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겨레신문의 두 번째 사설 제목은 “[사설] 이 대통령이 바뀌는 게 ‘근원적 처방’이다”였다. 조중동 따위의 점유율을 전부 한겨레가 먹어버렸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열독자지만, 한겨레의 이런 모습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 대통령이 바뀔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유능한 지배계급
이명박은 멍청이일까? 이명박은 여론을 모를까?
둘 다 아니다. 멍청이가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이명박은 지배계급 강경파의 선진 부위다. 이명박이 멍청했다면, 김경준을 감옥에 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모략과 술수, 한국 정치의 암투 속에서 이명박은 유능한 인물이다. 정리해 말한다면, 지배계급 입장에서 이명박은 똑똑한 인물이다.

이명박은 여론을 모를까?
얼마 전 100분 토론 시청자가, 패널로 나온 한나라당 관계자가 “너무 여론을 모른다”면서 “이명박 대통령 죽으면 떡 돌린다는 소리도 있다”고 “여론좀 알라”고 말했다가 조중동한테 폭격을 맞은 사건이 있었다.
이 시청자분 말씀이야 깊이 동의하지만, 한나라당 사람들이 그렇게 ‘모르는’ 자들이 아니다. 짐짓 모르는 척 하는 것이다. 정치 9단이라고 할 때의 그런 정치를 구현하는 것이다. 겉으로 웃으면서 딴소리하고 속으로 칼을 가는 자들인 것이다.
당장 이명박이 여론을 모른다면 탄압을 강화할 리 없지 않은가? 저들은 여론을 철저히 느끼고 있고, 그래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기감에 칼을 빼서라도 자신들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개인이냐 계급이냐
이명박이 전체 ‘국민’을 대변해 일하지 않는 이유는 이명박이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몰라서가 아니다. 자신이 대변하는 이들의 기대를 확실히 충족시키기 위해서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 식으로 국면을 호도하고 국민 뜻을 뭉개려 하다간 지금까지보다 더한 민심의 폭발을 자초하게 된다.”(같은 사설) 이명박이 이것도 모를까? 안다. 알기 때문에 더더욱 날뛰는 것이다. 한겨레는 이명박을 눈꼽만큼이라도 생각해줘서 말하는 것이다. 참 착하다. 더 큰 폭발이 있기 전에 ‘명박아 제발, 사람들한테 조금이라도 잘 보이렴’ 하고 말하는 거다.
하지만 이명박의 입장이 돼 생각해 보라. ‘잃어버린 10년’론을 주장하던 이들이 당선했다. 이들은 탈냉전적 분위기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이 위협받는 것을 느껴야 했다.
한나라당 인사들이 자기 자리를 차지하려 얼마나 애쓰는지를 보면 그들이 자리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공공기관장들을 다 물갈이하는 것은 친민주 인사들을 갈아치우는 측면도 있지만, 측근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한예종 사태, 좌파로 모는 것은 저들 입장에서 명분이 좋지만, 유인촌의 사람 박기일 것이다.
이들이 ‘국민’에게 양보하라는 것은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결코 이명박이 자기 측근들에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 손으로 지지 기반을 허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변할 가능성은 1%도 안 된다. 거대한 저항에 직면해 강제될 가능성만 있을 뿐이다.
한겨레는 이렇게 말한다. “[민심의 폭발은] 우리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여러 차례 경험한 일이다.”(같은 사설)
맞다. 이명박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명박은 대한민국을 경찰국가화하고 있다.
이런 강경몰이에서 사소한 양보도 엄청난 폭발을 불러올 수 있다.
예컨대 광주의 피바다를 발판으로 집권한 전두환은 83~84년에 사소한 양보조처를 내놓는다. 이 때 학생 운동 수배자들도 수배해제되고 학교로 돌아온다. 이 때부터 활발하게 시작된 저항이 87년 6월까지 커져서 폭발한다. 이명박이 이런 사례를 모를 리 없다.
지금 이명박의 본능은 말하고 있을 것이다. “밀리면 죽음이다. 전두환처럼 된다.”
계급 대 계급

그래서다. 한겨레류의 이명박 변화 촉구론은 실질적으로 이명박을 견인하지 못한다. 한겨레의 위협은 이명박을 더욱 사납게 만들 뿐이다.
이명박 입장에서 양보가 살길이라고 주장하는 한겨레식 해법은 너무 위험하다. 앞길을 몰라도 경찰력에 의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일이다.
노무현처럼 운동 내 기반도 없는 이명박으로서는 더더욱이나 그렇다.
한겨레는 진정 이명박이 바뀌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변화를 강제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은 거리에서 대중들에 의해 주도될 것이다. 한겨레는 레프트21처럼, 대중들 자신이 스스로 떨쳐 일어서서 이명박을 ‘변화’시키던지, 이명박을 바꿔치우든지 하라고 주문해야 하지 않을까?
민주노동당의 이명박 퇴진 투쟁 선언
민주노동당이 야당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명박 퇴진 투쟁을 선언했다고 한다. 진보정당다운 선언이다. 극렬히 지지한다.
늦은감이 없지 않다. 이미 이명박 퇴진 요구는 작년 촛불의 최대 요구였다. 뒤늦게나마 가장 빨리 대중의 소원을 캐치프라이즈로 내건 민주노동당은 큰 실수만 없다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가능성이 큰 실수는 민주당과의 연합에 목매다가 이명박을 날릴 타이밍을 놓치는 게 될 텐데, 일단 퇴진 투쟁을 내걸었다니 기대를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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