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겨레에서 중앙대 “퇴학생 소송 도우면 교내 고시생 지원 끊겠다” 라는 기사를 접하고 황당한 마음을 금할 수 없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2006년에 고대에서는 출교라는 듣기에도 생경한 징계가 있었습니다.(저도 징계당한 학생 중 한 명이었습니다.) 2005년에 있었던 이건희 명예 박사 학위 수여식 저지 시위에 나선 학생들에게 고대 당국이 보복을 한 징계였습니다.
2006년에 동덕여대에서는 무기정학이 있었죠. 등록금과 학생자치 탄압에 대한 항의로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에게 내린 징계입니다.
2006년에 항공대에서도 무기정학이 있었습니다. 역시 등록금 투쟁 와중에 본관을 점거했기 때문이죠.
2006년에 외대에서도 무기정학이 있었습니다. 학교 당국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네요. 어이가 없죠.
이것이 21세기 한국 대학의 현실이었습니다.
출교당했다가 나중에 '고대녀'로 널리 알려진 김지윤 씨. |
출교 때 삭발하는 모습. |
어떻게 됐을까요?
출교당한 고대생들은 2년 간의 천막 농성 끝에 소송에서 연전연승하며 복학했습니다. 출교 징계를 내린 어윤대 총장은 연임을 시도하다가 떨어졌습니다.
‘전문경영인형 대학 총장’의 대명사로 꼽혀 온 어윤대 고려대 총장이 13일 새 총장 후보 자격심사에서 교수들로부터 부적격자로 지목돼 탈락했다. … 영어 강의 비율을 무리하게 높인 것과 시위 학생들을 강제 출교시킨 것이 어 총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의견도 있다.
‘어윤대 쇼크’…CEO형 총장 시대 막내리나, <한겨레>, 2006-11-15
위 인용에서 강조는 제가 한 것입니다. 당시 총장 후보들 질문엔 항상 출교를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이 있었으니 뭐 출교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동덕여대 손봉호 총장은 퇴진해야 했습니다. 무기정학은 원천 무효됐고요. 항공대 총장도 퇴진해야 했습니다. 역시 무기정학은 원천무효됐습니다. 둘 다 투쟁으로 이뤄 낸 성취였지요.
외대는 아쉽게도 총장을 날리진 못했지만, 끈질긴 학내 투쟁과 소송으로 결국 복학했습니다.
어쨌건, 중앙대의 몰상식한 징계가 이런 맥락 속에 있다는 겁니다.
대학을 지성의 무덤으로 만들려는 대학 당국
기억나세요? 중앙대에서 진중권 교수를 해임한 사건 말입니다. 바로 그 때 학생들이 항의시위를 했었죠. 본관에 항의방문을 가서 스티커를 붙였어요. 그런데 그걸로 징계 위협을 했었죠.
당시엔 중앙대 당국이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징계를 실제로 하진 못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대가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또다시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왜? 구조조정이란 게 한마디로 '돈 안 되는 과는 없앤다'니까요. 당연히 인문학 쪽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래 인용들을 보실까요?
중앙대는 두산 재단이 들어선 이후 기업식 운영을 속속 도입했다. 이명박의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을 지낸 중앙대 총장 박범훈은 ‘MB맨’답게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이에 걸림돌이 될 만한 요소는 착착 제거해 나갔다. 지난해 여름 진중권 교수를 해임했고 이에 항의한 학생들에게는 징계 위협을 했다. 《중앙문화》구예훈 편집장은 “2008년 두산 재단이 들어왔을 때부터 [학교 당국이] 논조를 문제 삼았고 언론 통제가 심해졌다”고 전했다.
중앙대 당국은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새내기 새로배움터(새터, 신입생 수련회) 개최도 방해했다. 임지혜 총학생회장은 “구조조정을 진행할 때 진보적 총학생회가 목소리를 내는 걸 경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여승주, 대학 내 민주주의 공격 - 저항을 싹부터 자르려는 것, <레프트21>, 2010-02-11
중앙대는 학교가 정한 날짜에 학교의 통제에 따라 신입생 환영회를 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징계 협박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맘대로 새터(신입생 환영회)가면 징계다! 이거였죠.
