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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고대녀’ 김지윤을 세 번째 징계한 고려대 당국

고려대가 또다시 ‘고대녀’를 징계했다. 정확히 말하면 ‘고대녀’와 나를 포함한 7명의 출교생들을 또 징계했다.

‘고대녀’가 전 출교생임은 주성영 의원이 훌륭히 ‘폭로’해서 모두가 아는 사실일 거라 생각한다.

학벌 차별

△출교생들이 표적/보복 징계에 항의해 삭발하던 날, 그 자리에 모였던 300여 명은 꺼이꺼이 목놓아 울었다. 2006년 4월 19일.

2006년 초, 당시 어윤대 총장을 중심으로 막가파 정책을 쓰던 고려대는 병설보건대를 통폐합하고 2~3년제라는 이유로 계속 차별했다. 이게 감정적으로 폭발한 계기가 된 것이 2006년 초에 있었던 학생회 선거에 학교당국이 개입한 거였다.

당시 학생들끼리는 병설보건대 기존 재학생들도 투표에 참가하는 것으로 결정했고, 이대로 투표를 진행하려고 했다.(총학생회니까. 하나의 학교당국, 하나의 총학생회 - 당연하잖아?) 그런데 느닷없이 ‘보건대생 투표권 무효!’를 선언한 학교. 갈등은 필연이었고, 고려대 당국도 이런 갈등이 생길 것을 예상 못 했을 거라 볼 수 없다. 한마디로 학교당국이 학생들을 낚은 거다.

당시 고려대 보직교수들의 막말은 가히 황당 그 자체였는데, ‘보건대생들이 본관에 들어온 것은 무단침입이다’, ‘고대생만 남고 다 나가라’ 등등 최강은 ‘2~3년제랑 4년제랑 어떻게 같니?’였다.(이 학벌주의가 나를 더 분노케 하지만, 사실 보건대생들이 같은 취급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그렇게 보건대생들을 열받게 하니 이 사람들이 17시간 동안이나 본관에서 교수들과 실랑이를 하며 버텼다. 근데 실랑이의 내용이란게 어이없다. 학생들이 가져온 요구안을 학생처장이 안 받는다고 매몰차게 거절했고, 받아라, 안 받는다, 안 받으면 비킬 수 없다, 비켜라 이런 거다.

어이가 없을 뿐이다. 사회적으로 보자면 ‘최고의 지성’에 속하는, 고려대의 교수가 요구안 한 장을 안 받겠다고 하면서 학벌주의적 막말을 해댔다.

출교, 퇴학 …

그런데 어이없던 것은 보건대생들은 징계를 안 당했다. 안암 학생들 7명이 출교당했다. 출교는 호적을 파버리는 거다. 퇴학은 재입학할 수 있지만 출교는 못 그런다. 다닌 적이 없는 게 돼 버리는 거다. 고대생 300명이 모여서 꺼이꺼이 울었다.

왜 고대녀를 포함한 7명이 출교를 당했냐? 이명박이 하는 짓과 똑같다. 노종면 위원장 구속, 이춘근 PD 구속과 똑같다. 이들이 그간 고려대 당국의 잘못을 핵심적으로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출교생 7명은 2005년 이건희 명예철학박사학위수여 반대 시위와 연관 있었다.

당연히 근거 없는 출교였고, 법정은 총 4번이나 학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솔직히 대한민국 법정이 별로 공정하지 않다.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하다. 고려대는 강자다. 그런데 학생들 손을 4번이나 들어줬으면 볼짱 다 본 거다. 학교당국이 정말 비합리적으로 징계한 거다.

그런데 어쩌다 4번이나 재판에서 이겼냐, 대법원까지 간 거냐? 아니다. 처음 출교 무효 판결이 나오자 학교당국은 즉각 항소했다. 학생들이 일단 학교를 다니게 해달라고 출교 무효 가처분 신청을 해서 또 승소했다. 그러니까 학교당국이 이거를 퇴학으로 바꿨다. 그래서 다시 퇴학 무효 가처분 신청을 했다. 또 승소했다. 그래서 결국 복학했다. 그리고 얼마 전 퇴학 본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학교당국은 항소를 포기했다. 이 기간 2년 동안 천막농성을 했다.

