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은 철거민들이 밥먹고 있을 때 집을 부수고, 그것을 정의라 부른다.
화면은 ‘지식채널E’ 조세희 편 중에서.
미친 일이 벌어졌다. 경찰 진압 중 철거민 5명이 죽었다. 죽은 사람이 더 있을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제 이명박 정권은 강부자 고소영 정권에 이어, 살인정권이라는 딱지도 함께 달게 됐다.
자세히 아는 게 많지 않다. 언론을 주시할 뿐이다. 블로거뉴스에서 ‘철거민’으로 검색해보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를 다룬 ‘지식채널E’ 방송이 나왔다. 보다가 눈물이 나왔다.
태섭생각, ‘아직 끝나지 않은 '난장이 가족'의 이야기’
위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영상이 나온다. 꼭 보고 와우 한 표 주고, 다음 블로거뉴스에 추천도 하고, 퍼가서 활용도 하고, 그러길 바란다.
생존을 바랐던 사람들
조중동의 시각에 영향받은 사람들은 또 말할 거다. “돈에 미쳤구만. 돈에 환장해서 죽었구만.” 물론, 그러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 안다. 지금 다음 블로거뉴스에 올라오는 글들은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있다. 그러나 저런 인식을 접할 수 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저런 말을 들으면 차분한 이성적 설득보다 분노가 앞설 것 같지만, 그래도 몇 마디 붙여 본다.
철거민들...'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언제나 '몇푼의 보상금 더 받아 쥘려고' 목숨거는 사람들로 비춰지곤 한다.
최소한 내가 겪었던 철거민들은 그런 사람은 없었다.
미쳤다고 돈 몇푼때문에 '화염병'을 들고 '짱돌'을 들고 경찰과 맞짱 뜨겠는가.
<한겨레> 허재현 기자의 보도를 보면 “강제 철거를 하기 전에 상인들의 임시 주거와 생계를 위한 임시 시장을 마련해달라”는 게 철거민들의 주장이었다고 한다. 별이아빠님의 설명을 덧붙여 보면 수긍이 갈 거라 생각한다. 좀더 철거민들의 처지를 알고 싶다면 다음 글을 참고하라. (참고 : 집값 폭락에도 아랑곳없는 고가분양-철거민은 봉인가?(세상을 향하여))
별이아빠님의 설명이 정곡을 찌르므로 내가 굳이 중언부언하지 않겠다. 제발 상식적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재구성해 보는 현장 상황
현장 상황을 잘 알려면 철저한 현상조사가 가장 좋은 길이겠으나, 내가 그렇게 할 수는 없고, 언론 보도된 것을 가지고 내 경험에 맞춰 재구성해 본다.
<한겨레> 허재현 기자의 기사를 보면 “20개 중대 1600여명의 경찰이 현장을 통제” 중이라고 한다. <경향닷컴>의 보도를 보면 “경찰은 이날 새벽 시위 진압을 위해 18개 중대 1400여 명과 경찰특공대 49명, 살수차 2대를 투입”했다고 한다. 오늘 새벽, 철거를 반대하며 건물 위로 올라간 철거민들은 고작 30명이었다. 30명 대 1400명. 이게 힘의 차이다. 이게 이명박식 민주주의다.
<경향닷컴>의 같은 기사를 보면 다음 설명이 나온다. (답답하면 그냥 경향 기사를 보면 된다. 가장 자세하게 나와있다.)
전국철거민연합회 관계자에 따르면 건물 옥상에 농성용 망루를 설치했는데, 경찰이 이 망루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불이 붙었고 시너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가 보기에 이건 100퍼센트 과잉진압이고 무리한 진압이다. 용산 철거 문제의 속사정을 깊이 알지는 못하겠으나, 살던 사람들을 아무 대책 없이 꺼지라고 했을 테고, 재벌들은 재개발을 통해 떼돈을 벌 생각을 하며 깡패들을 사서 보냈을 거다. 그리고 경찰들도 철거민 편은 아니었을 거다. 내가 한 철거민에게 몇 년 전에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건설사가 보낸 깡패들이 와서 한참 두드려 맞으면서 싸우고 있는데, 경찰들이 온 거야. 살았다 싶었지. 그런데 이게 뭐야, 경찰들이 우리를 폭행죄로 잡아가는 거야. 경찰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이 분은 지금 돌아가셨다. 한 많은 세상, 한 많게 돌아가셨다고 한다. 출처가 의심되면 믿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직접 조사해 본다면 충분히 개연성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다.
아마 철거민들은 깡패들하고도 싸우고, 철거하러 온 놈들과도 싸우고, 경찰들과도 싸웠을 거다. 그러다가 힘에 부치자 목숨을 담보로 싸울 수밖에 없었을 거다. 시너통을 놓았다는 것은, 거의 그런 지경까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도 시너통을 놓았다는 것은 끝까지 경찰들의 인간성을 조금이나마 믿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경찰은 그 기대를 철저히, 아주 철저히 배신했다. 이들은 시너통에도 아랑곳없이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것이고, 당연히 이런 조심성 없는 진압 속에서 쌓아놓은 시너로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은 커졌을 거다. 그리고, 그게 실제로 벌어진 거다.
죽음을 각오하고 생존을 지키려 한 철거민들을 탓할 수 없다. 누가 내 앞에서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아구리를 막아버릴 거다.
한 교수는 항상 학생들 앞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비웃었다. ‘결사반대’, 죽음을 결의했다고 해놓고도 죽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봤다고 말이다. 그 교수, 철거민 소식을 들었다면, 지금은 어떤 생각일까? ‘결사’로 싸운 결과 진짜 죽었으니, 말과 행동이 일치했다고 칭찬할까? Cbal.
이들도 사람이었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망자 가운데 1명은 인근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던 50대 남자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망자 1명은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50대 남자로 알려졌다.
<경향닷컴> 위의 기사
이들도 가족이 있었을 거다. 다만, 사람이 안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도 밖에서는 건물을 부수는, 이 현실에 분노했을 거다. 살 길도 마련해주지 않고 국민을 무조건 길거리로 내쫓아, 마른하늘에 날거지를 만드는 국가가 이해되지 않았을 거다.
살기 위해, 가족을 위해 싸웠을 거다. 그리고 국가는 “그런 너희는 쓸모 없어” 하고 말하며, 그들을 죽으라 했다. 죽어도 상관없는 목숨취급했다. 그리고 그들은 죽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왜 자꾸 나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이명박이 겹쳐 보이고, 억압받았던 상큘로트들과 우리가 같은 것처럼 느껴지는가. 나의 과대망상인가 국가의 잘못인가.
<동아일보>는 이 비참한 소식을 다룬 기사 말미에 다음 말을 덧붙였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사거리에서 용정사거리구간 양방향이 통제돼 한강대로를 지나는 차량들이 용산역으로 우회하면서 이 지역 일대는 극심한 출근길 교통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조창현 기자, 용산 철거민 시위 해산과정서 4명 사망, <동아일보>)
할 말 없다. 오물만 쏟는 더러운 그 입 다물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내가 하고 싶던 말을 벌써 한 블로거가 있어 소개한다 : 이명박 대통령은 애도할 틈도 없나? - 진상파악부터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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