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한마음 고객 만족 행사 장면이라고 한다. 서울지하철노조 홈페이지에서 퍼왔다. 정말 당황스럽다. 왜 당황스러운지는 내용을 보시라.
지하철이 이상해졌다
요즘 지하철이 이상해졌다. 맘에 안 드는 노사화합 선언을 하더니, 이제는 아침마다 직원들이 역에서 인사를 한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란다.
직원들에겐 아무 불만 없다. 좋은 하루 되라는데 나쁠 거 있나. 문제는 실질적이냐 하는 데 있다. 당신들이 인사해주지 않아도 나는 대체로 하루하루가 즐겁고 좋다. 그리고 기분 나쁘거나 몹시 피곤한 날은 당신들이 인사해주지 않아도 기분 나쁘거나 몹시 피곤하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직원들이 왜 아침마다 승객에게 인사해야 하냐는 데 진정한 문제가 있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어릴 적 봤던, 백화점 앞에서 자동으로 인사하는 인형과 그 직원들이 다를 바 없단 말이다. 한마디로 인사 받을 필요 없단 말이다.
친절의 상품화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화한다.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에서 했던 말이다. ‘친절 마케팅’은 경영 기법 중 고전 중의 고전에 속하는 것이지만, 어쨌든 마르크스의 말이 맞아떨어지는 영역이면서도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잘 못 느끼는 영역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 친절해 지는가? 내가 저 사람과 ‘관계’ 속에 있을 때 그렇다. 김춘수 시인이 노래한 대로 읊는다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우리는 서로 친절해진다.
그런데 이건 뭐 아무에게나 대놓고 친절한 것은 사실 전혀 유쾌한 일이 아니다. 나에게는 아침에 지하철역에서 받는 인사가 영 부담스럽기만 하다.
감정은 둘째치더라도, 그 사람들이 인사를 한다고 우리가 얻는 게 없다. 쓸데 없는 데 노동력을 낭비하도록 함으로써 공공서비스의 질이 전반적으로 낮아질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차라리 인사할 시간이 있으면 잠이나 더 자라고 말하고 싶다.
지하철 운영의 위선
직원들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잘 알 거다. 그런 걸 시키는 지하철 경영진이 문제다. 사실 이런 류의 친절 마케팅은 더 근본적인 문제들을 감추는 데 일조한다.
얼마 안 있으면 개통하는 지하철 9호선은 민간 자본이 운영한다. 민간 자본은 이윤을 목적으로 지하철을 운영할 것이고, 요금을 비롯한 전반적 서비스가 안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요금이 다행히 900원으로 결정됐다고 하지만, 처음에는 9호선의 요금만 1천581원으로 하려고 했다. 진정 황당한 일이 벌어질 뻔한 것이다.
(만약 작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민영화의 문제점을 공론화시킨 촛불 운동이 없었다면, 지하철 9호선의 요금이 900원이 안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랫동안 얘기돼 온 1인 승무제도 문제다. 이 1인 승무제는 대구 지하철 참사의 주범으로 지목돼기도 했는데 지하철 경영진에게는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적자? 장난해?
지하철이 적자라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논리는 황당하다. 지하철은 무슨 돈으로 지었나? 세금으로 지었다. 적자는 누구 돈으로 메우나? 세금으로 메운다. 지하철은 누가 이용하나? 세금내는 국민들이 이용한다. 그럼 이건 원칙적으로는 공짜여야 맞다.
물론 현실이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적자운영이라고 하면서 요금을 대폭 올릴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지하철은 공공서비스고, 공공서비스면 공공서비스답게 낮은 가격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게 맞다. 돈은? 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함으로써 쾌적한 도로환경을 누리시는 갑부님들과, 지하철 덕에 장거리에서 노동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게 된 사장님들이 내주시면 된다.
인사하는 인형이 된 노동자들
모르는 사람 수천명에게 매일아침 인사하고 있어야 하는 노동자들을 보면 안쓰럽다. 그들이 승객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려면 인력이 지금보다 많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그저 쇼윈도의 진열된 마네킹이나, 기계적으로 인사하도록 돼 있는 로보트처럼 인사할 뿐이다. 나는 그런 ‘비인간적’ 인사를 받을 때마다 왠지모를 불쾌감이 몰려온다.
직원들이 나쁜 게 아니다. 그런걸 시키면서 정작 지들은 그런 고된 일을 하지 않는, 경영진이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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