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뉴스에 낙태 얘기가 나왔다.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불법 낙태 시술을 한 병원을 고발했다는 내용이었다.
오늘 <레프트21>에 관련 성명이 떴기 때문에 이미 알고는 있었다.
내가 단적으로 느낀 것은 식당 아주머니의 반응이었다.
"니미럴 돈 없는데 애를 어떻게 낳아?!"
나이도 지긋해 보이는 아주머니 입에서 화끈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맞는 말이다.
△영화 <더 월>의 한 장면 낙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더 큰 비극을 낳을 뿐이다.
경제 생활을 아직 하지 않은 학생들은 잘 못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분들도 잘 못 느낄 것이다. 아이가 돈 없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인 줄을. 누가 낙태를 하고 싶어서 하나? 원치 않은 임신은 되었고... 기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눈물을 머금고 낙태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주머니는 단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애 못 길러. 돈이 어딨어. 못 길러."
이명박을 욕하면서 다음엔 정권이 바뀌어야 서민들이 돈이 좀 생긴다고 하시는 말씀에서 '정치'의 가장 순수한 표현을 보았다. 그리고, '정치'의 가장 순수한 동력을 보았다.
직설적으로 표현했지만 그게 진실이다. 서민들을 부유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부자들을 부유하게 할 것인가.
[덧] "있는 놈들은 돈을 퍼다놓고 쓰고 없는 사람들은 더 없어진다"거나 "얼마 전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의료보조금 30만 원이 안 나와서 왜 안 나왔냐고 공단에 물어보니까 떨어져서 못 준다고 했다"며 "지난 정권에서는 준 건데 이명박이 되고 나서 그런 것도 끊었다"며 이명박을 욕하는 모습에서, 이것이 진정한 '서민 정치'라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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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마르크스를 좋아합니다.
마르크스를 좋아하신다니 ^^ 앞으로 종종 들러 주세요
아이를 출산할것인지 낙태를 할것인지는 여성의 선택이며 이것을 우리 모두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아이는 여성이나 개인에게 의무라고 하지 말고 사회전체가 나서서 함께 키우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아이를 사회 전체가 함께 키운다면, 여성 개인의 짐으로만 맡겨 두지 않는다면, 그리고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누구도 낙태를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권 운영자들은 참 이상하죠. 언제는 애 낳지 말라고 하더니 지금은 낳으라고 합니다. 애 낳는 걸 지들 말대로 진정 '생명'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그딴 정책이 나올 리 없죠.
낙태하는 부모의 심정따위 고려하지 않고, 사람 머릿수를 국력으로 등치하는 입장으로만 접근하는 정책 결정자들이야말로 진정 위선자들입니다.
비밀댓글입니다
감사합니다. ^^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렇게 용기를 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에 대한 공격이 부디 실패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명바기는 여성은 애 낳는 도구로만 보는 것 같아요.
낙태. 그 자체만으로 마음이 아프네요.
아마 여성분이라면 선택을 떠나서 여건을 떠나서 뱃속에 생명을 죽여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플겁니다. 그러면서도 낙태라는 결정을 내리는것은 '나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성폭행을 당했는데 아이를 가졌습니다. 그럼 놓아야합니까?
10대가 아이를 놓아야합니까?
미혼여성의 임신. 결혼할 수 없는데도 아이를 놓아야합니까?
저는 아기 키우는 엄마입니다 하면서 낙태를 반대하는 여성의 말에 반대합니다. 당연히 그사람은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룬 엄마가 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인거죠.
저 역시 생명을 중요시 하고 tv동물농장에 강아지가 버려지는것만봐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낙태는 여성의 결정이나 선택이 아닙니다. 현실이란 말입니다. 놓을 수 있는 여건이 되고 다 되는데 왜 낙태를 하겠습니까. 그사람들의 현실에서 생각해보면 함부로 낙태를 반대한다 따위의 말을 하실 순 없으십니다.
맞습니다. 낙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돼 있는 이 상황이 저주스러울 뿐이고,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 현실이 슬플 뿐입니다.
미혼모가 아무런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고, 어떤 사회적 편견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해요.
정말 현실적이고 생생한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