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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평

문근영 ‘빨갱이’ 사건과 수구보수의 위기감

위기 극복책으로서 ‘빨갱이’ 마녀사냥

(빨갱이는 바람직한 말이 아니다. 그러나 널리 사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따옴표를 붙여 사용했으며, 이 아래에서는 편의상 따옴표를 빼고 쓴다. 그러나 결코 내가 이 용어를 정상적 용어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 않기 바란다.)

지만원의 문근영 광주좌빨 발언으로 졸지에 어린 배우 문근영의 선행이 빨갱이 논쟁으로 확산됐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 논란은 이 땅 ‘보수’의 천박함을 잘 보여 준다.

사실 문근영에 대한 지만원의 마녀사냥은 너무 나간 것이다. <조선일보> 같은 세련된 논법을 사용(해서 자기 본질을 숨기기 잘)하는 신문은 저런 실수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친놈” 하고 넘기기보다 이 사건을 통해 이 땅 수구보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자. 빨갱이 마녀사냥은 수구보수가 즐겨 사용하는 위기 대응책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명박은 촛불 배후설로 정국을 뒤집어보려 애썼다. (사실, 촛불집회의 원인으로 이명박이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빨갱이’들의 선동일 것이다. 그게 이명박 사고회로의 한계다.) 그 후에는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정국을 냉각시켜보려 했다가 실패했다. 이명박은 헌책방 주인에게까지 국가보안법 혐의를 들이대며 마녀사냥을 시도한 전력이 있다.

빨갱이 마녀사냥은 교과서에도 적용됐다.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빨갱이 교과서로 마녀사냥 당했다. 국방부의 불온서적 목록은 교양서를 직접 겨냥했다.

빨갱이 마녀사냥은 자본주의에서 권력자들이 내부 분란을 잠재우기 위해 즐겨 사용한 수법이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매카시즘’이다. 1950년~1954년 미국 상원의원 매카시가 주도한 빨갱이 마녀사냥으로 아인슈타인, 찰리 채플린 같은 사회저명인사들이 마녀사냥 당했다. 심지어 영화 <킨제이 보고서>의 주인공 킨제이 박사도 인간 성생활의 비밀에 손댔다는 이유로 매카시즘의 희생자가 됐다. 매카시즘에 의해 미국의 한 부부는 아무 죄 없이 사형당했다.

이것이 마녀사냥의 논리다. 미국의 매카시즘은 세계 2차대전 직후 활발했던 노동운동을 분쇄하기 위한 미국 ‘보수’의 대응이었다. 사노련 마녀사냥은 촛불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마녀사냥은 단순히 마녀사냥 당하는 당사자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현재는 촛불이 이명박의 물리력을 코메디로 만들어버린 덕에 이명박이 박정희의 이미지를 희극적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만약 마녀사냥이 제대로 먹혀든다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불신하게 될 것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간첩을 신고하는 번호 111113[각주:1]이 곳곳에 크게 적혀있었고, 실제로 엉뚱한 사람이 간첩으로 신고돼 고초를 치르는 경우도 있었다.

마녀사냥이 목표하는 바는 불신사회 ─ 서로가 서로를 억압하는 것이다.

‘보수’의 대(大)위기

돌아오면, 지만원의 웃기지도 않는 문근영 마녀사냥은 해프닝이 아니라 이 땅 수구보수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럼 어떤 것이 위기인가?

첫째, 세계 경제 위기와 한국 경제 위기다. 이명박의 747공약은 물건너간지 오래고 주가의 하한선이 아니냐는 비웃음을 사고 있다. 서민경제는 파탄지경이다.

둘째, 이명박 정당성의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언으로 당선된 이명박에게 경제는 생명줄이다. 비리든 뭐든 경제만 잘하면 된다는 말은 곧 비리도 많은게 경제도 망쳤다는 말로 이명박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셋째, 촛불 운동이 조성한 반(反)이명박 정서라는 위기다. 이명박의 막나가는 친부자ㆍ서민말살 정책은 지난 10년 간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대중의 반발을 사 100만 명이 모이는 촛불시위까지 낳았다. 이명박의 지지율은 한 때 7%까지 떨어졌다.

넷째, 위에 말한 이유로 인한 ‘보수’ 세력의 대분열이라는 위기다. 지만원이 <조선일보>를 욕한다. 이회창이 이명박을 욕한다. 자유선진당이 한나라당을 욕한다. 민주당이 FTA를 반대한다.(사실 이 당은 뭐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 이명박과 집권당인 한나라당만 어쩔 수 없이 뚝심을 발휘하고 있다. 경제 위기에 대한 대처, 대중의 반이명박 정서 눈치보기. 이 두 가지가 ‘보수’의 우스꽝스런 광대놀음의 배후다.

다섯째, 주류정치와 주류경제의 스텝이 꼬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독재시절의 논리로 자본을 통제하려 든다. 금융위는 채권안정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은행, 증권사, 보험사가 10조 원 중 8조 원을 댈 것이라고 했다. 사전조율도 없이 한 말이다. 재벌들에게는 일방적으로 일자리를 늘리라고 요구한다. 자본과 정부이 서로 불신하는 것은 ‘보수’에 커다란 위기이며 첫 번째~세 번째 위기의 반영이다.

박근혜는 이런 이명박 정부를 일컬어 “부처 조율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위기로 인한 분열은 저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든다.

3.계속될 것이 뻔한 마녀사냥 ─ 결코 속아선 안 된다

수구보수의 위기가 계속되는 한 마녀사냥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모든 마녀사냥이 지만원의 문근영 공격처럼 어설프고 찌질할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2007년 노무현의 일심회 조작처럼 인기없는 주체주의자들에 대한 마녀사냥일 수도 있다. (검찰은 일심회가 FTA 반대 운동을 배후조종했다고 썼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문제의 원인을 모르고 있는, 그래서 두려움이 많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마녀사냥일 수도 있다.

이 모든 마녀사냥은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켜 서로를 불신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마녀사냥을 의심해 봐야 한다. 그리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 지만원의 문근영 공격이야 우스운 수준이었지만, 이주노동자 범죄율이 높다느니, 이주노동자 중에 테러리스트가 섞여 들어온다느니,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이 운동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느니 하는 것은 먹혀들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있을 ‘수구보수’의 모든 마녀사냥이 사노련 영장 기각이나 문근영 해프닝 같은 코메디로 끝나길 바란다.

  1. ‘장삼’님께서 댓글로 지적해주셨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