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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솔직히 신해철이 맘에는 안들지만 국가보안법 고발이라니 황당할 따름

집에 돌아와 블로그 코리아를 들르니 인기 태그에 국가보안법이 떠있었다.

강정구 교수 고발, 송두율 교수 고발, 일심회 조작, 헌책방 사장 고발 등 수많은 국가보안법 이슈가 있어왔고, 2004년 말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수천명이 단식을 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이렇게 대중적으로 ‘국가보안법’이란 단어가 회자된 적이 있을까?

경축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솔직히 우익이 고발한 신해철에 대한 내용을 보면 동의할 수는 없다. 어떻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합당한 주권에 의해, 그리고 적법한 국제 절차에 의해 로켓을 발사한 것이 민족의 일원으로서 경축할 일”(신해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김기철, 신해철 씨의 로켓발사 경축 글을 보고, 〈레프트21〉 독자토론, 2009-04-11)

북한이 미국에게 이유없이 제재를 받고, 미국이 심각하게 위선을 떠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북한 민중들이 굶주릴 때 북한의 지배계급이 호의호식하며 로켓 발사 따위에 돈을 쓰는 걸 ‘경축’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내 입장을 밝히자면, 나는 이명박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북한 비난은 심각한 위선이라고 본다. 이들이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 것은 오로지 세계 평화를 위해( -- 무슨 만화 영화 같군 -- ) 노력해 온 전 세계의 반전 운동 진영, 평화 운동 진영 등이다.

우익의 노림수 - 인기 없는 부위에 대한 마녀사냥

그러나 내가 신해철을 방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입장이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범위기 때문이다. 도아님의 블로그에 걸려 있는 경구를 인용해 보자.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 프랑스 계몽 사상가, 볼테르의 삶.

이런 말까지 인용하는 게 좀 거창해 보일지 모르나, 이 상황에 직결되는 내용이다.

신해철, 지난 촛불 국면 때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인기 상종가를 친 후 계속 내리막이다. 입시위주 교육을 비판해 온 그가 사교육 광고에 출연한 것도 좀 충격이었지만 가만히만 있었다면 그의 팬들이 그를 방어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입을 놀리고, 그를 외면하는 팬들이 늘어났다. 솔직히 신해철, 그의 거침없는 소신발언은 인기 비결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중에도 소신 발언이 ‘진보적’이었던 점이 중요했다. 그 ‘진보성’에 그를 좋게 봐 준 사람들이 그에게 실망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국면에서 그를 옹호해 줄 사람들은 그 실망한 ‘진보적’ 그룹이다.

북한은 또 어떤가? 80년대까지만 해도 경제력도 비슷했고, 억압적인 한국 상황 덕에 반사이익을 봤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북한은 그저 극동의 가난한 나라일 뿐이다. 김정일을 위시한 지배계급이야 어떨지 모르지만, 북한 사람들은 굶주리고 있다. 로켓에 들인 돈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기아를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북한은 그런 길을 택하지 않았다.

솔직히, 1930년대의 스페인, 1917년 혁명 직후의 러시아, 그 외의 수많은 사례들에서 인류의 희망을 위해 싸우고 영감을 준 수많은 ‘국가’들은 전 세계 운동의 지원을 받았고, 그 힘을 이용했다면 승리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경우는 체제의 존속을 보장받았다. 베트남의 호찌민이 독립 이후 펼친 정책에는 옹호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지만, 호찌민과 베트콩이 미국의 침략을 격퇴하는 데 서구의 반전운동이 한 기여는 결정적이었다.

북한은 수많은 진보적 ‘국가 운동’이 펼쳤던 세계적 운동과의 동맹을 맺으려 하지 않는다. 북한은 ‘사회주의’라는 수식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에게 인기가 없다. 그건 북한이 펼치는 정책을 보면 잘 알 수 있고, 북한의 실상은 수식과 완전히 달리 실제로 극동의 가난한 독재국가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인기 없는 자들을 좌빨로 몰아 마녀사냥하기. 우익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자유에 대한 탄압

신해철을 우익이 공격하는 것은 명백히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을 노렸기 때문이다. 이것은 최근 강회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 언론 탄압 등과 궤를 같이 한다. 특히 신해철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낡은 칼로 공격하는 것은 이들의 노림수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 준다. 70년대의 냉전 시대로 회귀하고 싶은 것이다.

