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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명박 지지율, 더 오를 일 없다

이명박 지지율에 올랐다. 이명박의 그간 지지율에 비하면 청와대와 한나라당 입이 찢어질 만하다. 지지율 7%까지 떨어졌던 게 고작 1년 3개월 전인데, 이제 40%를 넘었으니 말이다.

시간을 두고 추적을 해왔다면 더 명쾌한 자료를 내놓을 수 있겠지만, 시간에 한계가 있었다. 다만, 지지율 상승 원인에 대한 가설을 밝히고, 전망을 밝히겠다. 전망은 간단하다. 더 오를 일 없다.

한겨레의 분석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추이

△출처 : 한겨레 같은 기사

<한겨레>는 중도층 지지 45%로 상승…쏠쏠한 ‘서민 마케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도실용·친서민 노선은 특히 자신을 이념적으로 ‘중도’라고 생각하는 계층에 상당한 호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는데 나는 이 분석에 동의한다.

<한겨레>는 같은 기사에서 우제창 민주당 의원의 말을 인용,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이 일부 실체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썼는데, 맞다. 대표적인 두 가지가 등록금 후불제와 자영업자 세금 감면이다. 정운찬 총리 기용이, 좌파들 입장에서 볼 때야 정운찬의 배신이지만, 중도적 시각의 국민들이 보기에는 이명박의 변화다.

이명박의 노림수

이명박의 노림수는 간단하다. 같은 기사에서 <한겨레>는 "중도실용·친서민 기조는 여의도 정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나라당의 영역을 넓히는 반면에 민주당 등 야권의 운신폭을 좁히는 효과"라고 썼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좀더 부연하자면, 중도ㆍ서민은 민주당의 구호였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무기력하기 짝이없는 틈을 타 민주당의 오른쪽 지지층을 갉아먹으려고 한 것이다. 저들의 구호, 정책, 인재기용이 모두 그 기획에 맞춘 것이다. 그리고 전략은 성공했다. 정세균이 자신을 중심으로 단결하라고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에 상기돼 있는 동안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오른쪽 지지층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달리 이번에는 멍청하게 국민 심기 건드리는 짓을 하지 않았다. 저들은 매우 영리했다.

누가 지지하고 누가 반대하는가

<한겨레> 여현호 논설위원은 [아침햇발] 블랙홀에서 이렇게 말한다.

8월 들어선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0%를 훌쩍 넘는다.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0% 이상이 정부의 서민 대책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여현호 논설위원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투로 저렇게 말한 후,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빈자리가 커서 사람들이 민주당을 대안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이명박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 입장에서 사람들의 이명박 지지는 전혀 불가사의하지 않다. 이명박의 탄압으로 해임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말을 들어 보자.

요즘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40% 나온다는 것을 두고 일부 논란도 있는데 지난 20년 간의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사회에는 늘 한나라당의 가치, 조중동의 주장을 떠받쳐주는 '37~38%+α'의 강고한 세력이 있다.

"이명박정부의 '권력기관 사유화' 매우 심각", <프레시안> 2009-09-07

나는 37~38%+α가 '강고'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이들이 강고하다면 왜 이명박 지지율은 7%까지 내려갔었나.) 정연주 사장의 말은 들을 만하다. 적어도 여현호 <한겨레> 논설위원의 말보다는 실질적이다.

여현호 논설위원의 말에 따라도, 60%가 이명박의 중도ㆍ서민 정책을 뻥이라고 생각하고 나머지 40%가 지지하는 그림이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여론조사가 그렇게 무썰리듯 잘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거친 분석이긴하다. 그러나 내 주장의 핵심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여현호 논설위원의 말처럼 "대통령의 정책이나 현안에 대해선 마뜩잖아하면서도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많은 셈"으로 해석할 이유는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마뜩잖아하면서도 지지를 보내는 이들"은 없거나 소수다.

'국민'은 균질한 집단이 아니다. 여현호 논설위원의 글에서는 국민을 추상화해 단일체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런 류의 글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이건 뭐 정신분열증 환자를 묘사한 그림 같다. 그러나 4천만 명의 '국민'이 다 같을 리가. 이 중에는 이명박 골수 지지자도 있고, 이명박 골수 반대파도 있다. 그리고 중간 즈음에서 확고한 양쪽 편의 의견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유동층이 있다. 이들이 어디로 분위기를 타느냐가 핵심이다.

착시효과

그래서 지금 사람들이 이명박 지지율 상승에 좌절(?)하는 이유는 한 마디로 착시효과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왜 착시효과인가? 이명박 지지율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이제야 겨우 회복한 지지율을 두고 놀라는 것이다.(물론 저 지지율 중 일부는 민주당 오른쪽에 있던 지지자들을 가로챈 것일 터. 그러나 그것도 한자리 수를 넘지 않을 것이다.)

이제야 겨우 중간쯤 하게 된 이명박에게 박수를 보내자. 짝짝짝.

앞날은 순탄치 않다

내가 이명박 지지율이 더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더이상 뺏을 중도층이 없다. 일단 이명박의 중도ㆍ서민 행보의 효과는 다됐다. 그럼 다음 카드가 필요하다.

이명박의 중도ㆍ서민 행보에 대해 재벌들은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재계는 일단 관망, <한겨레>) 이명박은 재벌들도 한 번 달래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 대립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노동계급에 대한 문제다. 한국의 노동계급은 1500만에 달한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계급이다. 경제가 한숨 돌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위기 국면이다. 얼마 전 루비니 교수는 '더블딥 가능성 점점 높아져…앞날 험난할 뿐"이라고 했다. 한국 제조업이 누리던 환율 특수도 언제 끝날지 모른다.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은 불가피하다. 이명박은 그 때를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 터. 그리고 노동자들과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지지율 하락은 불보듯 뻔하다.(물론, 노동자들이 싸운다는 전제 하에.)

관리의 성공

정리하자면, 이명박이 지지율 관리좀 했다. 그래서 올랐다.

지지율좀 올랐으니까 이제 다시 공격들어올 것이다. 그럼 당연히 또 지지율 떨어질 거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