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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평

예멘 참사, 이명박은 진정 원인을 모르나

김선일, 그리고 선교사들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진절머리 난다. 자국민이 테러의 희생양이 되었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는 부정직한 정부를 볼 때마다 짜증이 솟구친다.

이들은 정말로 원인을 모르는가? 이들은 정말로 자살 폭탄 테러범이 ‘미친 놈들’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말로 원인을 모르는가? 정말로 모른다면 그 무식함과 무심함에 치떨리고 알면서도 모르쇠하는 것이라면 그 파렴치함에 치떨릴 뿐이다.

보통 사람들, 제한된 정보를 가진 사람들이야 자살 폭탄 테러를 액면 그대로 ‘미친 놈들’의 정신병적 소행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G20 대한민국, 세계에서 최상위권 정보력을 가진 나라가 ‘모른다’고 하면, 그리고 그냥 ‘미친 놈들’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무책임함과 무식함이 도를 넘은 것이다.

예멘, 비극의 역사

이 글은 〈레프트21〉의 기사,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예멘 테러를 낳았다(김용욱, 2009.3.20)’를 주로 참고해서 썼다.

예멘은 1967년까지 영국의 식민지였다. 나이좀 먹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1980년대까지는 우리나라와 함께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분단국이기도 했다. 1980년대에 비로소 통일이 되면서 예멘 사람들은 좀 희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환상은 1991년, 미국이 걸프전을 일으키면서 깨졌다. 걸프전은 중동 정세를 무지하게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전쟁이었다. 어제까지 독재를 후원하다가 갑자기 독재자라면서 전쟁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후세인을 이 때 제거하지도 않았다. 죄없는 민간인들만 죽었다.

언제나 미국은 이런 식이다. 독재자, 테러 수장을 탓하면서 민간인을 폭격하고 정작 자신이 원인으로 댓던 그 자는 잡지도 않는다.

빈 라덴은 아직도 잡히지 않았는데,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접경 어디쯤에 숨어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지역은 미국의 아프간 침공으로 탈레반의 영향력이 강력해진 곳이다. 파키스탄 군대 수만 명이 여기 들어갔다가 작전에 실패하고 나왔다. 파키스탄 정부는 잘 알다시피 이런 식으로 민심을 잃어서 무너졌다.

후세인은 이라크 전쟁이 일어난 지 몇 년만에 붙잡혀 처형당했다. 그조차도 이라크 저항이 만만치 않았던 탓에 급하게 추진됐던 것이다. 미국이 후세인을 잡는데 얼마나 무심했는지 말해 주는 것이다. 후세인 재판도 웃겼는데, 후세인이 미국의 후원을 받아서 사람들을 학살한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아주 작은 부분만 혐의로 씌워 사형시켰다. 그랬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후세인 자신이 미국의 파렴치함을 잘 아는 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재빨리 죽인 것이다.(관련기사 : 김용민, 후세인 재판 - 이라크인이 아니라 점령군을 위한 재판, 격주간 〈다함께〉, 2005.10.26

결국 그 지역 독재자에 의해 신음하던 민간인들은 폭격으로 수없이 죽고, 그 독재자는 제대로 처단당하지도 않은 채 새로운 독재자가 들어선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이게 미국이 벌인 전쟁의 실체다.

미국의 보복

분명히 말한다. 미국민 전체의 잘못도 아니다. ‘우리 모두의 탐욕’이 낳은 결과도 아니다.(난 이런 식의 책임 흐리기가 싫다.) 한 줌도 안 되는 석유재벌과 미국 제국주의의 이해관계자들 ㅡ 부시, 럼스펠드 등, 그리고 거기 기생하려는 아류 제국주의 국가들의 숟가락 올려놓기(바로 여기 노무현과 이명박이 끼어있다)가 테러라는 비극을 낳았다.

예멘은 1991년 걸프전에 반대했다.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예멘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예멘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그렇다고 예멘 지배자들이 정의로운 것도 아니다. 그들이 정의로웠다면 예멘에 대한 미국의 경제보복에 나름대로 지혜롭게 대처했을 것이다. 그들은 한껏 쫄아서 미국에 붙었다. 그들 자신의 부패도 엄청났다고 한다. 국가 예산의 25%가 부패로 낭비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소말리아 침공

2007년 아프리카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에티오피아를 시켜 소말리아를 침공한다. 소말리아는 오랜 내전 끝에 이슬람주의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이들은 독립군 비슷한 세력으로, 이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가 그나마 소말리아에서 안정된 시기였다. 그러나 이들은 ‘독립적’이었다. 즉, 미국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다시 전쟁이 시작됐고, 힘없는 이들은 무너졌다.

소말리아 난민들이 에티오피아로 들어왔다. 이들의 가슴에 무엇이 남았을까? 인류애? ㅇ까라. 증오와 적개심, 분노가 남았을 뿐이다. 예멘인들은 이들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탐욕의 끝

테러와의 전쟁. 이것은 미국 지배자들의 탐욕을 감추기 위한 허울좋은 말이다. 그리고 이 탐욕에 한 숟가락씩 올려놓은 자들 ㅡ 노무현, 이명박, 토니 블레어 등등 ㅡ 은 자국민을 겨냥한 어떤 테러에 대해서도 애도할 자격이 없다.(잘못을 뉘우치고 있지도 않으니까 더더욱!)

석유라는 기이한 자원때문에 눈물이 끊이지 않는 지역, 중동. 어릴 적 중동 국가들은 돈벌이 잘 되는 석유가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던 것은 철없는 생각일 뿐이었다. 그들은 오히려 이따위 석유 다 가져가버리라고 절규한다.

석유 패권, 그리고 효과적으로 석유를 장악하고 강력함을 보여주려는 군사적 야심. 그리고 이 군사적 야심에 편승하려한 시덥잖은 자들이 바로 예멘에서 죽은 무고한 한국인들을 죽인 공범이다.

그래서 나는 이명박의 모르쇠에 분노한다. 노무현의 잘난척에 분노한다. 그들은 자국민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의한 전쟁에 참전했다.

무식한 것인가 파렴치한 것인가.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지도자로서의 자격은 없다는 것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덧)얘기하다보니 최근 정황을 말 못했다. 내가 추천한 기사를 보면 잘 나와있겠지만, 이번 사건은 최근 이명박 정부가 소말리아에 파병한 것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소말리아 전쟁을 바로 옆에서 겪은 예멘인들이 보기에 이명박의 한국은 어땠을까?

조선 말기, 너도나도 조선에 파병했을 때 조선인들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나는 차마 평범한 예멘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꽃다운 열여덟에 자신의 목숨을 던졌을 그 소년의 증오도 차마 ‘미친’ 것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다만 그들은 걷잡을 수 없는 분노 외에는 배울 수 없었던 것, 이 비극의 원인을 제대로 알 수 없었던 것, 그 잘못이 있을 뿐이다. 그것조차 잘못이라 할 수 있을까.

누구를 탓해야 하나. 나는 지금 이 순간, 이명박을 대표로 한 이 나라 지배계급이 증오스럴 뿐이고, 오바마라는 신선한 스타로 간판을 교체한 지구 대표 지배자들 ㅡ 미국의 지배자들이 증오스럴 뿐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를 참고하라 : 김용욱,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예멘 테러를 낳았다, 레프트21, 2009.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