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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평

경기도지사의 진보 교육감 공격, 어떤 논리로 방어할까

경기도가 교육국을 신설하겠다고 한다. 명백한 진보 교육감 김상곤 흔들기다. 사실 교육청 관료들이 김상곤 교육감에 대항해 업무를 거부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관료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보수파들은 어떤 식으로든 선출된 권력을 흔들 능력이 있다.

우리 편의 대응에 대해

이 글이 블로그에 올라가는 글이고, 내가 <한겨레>에 관심과 애정이 많기 때문에 쓰는 글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아무래도 지금 비난받아야 하는 쪽은 경기도지사 김문수와 한나라당, 교육부 관료들이다. <한겨레>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그보다는 비판할 이유가 적다.

블로그에는 개인적 관심사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한겨레>의 논리도 비판하는 것이다. 내가 <한겨레>를 주로 비판한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기 바란다. 나는 <한겨레>가 더 잘 돼서 우리나라 판매 부수 1등 신문이 됐으면 좋겠다. 다만, <한겨레>의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온건한 논조가, 운동에 혼란을 줄 때가 종종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오늘자(2009.9.9) 사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는 교육국의 신설은 도민에 대한 다양한 학습기회 제공과 교육안전망 확충 및 교육환경 개선을 통한 인재양성을 위한 것이고, 그 주업무는 대학유치·도서관·평생교육 사업 등 교육지원 업무로 교육청의 소관업무와 하등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과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과학·기술·체육 그밖의 학예에 관한 사무는 교육청 등 교육자치기관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평생교육의 경우도 지방교육자치법은 교육감의 관할 업무로 명시적으로 규정해 놓았다.

나는 이런 식의 비판이, 제 발목잡기라고 생각한다. 형식논리에 의한 비판이기 때문이다. 만약, 서울시장이 진보 성향이고, 교육감이 공정택 같은 또라이라서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진보적 교육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같은 논리로 비판할 것인가? <한겨레>는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되면 서울시를 지지할 것이다.

김상곤 교육감

△나는 김상곤 교육감이 무상급식, 학생 인권 보호 등을 추진하기 때문에 지지한다. 경기도지사 김문수가 이런 정책을 무력화하기 때문에 교육국 신설에 반대한다.

사실, <한겨레>도 경기도지사 김문수의 조치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를 밝혔다. 아래 인용을 보라. 같은 사설에서 인용한 것이다.

또다른 분석은 교육국 설치가 진보적인 색채의 김 교육감을 흔들기 위한 방안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만약 그렇다면, 이는 교육자치에 대한 중대한 훼손이자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게 핵심이다. '진보적 색채의 김 교육감을 흔들기 위한 방안'이기 때문에 반대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이것은 무상급식이나 학생 인권 보호, 성적을 기준에서 뺀 혁신학교 등 서민적이고 진보적인 정책을 흔들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반대해야 한다.

만약에

만약 경기도청이 교육국을 신설해 김상곤 교육감의 정책을 지원하려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도 형식논리로 반대해야 할까? 나는 그렇게 되면 대찬성이다.(물론 '지원하기 위해 교육국을 신설할 필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을 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설정한 가정이다.)

형식과 내용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형식에 초점을 맞추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예컨대, 차베스는 자신의 친서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대통령 직속기구를 많이 만들었다. 기존에 그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있는데도 말이다.

베네수엘라의 기존 국가는 지금까지 엄청난 장애 요인이었습니다. 심지어 사회개혁 프로그램들을 확립하는 데서도 장애물이었습니다. 성공적인 사회개혁 프로그램들은 모두 기존 국가 기구들을 우회하는 "미션"들을 창설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마이클 레보위츠, 베네수엘라 - 대선 후의 계급투쟁, <맞불> 23호, 2006-12-09

 <한겨레>가 이런 것까지 형식논리로 반대할 정도로 형식주의적인 신문은 아니지만, 분명히 지금 주장에는, 차베스 경우와 같은 사례가 생길 경우 놓치게 되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한겨레>가 좀더 분명히 주장했으면 한다. 무상급식, 성적순이 아닌 혁신학교, 학생인권 보호 ─ 이런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경기도지사 김문수 꺼져라! 이렇게 말이다.

  • 날아라 도야지 2009.09.09 22:20 신고

    잘 읽었습니다.

  • 미령 2009.09.11 15:20 신고

    민주당이 자주하는 말이 있는데요... 국민이 투표로 심판한다...
    그 말을 들으면 자주들어서 그런지 유치해보이고 그런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그것이 최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 사용자 안형우 2009.09.11 22:35 신고

      선거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한 번 선출이 되면 꽤 큰 영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김상곤 교육감만 해도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죠.(관료들의 저항 때문에 그걸 달성할 수 있을지 예정돼 있지는 않습니다만.)
      게다가 진보인사가 당선하면 많은 사람들이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다만, 민주당이 그런 얘기 할 땐 왠지 우스워 보입니다. 사실, 민주당 뽑는 게 심판이란 얘긴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보거든요 저는.
      그러나 저는 선거도 결국은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이고, 사람들의 정서는 것은 바로 우리 하나하나가 현실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실천을 하느냐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거 이외의 때에도 뭔가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항상 글 읽어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