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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평

쌍용차 파업과 이명박의 계급투쟁

△쌍용차 노동자들은 6.10 범국민대회에 집단 참가했다.

그 동안 쌍용차 점거 파업에 대해 써야지 써야지 생각하면서도 쓰지 못했다. 바빠서기도 하고, ‘뻔한 말’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기도 해서였다. 그러나 문득 생각났다. 내 생각이 ‘뻔한 생각’은 아님을. 내 견해는 마르크스주의적 견해다. 마르크스주의는 노동자 계급 스스로의 행동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상이다. 내 주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견해로 취급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나는 간혹 개혁 언론의 아쉬운 점도 이야기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해 두자. 조중동은 다룰 가치도 없을만치 쓰레기라서 다루지 않는 것뿐이다. 개혁 언론에 가장 큰 책임을 물으는 것이 아니다. 아무래도 쌍용차 파업의 가장 큰 책임은 무책임한 국가, 쌍용차를 본보기로 삼으려는 이명박, 그리고 조중동 등 나쁜 언론에 있으니까.

문제의 원인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쌍용차 문제의 원인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 첫째는 누가 뭐래도 경제 위기다. GM도 파산하는 마당에 어느 기업이 파산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두 번째는 상하이 차의 먹튀 문제다. 이건 다음 한겨레 기사를 참고하라.

쌍용차는 2004년 10월 5900억원에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팔렸다. 당시 정부와 채권단은 쌍용차를 사려는 국내 업체가 없어 외국 기업에 팔 수밖에 없긴 했겠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지금의 경영 실패를 불러온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약속한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았고, 경쟁력 있는 신차 개발에 실패함으로써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더욱이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고급 기술만 빼내갔다는 ‘먹튀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정부나 채권단은 외국자본을 유치할 때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도 이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쌍용차를 다른 부실기업과 같은 논리로 처리할 수 없는 이유다.

정석구 논설위원, “쌍용차, 제3의 해법은 없는가”, 한겨레, 2009-06-08

물질을 둘러싼 계급투쟁

계급 사회는 항상 물질을 둘러싼 투쟁이 벌어진다. 공공연한 투쟁도 있지만 은밀한 투쟁도 있다. 일제시대 농민들의 투쟁부터 보자. 당시 농촌은 여전히 봉건적 논리가 지배했으므로 봉건 시대 투쟁이라 불러도 손색 없을 것이다. 김유정의 〈만무방〉에서 주인공의 동생인 소작농이, 추수를 해도 남는 게 없기 때문에 추수를 하지 않는 경우는 은밀한 투쟁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스스로가 자각을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투쟁이다. 〈만무방〉의 주인공이 빚에 밀려 야반도주를 해 걸인이 되기를 택한 것도 은밀한 투쟁이라 볼 수 있다. 수탈을 피해 달아난 것이다.

19세기 초에는 ‘삼정의 문란’(엄청나게 과도한 세금 세 종류) 탓에 민란이 조선 방방곡곡을 뒤덮었다. 이것은 공공연한 투쟁이었다. 흥선 대원군의 사소한 개혁은 바로 이런 계급투쟁 때문에 강제됐다. 이것이 역사를 보는 마르크스의 눈이다.

자본주의에서 투쟁은 피억압계급에 훨씬 유리해졌다. (물론 엄청난 희생이 따랐다.) 19세기 영국 노동자들의 처참한 상태는 잘 알려져 있다. 다음 인용문을 보라.

[영국] 산업자본가가 거둔 성곡의 이면에는 노동자의 비참한 생활이 있었다. 수력방적기를 발명한 리처드 아크라이트가 세운 공장의 경우, 노동자의 3분의 2가 미성년자였다. 그중에는 여섯 살인 어린이도 있었다. 나이 어린 소년 소녀들이 탄광에서 하루에 14~15시간씩 일하기도 했다. 맨체스터 노동자들의 평균 수명은 15~19세였다.

김윤태, 《교양인을 위한 세계사》, 책과함께 ; “NIE나라” 블로그에서 재인용

영국 노동계급은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과 차티스트 운동(투표권 쟁취)으로 저항했다. 20세기 초중반의 여러 혁명과 반란, 대규모 저항은 오늘날 서구 노동계급이 누리는 민주주의와 생활수준을 쟁취했다.

경제 위기와 구조조정의 역학관계

그러나 계급투쟁은 노동계급만 하는 게 아니다. 자본가계급도 계급투쟁으로 반격했다. 1970년대부터 신자유주의가 도입된 것이 대표적 예다. 이데올로기 영역에서 국가관료의 비효율성이라는 생각이 유포됐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노리는 바는 노동조건 악화와 복지 삭감이었다. 자본가계급의 이 투쟁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둬 세계 곳곳에서 복지가 삭감되고 노동조건이 악화됐다.

최근 경제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경제 위기에서 물질을 둘러싼 계급투쟁은 더 공공연해지고 첨예해진다. 자본가계급도 노동계급도 위기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위기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 자본가계급의 위기는 파산이지만, 노동계급의 위기는 생존에 대한 위협이다.

