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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쌍용차 파업 충돌, 노노갈등이 아니다

오늘 오후 7시 한겨레가 올린 기사에 “파업 38일째인 쌍용자동차 사태가 노사 및 노-노간 충돌이 현실화하는 등 최악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른 언론이야 모르겠지만 한겨레가 이렇게 쓰는 건 문제다. 진보적인 사람들이 한겨레를 많이 읽기 때문이다.

레프트21의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항목에 사측이 사측 노동자들에게 보낸 문자가 폭로됐다. 다음과 같다.

“16일 오전 8시 30분까지 도원 주차장 앞으로 모여 주시구요. 안 오면 결근입니다.”

- ‘자발적 출근자’들에게 쌍용차 사측이 보낸 문자

세상은 요지경, 레프트21 8호, 2009-06-18

노회찬 의원도 이렇게 말했다.

노회찬 대표는 “떡볶이, 오뎅을 먹으며 서민 행보 한다더니 하루 만에 용역깡패를 앞세워 경찰 병력을 투입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언론은 노노 갈등이라고 호도하면 안 된다. 사측이 돈 주고 고용한 용역깡패가 침탈한 것이다. 노노 갈등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문성 객원기자, “국민 여러분 쌍용차로 와 주십시오”, 레프트21, 2009-06-27

사측의 시나리오

이번 충돌의 원인과 양상은 간단하다. 정부가 무책임하게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팔았다. 상하이차가 아무 것도 기여하지 않고 기술만 빼가고 튀었다. 정부/사측은 그래서 입은 피해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고 한다. 억울함에 악이 받힌 노동자들이 공장을 점거했다. 사측은 원래 해고계획은 말만 바꿔서 양보안이라고 낸 다음 노동자가 양보안을 받지 않는다며 친다. 정부는, 충돌을 빌미로 경찰력을 투입해서 노동자들만 잡아간다.

조금만 이런 사태를 관심 있게 조사해 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복잡한 경제적 지식을 들이대지 말자. 그런 논리로 간다면 약자들은 다 죽어야 한다. 자본주의란 원래 약육강식이 본질이니까. 우리는 자본주의 본질대로 살지 말자고 주장해야 하는 거다. 조금이라도 인간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자고 하는 거다. 거기에 경제 논리 끼워넣으면 사실 약자들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강도

쌍용차 사측이 하는 짓은, 말하자면 강도질이다. 여기다 양보를 말하는 건 강도한테 양보하라고 집주인을 설득하는 거나 다름 없다.

강도가 들어와 집안 물건 다 털었다. 집주인이 강도를 붙잡으니까 폭행이란다. ‘양식있는 분들’은 와서 말한다. “서로 조금씩만 양보합시다.” 노동자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그래서 나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점거 파업을 열렬히 지지한다. 없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마지막 한 줄기마저 빼앗길 때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 위기가 심화될 수록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쌍용차 노동자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그리고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 것은 중요하다. 쌍용차가 이기는 것도 중요하다.

금속노조

그래서 답답한 건 금속노조다. 26일에 사측이 공장을 쳤다. 그 전에도 금속노조는 쌍용차를 치면 파업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런데 막상 침탈하니까 반응이 별로다. 사회단체들이 간신히 연대하고 있는 듯하다.

한겨레를 보니 금속노조가 7월 1일에 파업하겠다고 했단다. 이게 말이 되나. 정부는 경찰을 대기시켜놓고 즉각 개입하고 있는데 쌍용차 투쟁의 가장 강력한 원군인 금속노조는 내달 1일에나 파업한다고 한가롭게 말하고 있다. 강도든 집 옆집에서, 옆집도 털릴 게 뻔한데, 그 옆집 아저씨 이렇게 말하는 꼴이다. “좀만 기다려봐 내가 옷입고 나가면 강도 넌 죽었다!” 이 말 듣는 강도 기분 어떨까. 참 무섭겠다.

물론 금속노조 저간의 사정이야 있겠지. 그리고 1일에 파업한다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걸 안다. 그래도 답답해서 하는 소리다.

방금 노조 활동하시는 분에게 들었는데 금속노조가 내일(29일)부터 4시간씩 부분파업을 한 후 7월 1일에 최대 10만 명이 파업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고 한다. 한겨레 기사를 읽고 잘못 판단했다. 금속노조 화이팅이다. 아래 금속노조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지지글을 쓰자.

이명박

떡볶이 먹는 그 가증스런 모습,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친 서민 정책이라는 게 얼마나 허울좋은 소리인지 쌍용차 침탈이 잘 보여 줬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의 저 말은 한숨만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우리는 이 대통령이 밝힌 서민 중시 정책을 환영한다. … 대통령이 직접 현장에 나가 서민들의 생생한 육성을 듣는 것도 탓할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 진정성의 위기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단순히 얼굴 화장만 고쳐 국민의 마음을 사려 해서는 결국 실패하게 돼 있다.

‘서민 우선’, 이미지보다 정책 변화가 중요하다

물론, 한겨레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게 이미지 고치기용이라는 걸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단순히 얼굴 화장만 고’치지 말라고 말한 건데… 아무리 그래도 이 사설, 너무 약하다. 한겨레의 경고가 먹힐성 싶은가? 아직도 이명박이 내부로부터 변화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인가. 그렇게 기대한다면 한겨레는 순진한 것이고, 기대하지 않는데도 제도권 언론이라는 제약 때문에 저렇게 쓰는 거라면, 한겨레 그건 아니다.

이래저래 잡담이 많았는데, 쌍용차 투쟁이 꼭 승리했으면 좋겠다. 7월 1일에 금속노조 파업 꼭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