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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무현의 죽음을 애도할 순 없다

아침에 전화가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말 사망했는지 인터넷으로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약국에 갔다가 그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에이~” 했다. 그런데 진짜였다.

애증

노무현에 대해 말하는 일은 이제 괴롭다. 더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써야하는 사건이 생기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노무현에 대한 나의 감정은 ‘애증’이다. (나의 지성은 그를 미워한다.) 2002년 그가 당선됐을 때 기뻐한 사람 중 한 명인 나는, 2003년 그가 이라크 파병을 앞장서서 설득했을 때 그를 반대했다. 2003년 말, 그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가 자살했을 때 “죽음으로 투쟁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냉혹한 말 한마디 던졌던 그였다. 그런 그가 자살이라니.

애도

나는 그를 애도할 수 없다. 그가 저지른 잘못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애증을 자세히 쓴 게 다음 글에 있다 : 바보 노무현의 상실, 그리고 추락에 대한 단상

파장

지금 상황은 두 가지 점에서 지켜볼 만하다.

첫째, 지배계급의 분열이 심화할 것 같다. 노무현을 계기로 민주당은 반격에 나설 것이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심했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작년 촛불 등으로 이명박의 리더십이 심각하게 약해졌기 때문에 가능한 그림이다.

둘째, 노무현을 ‘추도’하기까지는 민망하나, MB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대중 운동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이미 블로거들 사이에서 충격과 분노가 퍼져나가고 있다. 물론, 모순적인 점이 있다. 노무현은 부패 문제로 수사를 받던 중 죽었으며, 이는 부패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꼴이 된 듯하다. 조중동은 분명, 반드시 그렇게 선동할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노무현을 추모하며 거리로 나올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섣부르다. 그러나, 그 분노의 표적이 MB라는 점 때문에, 이명박에 분노하는 다른 사안들과 엮이면서 대중 운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형만 못한 아우

민주당에는 이제 인재가 없다. 나는 유물론자라 인재 타령하는 데 찬성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내가 한 저 말을 번역하면, 민주당은 이제 더이상 민주화운동과 함께하던 정당이 아니다. 민주당은 집권까지 한 정당이다. 탄압받던 야당이 아니다. 그래서 김대중, 노무현만큼 운동 내 영향력 있는 인물이 없다.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 하의 자유주의 부르주아 세력, 김대중과 노무현. 이들의 세대가 끝났다.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들이다.

부디, 노무현. 생의 어느 순간에는 진정 ‘바보’였던 그. 절대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었고, 결국은 이 국가의 수장이 되어, 함께 해 온 사람들을 배신한 그. 부디 저 세상에선 이 세상에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