징계의 직접적 원인은 구조조정 반대 투쟁이었습니다. 이것도 인용을 보는 편이 빠르겠죠.
중앙대 당국이 내세운 징계 사유는 거짓과 억지로 가득하다.
‘교직원을 다치게 하고 폭언을 했다, 휴학생인데 총학생회 집행부를 한다, 2006년에 근신 4개월 징계를 받고도 개전의 정이 없다.’
김주식 씨는 “세 근거 모두 인정할 수 없다”며 퇴학 처분이 부당하다고 말했다.
우선, 직원에게 폭력ㆍ폭언을 썼다는 것은 날조다. 학교 당국이 문제 삼은 3월 22일 학내 집회 때 기자도 상황을 지켜봤다. 학생처 직원이 학생들을 사진 채증했고 이를 발견한 김주식 씨가 사진을 지워 달라고 했다.
그러나 학생처 직원은 사진 지우길 거부하다가 김주식 씨를 때리고 폭언까지 했다. 많은 학생들이 이 상황을 목격했는데도 중앙대 당국은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휴학하고 총학생회 활동을 한 것도 학생들이 논의할 자치기구 문제일 뿐이다.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다 근신 처분을 받은 것을 4년이나 지나 다시 징계 근거로 삼은 것도 황당한 일이다.
사진 채증을 비판하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임지혜 총학생회장은 ‘서면 경고’를 받았다.
여승주, 중앙대 - 부당한 퇴학 처분 철회하라, <레프트21>, 2010-04-22
한 마디로 2006년의 고대, 동덕여대, 항공대, 외대처럼 중앙대 당국은 뻔뻔하기 그지없습니다.
자, 그러면 오늘 한겨레 기사를 보실까요?
중앙대가 학내 구조조정에 반발하다 퇴학 등 징계를 받은 학생들을 도우려던 동문 변호사들에게 ‘징계 학생들을 지원하면 학내 고시반인 승당관 지원을 끊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경 기자, 중앙대 “퇴학생 소송 도우면 교내 고시생 지원 끊겠다”, <한겨레>, 2010-08-12
와우~ olleh~!
△중앙대도 명밥이처럼 유치해지는 거야?
나참- 어이가 없어서.
초딩도 울고갈 유치함에 박수가 나올 뿐입니다.
진짜 고시생 지원 끊어?
(자자, 흥분해서 여기부턴 경어체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냥 편하게 쓰겠습니다.)
고시생 지원 끊을지 살펴보기 전에 일단 짚을 건 짚어야 겠다.
중앙대 출신 변호사들이 퇴학당한 학생 소송 도와주는 거랑 중앙대 고시생들이랑 무슨 상관이래?
이건 뭐, 애들 데리고 협박하는 거냐? 고시생이 볼모냐? 천박하기 짝이없어서 다시 한 번 박수.
중앙대 당국이 학생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딱 보여주는 것이므로 다시 한 번 박수.
자, 이쯤하고.
사시 합격생 숫자는 학교 프라이드 중의 하나다. 이런 걸 실제고 할 리가 없다.
뭐 미친 척하고 할 수도 있겠다. 중앙대 당국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걸 할 리 없다는 거다.
아차, 미쳤다고 볼 수 있나? ㅎㄷㄷ;;
여튼간에, 말이 되는 걸 가지고 협박을 하든말든 해야지 이거 나참.
진중권 해임에 항의하고, 돈 안 되는 과 없애버리는 거에 반대한 중앙대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퇴학? 철회될 거다. 어이가 없다. 우리나라 법원이 삼성 앞에선 껌뻑 죽어도 그래도 두산 정도(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하면서 이런 구조조정과 징계 드라이브에 시동이 걸린 거다)엔 안 죽을 거다. 그러니 걱정 말라.
물론, 계속 사회적 이슈화를 시켜야 법원도 두산 눈치를 안 볼 수 있을 거다. 삼성이야 사회적 이슈가 되든말든 회장님 말이 짱이고.
참, 중앙대 당국이 타워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항의 농성을 한 학생에게 2천 5백만 원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는데 그건 실제로 했는지 모르겠다.
했다면 님좀짱.
박범훈 총장 퇴진당하길 기원한다.
△총장 퇴진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는 중앙대 박범훈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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