다. 하지만 더 흔한 경우는 시리자처럼 굴복한 것이다.

혁명가들의 태도

혁명가들의 전략은 개혁을 혁명을 위한 투쟁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혁명가들이 개혁을 지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개혁 자체가 의미 있다.
  2. 개혁을 바라는 대중의 열망에 공감하기도 하고, 또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3. 대중과 함께 투쟁하며 신뢰를 얻어야 한다.
  4. 투쟁 과정에서 혁명가들이 개혁을 쟁취하는 데서도 더 낫다는 것을 입증받을 수 있다.
  5. 투쟁을 통해 대중은 의식과 조직을 성장시킨다.

예컨대, 1987년 투쟁을 통해서 수많은 대중이 각성했고, 그 안에서 혁명적 조류도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그 직후 벌어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오늘날 존재하는 노조의 상당수가 만들어졌다. 1905년 러시아에서 혁명이 발발했을 때, 시작이 됐던 투쟁은 짜르(러시아 황제)에게 개혁을 요청하는 대중 시위였다. 대중은 투쟁을 통해 의식과 조직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혁명가들은 다음 세 부문에서 활동해야 한다. 노조 안의 현장 조합원들 속에서 활동해야 한다. 또한 정치적 운동에서 (개혁주의적이건 아니건) 다른 좌파들과 협력해야 한다. 또한 선거를 이용해 더 나은 대안을 선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