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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팔레스타인의 해방전략

팔레스타인 해방의 길은 중동 각국의 기층민중들에게 있다. 사진은 2008년 12월 31일 가자 폭격에 항의하는 수천의 이집트 시위대. 이집트는 독재국가기 때문에 수천이 모인건 대단한 일이다.

혼자서는 힘들다

언젠가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 “팔레스타인 해방이 어떻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나는 당시 별로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제정 러시아에서도 저항이 가능했던 만큼 팔레스타인에서도 저항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그 사람은 말했다. “글쎄요, 팔레스타인의 경제적 비중이 아주 작기 때문에 총파업을 해도 해방은 힘들 걸요.”

실제로 팔레스타인인들은 1차에서 3차에 이르는 인티파다(봉기)로 저항해왔다. 인티파다에는 총파업이 결합됐다. 그러나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이스라엘의 핵심 산업부문(제조업, 통신업, 운송업)은 모두 유대인 노동자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파업은 힘이 딸린다.

무장력에서 둘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보유한 것은 고작해야 로켓이고, 이스라엘은 세계 최강국 미국의 군사원조를 받는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원조기금을 군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존 리즈, 중동 위기의 핵심 쟁점)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 때도 31일까지 전투기를 5백 회나 출격시켰다.

팔레스타인 항쟁이 이집트 정권을 바꾼다면?

중동 정부들은 잘 알고 있지만, 언론들은 잘 모르거나 애써 무시하는 사실이 있다. 팔레스타인 저항은 중동이라는 화약고를 폭발시킬 수 있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폭격하자 전 세계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다음 두 기사가 나름 잘 보여 준다. <저항의 촛불> 것은 한국의 시위를 다룬 것이고, <연합뉴스> 것은 각국의 시위를 종합한 것이다.

기사에 나온 주요 도시와 시위 규모는 다음과 같다.

  • 프랑스 10여개 도시 7천 명
  • 영국 런던 2백여 명
  • 이란 테헤란에서 미, 영, 이스라엘 국기에 방화
  •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앞 5천 명
  • 미국 하와이
  • 튀니지 수도 튀니스
  • 예멘의 아덴
  • 알제리의 알제
  • 불가리아의 소피아

위 목록 중 미국의 시위는 중요하다. 그런데 <연합뉴스>의 기사에는 한국 시위가 빠져있다. 다른 때보다 많은 1백 명 이상이 왔다.

그리스 반정부 투쟁 소식을 검색하다가 그리스에서도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

빠져있지만 중요한 또 다른 시위는 바로 이집트 시위다. 그래서 맨 위에서도 사진으로 부각시켜 놓았다. 이런 시위는 1987년의 1차 인티파다 때 아랍 각국 민중의 분노와 결합되면서 정권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봉기가 일어난 지 2주도 지나지 않아 레바논의 시돈에서 벌어진 시위를 시작으로 요르단ㆍ바레인ㆍ시리아ㆍ터키ㆍ이집트 등지에서 아랍의 학생과 노동자 들은 팔레스타인과의 연대 행동을 통해 자국의 지배자들과, 그리고 그들을 후원하는 제국주의와 충돌했다. 그것은 1988년 10월 알제리에서 일어난 ‘북아프리카 인티파다’에서 절정에 달했다.

제국주의 덕분에 존속할 수 있는 부패하고 무능한 아랍 정권들이 인티파다의 영향을 받은 대중 항쟁으로 인해 붕괴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아랍의 지배자들은 미국에게 압력을 넣어 이스라엘의 양보를 촉구하는 한편, PLO에게는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할 것을 종용했다.

이수현, ‘팔레스타인인들의 민중 봉기’, <저항의 촛불>

이번 시위도 이집트의 경우는 독재자 무바라크에 대한 분노와 겹칠 우려 때문에 아마 정권이 초긴장했을 것이다. 이집트는 올해 초만 해도 독재가 거의 타도될 것처럼 보였다.

이런 이유로 중동의 각국 정권들은 자신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한다. 반미적인 이란은 ‘보이고 싶어할’ 뿐 아니라 실제 이스라엘을 견제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유럽도 변했다. 중동 미국 패권의 약화(이것은 세계 패권 약화를 의미하는데)가 서방 언론들이 거의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비난하게 만들었다.

결론 :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중동 민중의 연대

중동 미국 패권의 약화는 오랜 기간을 두고 진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라크전이라는 일회성 사건으로 보면 안 된다. 이집트, 이란, 이라크 등의 민족혁명, 레바논 헤즈볼라의 항쟁,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 그리고 2000년대 초 반전운동과 현지의 저항. 이 모든 게 결합해 미국 패권에 균열을 낳았다.

이집트는 중동의 중요한 산업국가다. 이 국가의 노동계급이 친미 정권을 교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스라엘의 입지는 크게 약화할 것이다. 그런 정권이라면 이란과 연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라크는 미국이 간신히 진정시켜 놓았지만, 현지의 몇 개 세력들과 동맹을 맺어 간신히 봉합해놓은 수준이다.

레바논은 헤즈볼라라는 최대의 정치조직이 친미정권의 행보를 완전히 제약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석유가 많은 나라지 공업국은 아니다. 사우디 국민들도 미국에 엄청난 반감을 갖고 있다. 빈 라덴이 사우디 왕가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심지어 혜택받는 왕족도 반미정서가 심한데 국민이야 어떠리.

이런 배경 때문에 ‘팔레스타인 항쟁 → 이집트 항쟁과 정권 교체 → 사우디아라비아 정권 붕괴 → 미국의 석유 패권 약화 → 이스라엘의 고립’ 정도의 다소 도식적이지만 현실성있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미국이 중동에서 힘을 쓰지 못하게 되면, 더이상 미국에 이스라엘이 필요치 않게 됨을 의미한다. 적어도 지금처럼 지원할 이유는 없어질 것이다.

이것, 중동 민중의 항쟁이 팔레스타인 해방 전략이다. 이것은 팔레스타인 항쟁을 지지하면서, 중동 각국의 저항을 함께 지지하고, 이 저항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연대를 촉구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 글을 포스팅하고 얼마 안 있어 이집트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집트에서는 반전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나아가고 있다(호쌈 엘하말라위, 이집트 사회주의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