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임박’ 전망 확산…시중금리 줄줄이 올라 ─ 한겨레 기사의 제목이다.
말이야 틀린 말은 없다. 출구전략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니, '사실' 보도고, 시중금리가 줄줄이 오른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당연히도 언론은 보도할 만한 내용을 주체적 입장을 갖고 보도해야 한다. 저런 전망이 확산되는 것을 보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것이다. 경제 관련된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이 읽을 때 저 기사는 ‘한겨레가 경기 회복을 알려 주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될 것이다.
아마 모두가 '출구전략'을 말하는 시점에 한겨레만 엇박자를 내는 게 힘들었을 수도 있다. 한겨레가 케인즈류의 '소비 심리'나 '투자 심리'를 중시하는 입장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희망적인 건 말하고 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조중동의 위선을 볼 때보다 한겨레의 엇박자를 볼 때 좀 더 심장 떨린다.
경기 낙관론은 틀렸다
미국에서 상위 10퍼센트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 1917~2006 / 출처 : http://www.left21.com/article/5822 - 정성진 교수는 이런 지표를 보면 미국 경제가 위기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말로 긴 글은 못 쓰겠고, 몇 가지 근거만 대면서 아직 경기 회복을 기대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싶다.
얼마 전 맑시즘2009에서 크리스 하먼은 이렇게 말했다.
CNN에서 요즘 방영하는 경제 프로 제목이 <경기 회복으로 가는 길>입니다. 오늘 아침 프로에서는 남한의 경제 여건이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좀더 수준 있는 경제 전문가들은 위기에서 어떻게 탈출할지, 탈출한다면 언제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인정합니다. 그들은 은행에 쏟아부은 수조 달러가 은행 시스템을 정상화하기에 충분한 돈인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들은 그 많은 돈을 결국은 어딘가에서 회수해야 하며, 다른 대안이 없는 한 평범한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서 회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크리스 하먼, 자본주의는 왜 고장났고, 대안은 무엇인가?, <레프트21>, 2009-08-13
경상대의 이정구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 위기의 발화점인 미국의 주택경기는 아직 회복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2009년 5월 미국 20대 도시의 케이스-쉴러(Case-Shiller) 주택가격지수는 자유낙하는 모면했지만(전달 대비 0.5퍼센트 상승) 지난해 동기에 비해 17.1퍼센트 하락했다. 루비니 교수는 “취약한 노동시장” 때문에 “주택가격이 앞으로 13~18퍼센트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택시장이 회복하기는커녕 2차 부동산 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 진원지는 바로 상업용 부동산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총 6조 7천억 달러 규모로 미국 국내총생산의 1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호텔과 상가 등을 담보로 한 대출에서 연체와 채무불이행이 늘고 있고 이 때문에 금융권의 차압이 급증하고 있다.
이정구, 경기회복론의 신화와 진실, <레프트21>, 2009-07-31
IMF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3%에서 -1.5%로 상향조정했다고 한다. 상향조정이지만, 이게 경기회복의 신호는 아니다.
핵심은 이거다. 거품은 아직 모두 제거되지 않았다. 이 거품은 언젠가 꺼질 것이다. 2000년부터 이런 경고가 있었다. 결국 2009년에 한 번 터졌다. 다음에 터지는 것은 더 빨라질 수 있다.
두 번째 핵심은 이거다. 일단 경기의 자유낙하는 막은 듯하다. 그런데, 비용이 엄청나게 들었다. 은행은 정부에게서 엄청난 돈을 받았다. 정부는 그럼 이 돈을, 누구에게서 회수할까? 조금만 건드리면 망할 수도 있는 은행? 아니다. 서민들에게서다. 유리지갑 회사원들에게서다. 따라서 서민들의 경제는 하락할 것이 뻔하다.
이명박이 쌍용차에 목숨 건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경기가 모두 회복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명박은 이렇게 미쳐 날뛰는 것이다. 위기감과 공포감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들은, 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우리 삶을 지킬 수 있다.(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다함께 같은 진보정당/사회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주식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개미들은 주식이 언제 꺼질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 자기가 천운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예 하지 마라.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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