그리고 무기정학

학내에서 등록금 시위하고, 이건희 박사학위 주는 것에 반대했다고 표적징계해서 2년을 허송세월하게 해놓고서 이제는 “그 기간은 원래 무기정학이었던 거야, 그래- 그게 맞겠네. 무기정학이면 적당하지?” 이렇게 말하는 것이 고려대 당국,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이들의 수준이다.

법정에서 밝혀진 바를 보면 출교생들은 견책 일주일을 받거나 유기정학 1개월을 받은 다른 학생들과 다를 점이 없다. 그러면 당연히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최대 유기정학 1개월을 줄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학교당국은 어쩐 일인지 무기정학 2년이라는 판결을 내놨다. 최소한의 합리성도 없는 것이다.

고려대 강경파들에게 바치는 학교당국의 속죄양?

우리 출교생들이 낸 유인물에는 이렇게 써 있다.

이런 결정은 출교와 꼭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학생들 전체를 겨냥한 것입니다. 여전히 높은 등록금에 신음하는 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26일, 고려대 학내 집회에서는 5백 명의 학생들이 모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단과 일부 교수들은 이번 징계 결정을 이용해 저희를 속죄양삼아 학생들의 목소리 내기에 강한 경고를 하려는 것입니다. 등록금 인하 등 정당한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 학생들이 본관 점거 같은 강력한 항의 행동을 벌인다면 법원과 학칙을 무시해서라도 징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입니다. 마치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미네르바를 구속하고 <PD수첩> 제작진을 체포해 사회적 공포를 조장하고 저항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4월 2일 발행된 ‘출교ㆍ퇴학 징계 후 복학한 고려대 학생들’ 명의의 유인물에서

나는 한 가지 더 말하고 싶다. 지금 고려대 당국은 학생들을 출교시킬 고려대 당국와 인적 구성이 다르다. 올해 고려대 당국은 여러 난관을 헤쳐나왔다. 고교 등급제 파동이 대표적이고,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3년만에 좌파 총학이 당선하기도 했다.(난 민족주의 좌파도 좌파라고 부른다. 혹 PD라고 오해하는 분 없기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인적 구성이 다른 그들이, 예전에 학교당국을 장악했던 파벌에게 ‘우리 그래도 잘하고 있어!’ 하는 메시지를 보내며 자기편을 단결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전 출교생들을 끝까지 쫓아가 낙인찍는 것만큼 저들의 단결에 효과적인 게 없었을 것이다. 그게 바로 무기정학 처분을 낳은 듯하다.

천박한 한국의 지배계급

트로츠키는 후발자본주의국가의 부르주아들은 국가에 의존해 성장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초기의 자본가들과 달리 저항정신이 전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제대로 옮긴 건지는 모르겠으나 합리적 핵심은 잘 옮겼다고 본다.) 한국 지배계급이 딱 그짝이다. 일제에 아부하고 독재에 아부하며 성장해 온 한국 지배계급은 최소한의 합리성조차 없는 작자들이다.

입으로는 법치를 운운하지만, 졸업생의 학적부까지 뒤져서 다시 빨간줄을 그을 정도로 ‘무식’하다.(이 얘기를 들은 내가 아는 법조계 관련자는 듣자마자 ‘문서 위조’라며 황당해했다.)

‘고대녀’ 김지윤이 징계를 당해서 열받는 게 아니다. 이 땅에서 최소한의 합리성조차 말살당하는 것 같아 분노하는 것이다. 이 땅의 수많은 차별받는 이들을 대변해 싸우려고 노력했던 이들이 끝까지 주홍글씨를 새기며 살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열받는 것이다.

정의

개뿔, 정의가 별게 아니다. 차별받는 보건대생들을 위해 고려대 학생들이 진심으로 함께 싸웠던 그런 게 정의다.

감금? 고려대 당국이 설정한 프레임에 휘말릴 생각 없다.

여하튼, 또 한 번 천박한 자들의 잔상이 나를 불타게 한다. 무기정학, 총장 결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데 조금이라도 정신 박힌 총장이라면 멍청한 결정 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