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이스라엘 침공의 배후에는 미국의 패배가…

이번 침공의 배경 ㅡ 총선 득표 노림수만 원인이 아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걸핏하면 폭격을 했던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 폭격은 40년만의 최대 폭격이다.
이번 침공에서 중요한 것은 이게 단순한 폭격이 아니라 전면전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무척 크다는 데 있다.
연합뉴스를 보면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하마스와 전면전을 선포했고, 부총리도 이번 공격의 목표가 “하마스를 전복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이스라엘 나흘째 공습 탱크부대 접경 포진)

팔레스타인은 ‘자치정부’다. 이스라엘이 쌓은 분리장벽 때문에 독자적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지는 않지만, 부족하나마 독자적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우리 일간지들은 하마스를 ‘무장정치조직’이라고 흔히 설명하지만, 정확히 말해 팔레스타인의 정당이다. 이스라엘의 잦은 폭격 때문에 민병대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절대로 테러조직이 아니다. 

즉, 만약 이스라엘이 정말로 팔레스타인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이것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것과 꼭 마찬가지로 한 국가가 한 국가를 침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동안의 온갖 국지전 때문에 개념이 불명확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스라엘은 왜 갑자기 팔레스타인을 침공하는 것일까?
<한겨레>는 ‘‘하마스 제거’는 명분…집권당 ‘총선 득표’ 노림수’라는 기사를 통해 외부 침공으로 내부의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전형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나 내가 보기엔 부족하다.

미국의 중동정책 빨간불이 진정한 원인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 나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미국의 중동 패권 약화다.

이스라엘은 탄생부터 불안정했던 국가다. 중동에서 이스라엘만 빼면 반미의 바다다. 시리아, 이란, 레바논이 반미의 최전선에 서있다. 이들은 정부다.
기층민중으로 시야를 넓히면 사실상 모든 중동의 민중이 반미정서를 심각하게 공유하고 있다.
미국은 중동의 독재정권들을 후원하고, 이스라엘을 이용해 이권을 챙겨왔다.

사우디 왕가는 미국의 후원을 받는 대표적 왕가다. 이건 독재도 아니고 왕이다 왕. 왕정이란 말이다! 입헌군주제가 아니라 왕정이다! 이런 독재정권들은 흔히 친미적 행보 때문에 전혀 인기가 없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입지를 다지기 위해 미국에게 자신이 중동에서 미국의 경비견이 돼 주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6일전쟁으로 국민적 결속력을 과시한 이스라엘을 신뢰하고 후원했다.
다른 중동국가는 정부는 친미적일지 몰라도 국민에게 인기가 형편없기 때문에 미국 마음대로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스라엘은 달랐다. 이번 팔레스타인 침공도 이스라엘인의 81퍼센트가 찬성한다. (물론, 19퍼센트가 찬성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런 연유로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미국의 이권을 지키고, 미국은 이스라엘을 후원하는 공생관계가 정착됐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대외원조를 가장 많이 받는 국가다.

미국의 이라크ㆍ아프간 전 실패

그런데 미국이 새 천년 들어 벌인 중요한 두 전쟁에서 실패했다. 이라크에서 미국은 이라크 내부의 동맹에 의존해 간신히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아주 불안한 상태다.
아프가니스탄은 더 심하다. 수도 카불을 제외하곤 거의 통제가 안 된다. 심지어 미국은 탈레반에게 남부를 거의 다 내주고 있다. (이게 오바마가 아프간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다기도 하다.)
미국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는 데는 중동 현지 세력의 강력한 저항과 세계적 반전운동이 결합한 게 중요했다.
미국의 중동정책이 실패하면서 중동에 섬처럼 떠있는 이스라엘이 곤란해진 것이다.
이렇게되자 이스라엘이 이제는 더 호전적이 됐다. 왜? 미국은 이스라엘이 있으면 좋다. 그러나, 다른 동맹이 있어 안정을 유지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이스라엘을 대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유대인 음모론은 과학적이지 않다. 그것은 그냥 음모론일 뿐이다.) 다만, 당장 대체할 대안이 없을 뿐인데, 만약 미국이 중동에서 어쩔 수없이 천천히 퇴각해야 하는 그림이 나온다면 그림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미국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수혈에 의해서만 살 수 있는 기생국가니까.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미국의 마지막 주는 한국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더 적합할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약화된 이스라엘의 입지가 이번 전쟁을 부른 것이다. 이스라엘로서는 만만한 팔레스타인의 하마스를 전면공격해서 미국이 좀 약화돼 보이더라도 중동 민중이 이스라엘을 함부로 보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미국에게는, “너, 우릴 버리고 떠나면 확 전쟁 싸질러 버릴 거야!” 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바마의 침묵이 그래서 나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내일 쓸 글에서는 팔레스타인 해방의 가능성을 다루겠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더 자세히 알고싶은 분들에게는 다음 문서를 추천한다. 소책자를 통째로 웹에 올린 것인데, 숙독하면 중동문제에 혜안이 생길 것이다. PDF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