마녀사냥을 좌시한다면

현재 신해철을 공격하는 우익은, 우리 눈에 코믹할 뿐이다. 그러나 이게 그냥 코믹은 아니다. 뭐, 이명박이 펼치고 있는 수많은 권위주의적, 그리고 황당한 탄압들이 실재하고 있다는 점을 차치해도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격언을 떠올려야 한다.

1950년대 미국은 반공주의가 득세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녀사냥 당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아인슈타인과 찰리 채플린을 감시했다. 이들이 진보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의 우익은 로젠버그 부부를 마녀사냥했다. 이들에게는 간첩 혐의가 씌워졌다. 엄청난 반공주의 때문에 미국의 좌파는 이들을 성공적으로 방어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이들은 죄도 없이 사형당했다.

이런 마녀사냥을 거치며 미국의 좌익은 뿌리가 뽑혔고, 오늘날 미국의 좌파는 너무나도 민주당에 의존적이고 나약하다. 그리고 그 결과 미국의 노조가 약화됐고, 오늘날 미국의 노동조건은 악화됐다.(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고 일컬으며 더 나은 삶을 영위한다고 말하는 유럽과 미국이 다른게 여기에서 연유한다. 좌파들의 존재 여부.)

마녀사냥은…

마녀사냥은 손쉬운 카드다. 지배자들 입장에서는 ‘안되면 말고, 되면 성공!’ 이런 식인 거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이것은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저들의 황당한 마녀사냥을 성공적으로 격퇴하면 다시는 저들이 큰 소리 못 치게 찌그러뜨릴 수 있다. 프랑스 부르주아계급의 마지막 불꽃, 드레퓌스 사건을 보라. 수 년을 끌었던 이 황당한 모함은 결국 프랑스 진보 진영의 승리로 끝났고, 프랑스 혁명은 최종적으로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완성한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이명박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저들이 막무가내로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가? 맞다. 객관적으로 맞다.

그렇다면 이명박을 위시한 저들은 왜 그러는가? 저들이 멍청해서인가? 그냥 불도저 정신을 무장해서 그런가? 아니다.

저들에게는 노림수가 있다. 그리고 절박함이 있다. 소위 ‘좌파 정권’(실제로는 온건 우파일 따름)이 집권하는 시기동안 성장한 민중운동과 그로 인한 민주화 - 이것을 하루빨리 ‘청산’하고 강부자 천국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단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위기 상황과 저들의 강공이 맞물리면서 민중들은 깨어나고 있다. 작년 촛불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다. 그리고 더 큰 운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드레퓌스 사건이 그랬듯이,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데까지 나가자.

신해철 방어 운동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여러 과정 중의 하나일 따름이다. 그러나 신해철을 열심히 방어해야 하는 이유는 있다. 그건 바로 우익이 여기도 저기도 건드리면서 야금야금 민주주의를 좀먹으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공격에 하나로 맞서야 한다.

미국에서 로젠버그 부부가 사형당한 것 같은 비극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자세한 고찰은 다음 문서를 참고하라 :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 - 노동자들의 참여가 핵심이다, 〈맞불〉, 2007-02-08

위 문서에서 인용된 마르크스의 말을 재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신념단속법이란] … 분리의 법률이며, 분리의 법률은 죄다 반동적이다. 그것은 결코 법률이 아니며 하나의 특권이다. 어떤 사람이 행해서는 안 되는 것을 다른 사람은 행해도 좋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 그의 선량한 생각과 그의 신념이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최근의 프로이센 검열 훈령에 대한 논평〉,184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