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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평

환호하라! 이집트 혁명이다!

이집트에서 혁명이 발생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섣부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혁명이라고 부르자. 정치혁명의 과정에 있는 건 어느정도는 사실로 보이니까. 무바라크가 퇴진하면 정치혁명이 성공하는 것이고, 무바라크가 퇴진하지 않으면 정치혁명이 구체적 목표로서는 실패하는 것이다.(하지만 자신감을 얻은 ‘억센’ 민중을 무바라크가 함부로 억압하기도 쉽지 않게 될 거다.)

혁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먼저 인용문을 통해 살펴 보자.

이집트의 혁명적 사회주의자인 사메흐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지난주 월요일 다른 동지들을 만나기 위해 알렉산드리아로 갔습니다. 사복 경찰이 저를 뒤쫓아 왔고, 그는 카페 주인에게 저가 알렉산드리아 출신이 아니라 말하며 저에 관해 물었습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뒤 저는 카페에 앉아서 혁명과 사회주의에 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무도 저를 감시하지 않았습니다.

이집트 혁명가 “우리는 완전히 변했습니다”, <레프트21> 49호, 2011-02-02

어제까지는 혁명에 대해 말할 때 사복경찰이 뒤쫓았다. 그런데 오늘은 카페에 앉아 자유롭게 혁명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이 바로 혁명이다.

또 하나 예를 들어 볼까.

한편 이집트 소요사태는 요르단에도 영향을 줘 요르단 국왕은 이날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내각을 해산하고 새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이집트 시위대 속속 집결..25만명 넘어, 2011-02-02

국왕이 국민의 요구에 따라 내각을 해산한다라… 이런 광경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혁명이다.

위와 아래가 극적으로 바뀌는 순간. 사람들이 통제와 억압에서 벗어나 스스로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지으려는 시도. 그것이 바로 혁명이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유혈 사태는 기존의 권력자들이 휘두르는 폭력에 의해 유발되는 것이다. 무바라크가 조직한 친정부 시위대를 보라.

이집트 혁명의 의미

일단, 한국의 박정희에 비견될 만한 이집트의 독재자 무바라크가 물러나게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집트 혁명의 의미는 크다. 그는 인간 도살자다.

저항의 역사는 재밌다. 나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바로 인류를 위한 투쟁이 될 수 있다. 그것을 분석하는 것이 바로 마르크스주의다.(반면 교과서에서 배우는 사회학은 모든 집단이 다른 모든 집단과 갈등한다는 식으로 상황을 호도한다.)

마르크스가 가장 중요하게 분석한 집단인 노동자계급이 바로 대표적으로 그렇다. 한 회사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임금 인상 투쟁을 하지만, 그 회사 노동자들이 승리하면 다른 회사 노동자들의 임금도 올라갈 확률이 크다.

이집트 민중은 지금 다른 측면에서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어떤 일일까?

이집트가 중동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물론 이집트에서 석유가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집트는 산업국가다. 그리고 친미국가다. 다음 위키백과를 참고해 보자.

이 나라는 중동에서 중요한 정치적,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이다. 또 경제 면에서도 매우 앞선 나라로서, 국가 생산에서 관광, 농업, 산업, 서비스업 부문이 각각 거의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 …

중동에서 제일 … 인구(2007년 7월1일 현재 8천만명)가 많다.

위키백과 이집트 항목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를 보자.

세계은행이 지난 7.1 발표한 2009년 각국의 GDP 규모 및 순위에 따르면 이집트는 총 1,883.34억 달러의 GDP로서 세계 42위를 기록 … 7.9 발표한 PPP 기준에 의한 GDP 순위는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세계 25위를 기록함.

대한상공회의소, 해외경제동향

이집트보다 GDP에서 앞선 중동 국가는 2010년 IMF 발표를 보면 23위 사우디 아라비아, 29위 이란, 35위 아랍 에미리트가 있다. 이집트는 40위다.