그렇다면 한겨레가 제기한 문제에 답할 수 있게 된다. 한겨레의 다음 진술을 보자.

지난 8일 976명을 정리해고하면서 극단적인 노사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3년 뒤인 2012년까지 841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인력운용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삼일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보고서 내용을 분석한 결과, 1000명에 가까운 정리해고가 가져올 사회적 비용을 무릅쓸 만큼 노무비 절감 효과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용덕, 이형섭 기자, “쌍용차, 구조조정 ‘본색’ 드러났다”, 한겨레, 2009-06-10

왜 쌍용차는 효과도 크지 않은 정리해고를 단행하려고 할까? 내가 만난 한 노조 활동가는 이런 식으로 2000여 명을 잘라내면 공장 가동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하는데, 왜 이들은 정리해고를 단행하려고 할까?

경제 위기에서 노동자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려는 의도라고밖에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경제 위기 시기 가장 간단한 이윤 보전 방법은 노동자를 자르는 거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주판알 튕긴 결과는 아니다. 저항을 억누르기 위해서다. “저항하지 마, 너네도 잘릴 거야.” 하는 메시지다. 저항하는 부위는? 더더욱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래서 다른 노동자들이 저항의 선례를 보고 따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이것이 자본가계급이 계급투쟁에 임하는 논리다.

개혁 언론들에게 아쉬운 점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개혁 언론이 보이는 한계는 명백하다.

쌍용차가 회생하려면 인원감축, 자산매각, 채무조정 등 세 측면에서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 정리해고는 이 가운데 한 부분일 뿐이다. 이미 1700여명이 회사를 떠나기로 했고, 970여명의 감축만 남아 있다. 정리해고가 아니더라도 무급휴직제를 시행하거나 단계적인 인원감축 등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채권단도 2600여명의 정리해고를 쌍용차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지 않다. 열쇠는 노사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와 철저한 약속 이행에 있다.

자동차업체로서 쌍용차의 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 시간도 많지 않다. 인원감축 말고도 구조조정을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인원감축 규모에서 서로 양보해 타협하고 다른 구조조정 계획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회사를 살리는 빠른 길일 수 있다. 그러자면 노사에만 맡겨두지 말고 정부나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설] 쌍용차 사태, 노사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 한겨레, 2009-06-09

조중동에 비해 100배는 나은 사설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있다. “쌍용차가 회생하려면 인원감축, 자산매각, 채무조정 등 세 측면에서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는 서술은 구조조정 원천 반대가 아니다. 자산매각, 채무조정 등도 필요한데 왜 인원감축에만 매달리냐는 조언이다.

“인원감축 규모에서 서로 양보해 타협하고 다른 구조조정 계획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벌써 1700명이 떠나기로 한 마당에 무의미한 진술이다.

자본가계급은 노동자들의 의지를 꺾어버리고, 자신들 입맛대로 사태를 끌고 가고 싶어한다. 몹시 ‘이데올로기적’이다. (시쳇말로 사용되는 의미에서 ‘정치적’이다.) 자본가계급을 한겨레 조언처럼 하게 만들려면 조언으로는 택도 없다. 엄청난 투쟁이 조그만 양보를 하게 만들 뿐이다.

저들의 노림수에는 분명히 현대ㆍ기아차 구조조정을 사전포석이 깔려 있다. 한국 경제에서 별 비중이 없는 쌍용차를 꺾어 동종업계 노동자들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다. 쌍용차와 달리 현대ㆍ기아는 한국 경제의 핵심 중 하나다. 그리고 현대ㆍ기아 노동자들이 밀려서 항복하게 되면 하청업체, 다른 기업들로 노동자들도 엄청난 사기 저하에 빠질 것이다. 한 현대차 하청업체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현대차가 임금을 동결하면 현대차도 임금 동결했는데 너네가 뭔 임금 인상이냐? 라고 할 게 뻔하다. 현대차 투쟁이 승리해야 한다”(정확한 인용은 아니다.) 이처럼 선두에 서 있는 노동자들의 투쟁은 중요하다.

“쌍용차 투쟁은 전초전”

쌍용차 투쟁은 경제 위기 시기 고통전가에 맞선 투쟁의 전초전이 될 것이다. 따라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연대 투쟁을 조직하는 게 중요하다.

이상우 기자, “‘먹튀’ 자본과 시장 맹신 정부가 만든 쌍용차 사태 - 쌍용차를 국유화해 고용을 보장해야”, 레프트21,2009-03-26

거의 유일하게 쌍용차 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함께하고 있는 언론 레프트21의 기사들을 추천한다.

이명박 정부는 22조를 ‘4대강 죽이기’에 쓴다고 발표했다. 8천 억 들이면 살릴 수 있는 쌍용차를 살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안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계급투쟁의 논리에 이명박 정부가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에게 ‘조언’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은 작년 촛불 이후 끊임없이 대중적으로 입증돼 왔다. 투쟁이 살 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