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한겨레〉를 보다가 교육과정평가원이 지역별 수능성적을 공개했다는 것을 봤다. 한마디로 답답했다.
교육과정평가원에 기대를 걸었다거나 한 것은 전혀 아니다. 국가에 기대를 거는 것은 부질 없는 일이다.(국가는 압박해야 그나마라도 제대로 한다.)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이 때문에 또 상처받았을 이들의 마음을 생각해서다.
방과후 학교에 대한 왜냐면의 기고도 나의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내게 친숙한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떤 아이는 초등학생인데도 죽고싶다고 말했다. “엄마에게는 말하지 말라”고 했다. 나보다 바빴던 아이다.
사교육과 방과후 학교, 둘 다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기고의 내용에 십분, 아니 백분 천분 공감갔다.
땜질처방의 연속
교육과정평가원의 수능점수 공개에 대한 한겨레의 사설, 그리고 왜냐면 기고의 일부를 인용해 보겠다.
결국 정부가 교육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능 성적 공개를 강행한 것은 학교와 학생을 살인적인 경쟁 구조 속으로 밀어넣겠다는 동기밖에 없다.
방과후 교육이 방과후 학교로 정립된 것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때다. 교육분야에 대해 어떤 대책이나 정책도 내놓지 못한 참여정부는 방과후 학교에 올인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사교육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학교 내 과외를 허용하라”고 지시했다. …
그렇게 변질된 방과후 학교에도 학원행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아이들이나 학부모에게 이중의 부담만 지게 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보다는 온갖 사교육의 주범인 대학입시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예컨대 이른바 일류대를 정규수업에서 배운 것만 가지고도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장세진 군산여상 교사, 학생 부담만 키우는 방과후 학교, 한겨레 왜냐면, 2009.4.16
(강조는 내가)
원래가 그런 교육부 관련기관의 ‘대국민 사기극’이야 익숙한 일이지만, 방과후 학교에 대해서는 일부 기대가 없지 않았다.(나는 기대 안 했다.) 그러나 교사의 생생한 증언은 그런 기대조차 부질없는 것이었다는 점을 깨닫게 할 뿐이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것은 공교육이 사교육과 경쟁하는 것으로 이룰 수 없다. EBS와 방과후 학교, 그리고 고전적인 보충 수업은 모두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에 한 가지 고통을 더 추가하는 것일 뿐이었다.
교육 문제에서 핵심을 비껴갈 수 없다. 입시를 철폐하지 않고서는 ‘공교육 정상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왜냐면 기고에서 내가 강조 표시해 놓은 부분도 바로 그 지점을 짚고 있다. “이른바 일류대를 정규수업에서 배운 것만 가지고도 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은 현재의 입시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이룰 수 있는 일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대학 평준화다. 대학 평준화는 불가능하지 않다. 이미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때 서구에서 시행된 일이다. 학벌없는 사회 등에서 꾸준히 사회적 공론화도 이루어졌으며, 구체적인 정책 대안도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라는 제목의 책으로까지 나와있다.
이런 대안을 진지하게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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