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선일보>를 읽다가 경악을 했다. (걱정 마라. 돈 주고 사서 읽은 게 아니라 웹사이트 들어가서 광고 차단한 채 읽었다.)
제목인즉슨, '대통령에 고함친 야당(野黨) 중진 사과하게 만든 미(美) 의회'였다.(난 쓰레기 신문에 링크 안 준다.)
내용을 요약하면 간단하다.
지난 9일(현지시각)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상·하원 연설 도중 대통령에게 손가락질하며 "당신 거짓말이야(You lie)"라고 고함을 쳤던 공화당 조 윌슨 의원이 동료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결국 공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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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회의 기준으로 보면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맞선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연설 도중 야당 중진이 손가락질을 하며 고함을 친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일 수 있다. 같은 당 동료들로부터 박수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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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기(會期) 때마다 반복되는 몸싸움과 농성, 욕설과 삿대질로 스스로의 권위에 침을 뱉고 국민의 비웃음을 자초(自招)해온 우리 국회는 이번 윌슨 사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공화당의 등쌀 때문에 사회주의자로 몰리면서 온갖 개혁이 벽에 부딪히고 있는 오바마. 물론, 이는 그의 시장주의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료 선진화' 따위나 주장하면서 민영화를 적극 지지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는 <조선일보>가 전국민 의료보험을 주장하다가 엄청난 힘의 반대에 부딪혀 주춤하고 있는 오바마를 이용하는 게 정말 어이가 없다.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은 명백한 반민주법. 그걸 목숨걸고 저지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오바마의 전국민 의료보험은 서민을 위하려는 법(물론 지금은 부연할 게 많아졌다. 후퇴가 심하다.) 당연히 이 연설을 방해하는 자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형식이 아니라 내용
얼마 전 포스팅에서 <한겨레>의 논리가 형식논리에 치우쳐 있어 안타깝다고 쓴 적이 있다.
이번에는 <조선일보>가 형식논리에 치우쳐 있어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형식으로만 따진다면, <조선일보> 말에 틀린 말이야 없다. 그러나 내용 ─ 즉, 정치적 견해로 따지면 <조선일보>는 오히려 "거짓말이야!"를 외치고 역풍을 맞은 그 의원의 편이나 다름 없을 것이니... <조선일보>의 위선이 하늘을 찌르는 것이다.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 재임 시절 <조선일보>가 저런 사설을 썼다면 진정성이라도 느껴질 텐데 말이다.(물론 나는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한 마디로 말해 <조선일보>한테는 이렇게 말하면 될 듯하다.
이명박이 오바마냐? 졸라, ㅂㅅ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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