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임금 귀족으로 묘사하며 비난하고 있다. 비난할 논리가 어지간히 없었나보다. 비정규직을 고임금이라는 논리로 비난하다니!
조선일보는 현대차 비정규직들이 연봉 4천만 원의 고임금을 받는다고 했단다. 어이가 없다. 1
[사진]현대차 사측의 태도에 항의하며 분신한 황인화 동지. 노동귀족?(출처는 레프트21 http://www.left21.com/article/8882 )
18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잔업특근 다하고 주말에도 일하면 가까스로 4천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차! 조선일보의 비정규직 해법을 발견한 것 같다. 잔업 특근 철야를 통해 고임금 귀족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우선 조선일보 데스크부터 적용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나는 그 대안을 지지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안 하겠다. 조선일보 데스크부터 솔선수범하길.
여튼, 현대차 이경훈 지도부가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를 안 하고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일 법하다.
1. 어라 현대 같은 강성노조가 왜?
2. 역시 싸가지없이 자기 이득만 챙기는 현대 정규직!
자자, 편의상 내가 반박하려는 두 가지 반응만 든 것이니 진실을 알고 있는 많은 분들은 내가 협소하게 반응을 분류했다고 화내지 마시기 바란다 ^^
조중동은 현대차가 파업할 때마다 "비정규직의 고통은 외면하고 자기 배만 불리는 노동귀족!"이라고 욕해 왔다.
고임금? 상대적 고임금이라 해도 정규직의 연대 덕분
현대차 비정규직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이라면 그건 정규직 노조가 파업할 때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요구해 관철해 왔기 때문이다. 요구하지 않았더라도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 비정규직에 영향을 미치므로 역시 정규직 노조의 영향이 일부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다.
조선일보는 전에는 사실을 왜곡해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돌보지 않고 밥그릇 파업만 한다. 이기적이다!' 하고 비난했다. 그런데 사실은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을 도와 왔다.
이제는 비정규직이 투쟁하니까 '저자식들 고임금 노동귀족이다!' 한다. (솔직히 연봉이 4천이라고 해도 그걸 귀족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연봉 4천이 파업하면 배부른 파업이냐?)
정규직 ’이기주의’를 부추겨 정규직도 죽고 비정규직도 죽기를 바라는 조선일보
이런 정신분열증적으로 모순된 태도를 꿰는 진실은 한 가지다.
▶ 조선일보는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의 임금인상을 바라지 않는다. 투쟁을 싫어할 뿐 비정규직의 고통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정규직을 비난할 때 이용해 먹으면 그뿐.
자, 이런 논리를 적용하면 조선일보의 태도가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일보가 찬양했던 이경훈, 역시 나쁜 놈이었다.
지금 현대차 정규직 노조 위원장 이경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는 파업을 사실상 반대했다. 다음 기사를 참고하라.
이어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은 “다들 선동만하지 책임은 지지 않는다. 지금보다 수위를 높이는 것은 아름다운 연대도 해칠 수 있다. 파업ㆍ잔업 거부ㆍ특근 거부 등 모두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수위를 높이게 되면 사흘에서 닷새 만에 박살날 수 있다”며 금속노조의 연대 투쟁ㆍ연대 파업에 사실상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자, 이런 놈이 처음 현대차 정규직 노조 위원장에 당선했을 때 조선일보는 뭐라고 썼을까?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투쟁보다는 조합원의 권익을 우선하는 후보가 신임 위원장에 선출된 것이다. 현대차 노조에서 중도 실리 후보가 강경파를 누르고 위원장에 당선되기는 1994년 이영복 전 노조위원장 당선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민주노총의 핵심사업장인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그동안의 강경투쟁 노선에서 탈피할 경우 국내 노동운동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조선일보,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 15년만에 중도실리 후보 당선, 2009.9.25,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9/25/2009092500724.html
내가 쓰레기 신문엔 링크를 주지 않는데 이번에는 들어가서 직접 확인해 보라고 주소를 적었다. 다만, 절대로 광고를 클릭하지 말기 바란다.(주소를 적은 이유는, 링크를 걸어 주면 조선일보의 페이지 랭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위 인용글에서 '투쟁보다는 조합원의 권익을 우선하는 후보'라는 데 강조가 돼 있는 것은 내가 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선동방식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참고하라고 강조했다. 투쟁과 조합원의 권익이 반대되는 것인 양 묘사했다. 이것이 주장없이 주장하는 방법이다. 모든 주류 언론이 취하는 태도다. (자세한 내용은 서평,《9시의 거짓말》을 읽어 보면 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조선일보가 이경훈의 당선을 축하한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차 노조가 "정규직 이기주의"에 물들어 비정규직을 외면하고, 다른 한 편으론 투쟁을 자제해 임금을 낮추는 효과를 내기 바랐던 것이다.(이경훈은 '조합원의 권익'도 챙기지 못했다. 자세한 내용은 "현대차 무쟁의 타결에 대한 현장의 반발, “실리를 챙겨주겠다더니 임금 동결을 받아 왔냐”"를 참고하라.) 그리고 이제 그 바람대로 이경훈은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하려고 하고 있다.
오히려 조선일보다 '이기적'이라고 매도해 마지않던 금속노조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파업을 하기로 결의했다. 물론 이번 결정도 화끈하진 않지만, 적어도 조선일보가 찬양한 이경훈보다는 훨씬 나은 결정이다.
대의원 75.3퍼센트가 연대 파업에 찬성했다고 하는데, 이건 압도적인 수치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 사측이 보낸 구사대를 막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엄호했다는 건 이미 많은 언론에서 보도한 바다.
대기업 정규직이 이기적이다? 그래, 노동자 서민의 입장에서 이기적이다. 여기서 '기己'는 '노동자 서민'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하면 되겠다.
하지만, 남의 등골을 파먹으며 자신의 배만 불린다는 의미에서라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익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익이 일치한다는 점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
노동자 서민(그게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의 등골을 빼먹으며 자기 배만 불리고 있는 자들은 조선일보 사주 방상훈을 비롯해 정몽구, 이명박 등 이 땅의 지배자들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했으면 좋겠다.
이들이 바로 이 땅의 희망이다.
추가정보
추천글이다. 레프트21에서 발행한 소책자인데 500원에 판매하는 거다. 온라인에 PDF로 공개해 뒀다. 제목은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은 정당하다 - 지지와 연대를 건설하자”다. 다운받아 보기 바란다.
이건 다음 아고라의 청원 서명 페이지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지금 현재를 알리고싶어요 이슈 청원 페이지 가기
다음 아이디 있는 분들은 꼭 서명했으면 좋겠다. 이런 서명이 많아지면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
아래는 내가 애독하는 진보언론 레프트21의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집중이슈 페이지다. 많은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올라 온다.
- 정확히 말한다면 검증없는 현대차 사측 말 받아쓰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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