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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그리스 노동계급의 놀라운 투쟁을 지켜 보며

그리스 시위 모습

△총파업이 반자본주의 사상을 확산시키고 있다. 출처 : http://left21.com/article/8205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리스다. 유로존 금융 위기의 새로운 진원지로 꼽히는 그리스다. 총파업이 수개월째 반복됐고, 사람들은 자본주의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럽에서 말이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마치 혁명 전야같다.(물론 혁명 전야는 아니다. 당연히.)

2008-2009년 경제 위기로 아이슬란드가 파산했고, 때문에 정권이 교체됐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그러나 그리고 끝이었다. 그곳 새로운 정권은 다시 노동자들을 옥죌 가능성이 클 테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자신들을 대변할 것이라고 생각한 정권이 왜 자신들을 공격하는지 혼란스러워할 것이고, 나름대로 실망할 것이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리스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거부하고 있다.

<한겨레>에 실린 대니 로드릭(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경제학 교수)의 글은 <한겨레> 류의 인식을 잘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인용한다.

민주주의는 세계화를 제한할 때에만 국민주권과 양립할 수 있다. 국민국가를 유지하면서 세계화를 추진하면 민주주의는 포기해야 한다. 또 세계화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원한다면 국민국가는 제쳐두고 더 폭넓은 국제 거버넌스를 추구해야 한다.

말할 수 있는 최선은 유럽이 그리스 사태로 노출된 (정치통합이라는) 선택을 더는 늦출 수 없을 것이란 점이다.

[세계의창] 그리스 경제위기의 교훈 / 대니 로드릭

한마디로, 그리스가 세계화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얻고 싶다면, 국민국가를 포기하라는 거다. 그리나 그게 민주주의인가? 위 글은 교묘하게 그 문제를 회피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리스에 유일하게 요구되는 '세계화'는 현재 '구조조정'과 '긴축정책'밖에 없다.

그리고 그리스 노동자들은 그것을 명백히 거부하고 있다. 즉, 이 경우 민주주의는 '세계화'(다시 말해 긴축 정책)와 대립한다. 세계화를 얻으려면 민주주의를 포기해야 한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얻는 세계화는? 단순히 정치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경제적 민주주의, 즉, 임금 삭감이다. 해고다. 그게 세계화의 대가라면 도대체 어떤 민주국가가 세계화를 선택하겠는가.

그래서 <한겨레>에 실린 저 글의 인식은 나이브해 보인다. 그리스더러 EU에 정치적으로 더욱 통합되라는 말이다. 정치적으로 더욱 통합되라는 말은? 긴축 정책을 받아들이라는 말이 된다. 글쓴이가 그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다른 대안

명백히 다른 대안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리스 노동자들은 그 대안을 향해 거대한 한 발을 내딛고 있다.

내가 즐겨 보는 신문 <레프트21>에는 다른 대안의 종류가 실렸다. 인용한다.

 2001년에 아르헨티나 정부를 전복했던 대중 반란은 오늘날의 그리스와 매우 유사한 상황에서 촉발됐다. 아르헨티나도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그 대가로 긴축을 요구받았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공공지출에서 90억 달러를 추가로 삭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여러 차례 긴축 조처를 감내해 온 노동자들은 마침내 분노가 폭발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경제부 장관이 사임했고 데 라 루아 대통령은 해외로 도망쳤다. 바로 며칠 뒤에는 의회에 시위대가 난입해 데 라 루아의 후임자인 로드리게스 사아를 쫓아냈다.

아르헨티나 민중은 시위를 조율하기 위해 민중회의를 조직했고, 단 몇 주 사이에 대통령 넷을 갈아치웠다. 

2002년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결국 IMF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 IMF 차관의 많은 부분이 사실상 탕감됐다. 대중 운동이 혁명적 상황을 조성한 끝에 상당한 승리를 얻어낸 것이다. 그러나 이 운동은 권력을 장악하고 체제를 전복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그리스 노동자들이 전투에서 이기려면

그리스 노동자들이 '긴축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가 파산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들 경고를 퍼부었다. 그러나 결론은? 결국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게 해결책이 되진 않을 것이다. 아직 위기는 여러 단계를 남겨 두고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쨌든, 사태를 이해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리스는 파산하지 않았다. 아직. 왜? 유럽 경제의 최강자 독일 은행들이 그리스에 무지하게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리스가 파산한다면 독일 은행들이 무지하게 타격을 받을 것이다. 전쟁이 날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면,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든 위기를 해결하려고 할 거다. 지금 전쟁은 옵션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변수는 그리스 노동자들이다. 긴축정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리스가 파산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위 인용문에서 밝힌 것처럼 부채 탕감밖에 없다.

노동자들에게 대가를 떠넘기지 말라는 그리스 노동자들의 주장은 너무나도 정당하다. 금융화의 단물을 쪽쪽 빨았던 자들이 알아서 갚든지, 그러기 싫으면 부채를 탕감하든지, 선택은 명쾌하다.

그리스 노동자들읱 투쟁이 승리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그리스 소식을 조금이라도 구체적으로 아는 분들은 여기 댓글 달아 줬으면 좋겠다.

하나 덧붙이자면, 아래 링크에서 그리스 소식들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다른 언론들과 달리 아래로부터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분석한 기사들이다.

집중이슈 - 그리스 노동자 투쟁

그리고 이 글은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유럽 경제를 분석한 것인데 명쾌하다 : 국가 부채 위기와 유로존의 구조적 약점

그리스 투쟁의 생생한 소식을 듣고 싶다면

파노스 가르가나스 얼굴

△파노스 가르가나스.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 창립자다.

마지막으로... 그리스 투쟁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 줄,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영어번역 페이지) 활동가가 7월 23일에 한국에 와서 연설한다. 이름은 파노스 가르가나스, <레프트21>에 그리스 관련한 글도 많이 쓴 사람이다. 7월에 있는 한국 최대 규모의 진보 포럼 맑시즘2010에서 연설한다. 

그리스 소식이 궁금한 사람은 맑시즘2010에서 파노스 가르가나스의 연설을 듣기 바란다.

난 꼭 들을 거다. 열라 열심히 들을 거다.

그럼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