다른 지표들도 보면 이런 등식이 성립하는 것 같은데 이집트보다 뭔가 앞선 나라는 중동에서 보통 사우디와 아랍 에미리트다. 이 둘은 확실한 친미국가다. 이란은 반미국가로 분류된다. 79년 혁명으로 확고한 친미 왕조가 무너졌다.

즉, 이집트는 미국에게 중동에서 중요한 동맹이다. 실제 이집트는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최초로 수교한 국가다. 미국은 이를 교두보로 삼아 중동을 길들였다.

그리고 이집트 혁명은 중동에서 미국의 중요한 동맹 중 하나를 없애려 하고 있다.

그래서 중요하다.

이집트 혁명은 당장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희망이다.

위 지도를 보자. 이집트 옆에 있는 가자 지구가 바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봉쇄하고 있는데, 만약 이 봉쇄에 이집트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은 골치좀 썩을 거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중동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의 중동 억압의 상징인 것이다. 중동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중동의 친미 정권들이 이스라엘과 손잡고 팔레스타인 동포들을 산 채로 가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이 중동 민중의 저항을 불러왔던 것은 그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탱크에 맞서 돌을 들고 싸웠다. 그리고 이 항쟁은 아랍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http://www.left21.com/article/6110

미국의 중동 억압의 상징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저항을 하자 온 중동 민중의 들끓었던 것이다.

이집트 혁명은 팔레스타인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 정신적 활기뿐 아니라 물질적 활기까지 말이다. 그래서 무바라크는 며칠 전 팔레스타인 국경을 봉쇄했다.

마지막으로 이집트는 저항의 잠재력이 크다.

 이집트 노동계급은 아랍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잘 조직돼 있다.

거주민이 2천만 명이 넘는 카이로는 아랍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다.

만약 카이로의 투쟁이 승리한다면 이집트의 투쟁도 승리할 것이다. 만약 이집트의 투쟁이 승리한다면, 전 세계 질서가 바뀔 것이다.

주디스 오어, 두려움을 떨친 민중들이 승리만을 바라고 있다, <레프트21> , 2011-02-02

이런 점을 종합해 본다면 하나의 메세지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은 중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석유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기 위해서다. 이라크 전쟁, 아프간 전쟁은 그런 맥락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전진기지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은 오랜 아랍 세계의 패배의식을 깨뜨리고 아랍 인중을 각성시켰다.(1980년대 인티파다)

튀니지에 이은 이집트 혁명은 다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깨어나게 하고, 중동 전체의 민중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

중동 국가들에 혁명 도미노가 발생하면 그 국가들은 더이상 친미가 아닐 것이다. 이스라엘은 고립된다.

미국의 중동 영향력은 심각하게 약화한다. 미국의 세계적 개입능력이 약화할 것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더 저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아직은 초읽기인 중동 연속 혁명

물론 아직 낙관은 이르다. 몇 가지 변수가 있다. 미국은 엘바라데이를 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렇게 복잡한 고려를 하는 것은 1978~79년 이란 혁명의 악몽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동맹인 샤 정부에게 너무 오랫동안 지지를 보냈고 결국 나중에 뒤늦게 샤 정부를 버렸을 때 이란군은 혁명 운동에 직면에 무너져 버렸다.

알렉스 캘리니코스, 궁지에 빠져 곤혹스러워 하는 미국 정부, <레프트21>, 2011-02-02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눈 앞에서 혁명이 일어났다는 것이고, 그 혁명은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집트 혁명에서 단순한 민주주의만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당연히 사람들인 이명박과 무바라크를 비슷한 놈으로 봤을 것이다. 그러니 MB라크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중동의 저항은 87년 시작된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로 상징물을 얻었으며, 지속된 저항 끝에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억압과 저항의 역사가 깊은 만큼, 이 혁명이 미치는 여파도 그만큼 크고 깊을 수 있다.

우리가 이집트 혁명에 환호하고 적극 연대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의 이집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이집트 연대 집회. 무바라크는 퇴진하라!

더 알고 싶은 게 있다면 <레프트21>의 집중이슈 - 중동의 민중 반란에 가서 기사들을 읽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