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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평

〈한겨레〉를 보며 착찹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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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실린〈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논설은 나를 착찹하게 했다. 몇 구절만 인용해 본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 4년이 남았다. 유권자 대표를 뽑아서 “우리가 시대정신을 잘못 읽었으니 미안하지만 대통령직에서 좀 내려와 달라”고 말하면 될까? 물론 안 된다. 선거는 ‘일수불퇴’다. (중략)

국민들은 살아남아야 한다. 생활수준을 낮춰야 한다. 생존이 최우선이다. 국가가 해 줄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성한용칼럼] 앞으로 4년 무엇을 할 것인가, <한겨레> 12월 18일치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는 꽤 비중있는 사람이다. <한겨레>의 정치적 방향을 지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글을 많이 쓴다.

그의 칼럼이 날카롭고 정치적이기 때문에 그의 칼럼이 실리면 빠짐없이 꼼꼼이 읽는다. 그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그러나 이런 때 보면 참 답답한 마음이 든다.

성한용 기자의 생각을 읽으면 최장집이 말하는 의회민주주의의 공정한 게임론이 떠오른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갖춰진 시대에는 의회를 우회하는 가두투쟁이 오히려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촛불 이후 많은 지식인들이 이것을 가지고 논쟁을 벌였다. 최장집은 명확하게 촛불이 지속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의 제자들도 이제 의회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나은 지식인들은 촛불이 의회민주주의의 일탈을 교정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성한용 기자는 촛불을 비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의회민주주의의 공정한 게임론에 갖혀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선거는 ‘일수불퇴’다?

선거가 ‘일수불퇴’라고 하는 것은 상대가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킬 때나 가능한 소리다.

당장 오늘 <한겨레>는 사설에서 “독재정권 시절의 날치기 악령이 다시 살아났다” 하고 일갈했다. “독재정권 시절의 날치기”는 대표적인 룰 위반이다.

이것뿐이 아니다.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도 대표적인 룰 위반이다. 이명박은 선거 때 “다함께 건강하고 편안한 사회”를 약속했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지금은 내가 사면해 줄 권한이 없습니다. 지금은 없고 권한이 생기면 반드시 진지하게 인도적 차원에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오늘 <한겨레> 사설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오늘 사설에서 <한겨레>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을 함께 나누는 국민성공 시대를 열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면서 이명박을 비판하고 있다. (‘사그라진 기대, 대통령은 ‘유권자 뜻’ 되새겨봐야’, 12월 19일 사설)

선거는 ‘일수불퇴’다? 맞다. 만약 성한용 기자의 생각대로, 이 세상이 의회를 통해 돌아가고 있으며,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회라면, 즉, 게임의 룰이 공정하게 지켜지는 사회라면 맞다. 한 번 진행된 게임을 엎으려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게임에 반칙을 밥먹듯 하는 선수가 있고, 경기장 안이 아니라 밖의 음험한 곳에서 승부를 조작하는 선수가 있는 게임이라면, 사기꾼 선수 하나가 게임을 모두 망친다면, 그러면 그 선수는 퇴장당해야 마땅하다.

이명박은 퇴진하라

이 비겁한 게임의 룰을 지키려다 보니까 성한용 선임기자는 이렇게까지 말한다. “생활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말이다. 사실 이 말에 호응해 생활수준을 낮출 사람은 서민밖에 없을 것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 강부자들이 성한용 기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활수준을 낮출까? 택도 없는 소리다.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려는 그의 노력은 나름의 논리는 있지만 설득력은 없다. 성한용 선임기자는 상대방이 룰을 지킬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게임의 룰은 설득과 희생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룰을 어기는 놈은 퇴장시키는 게 방법이다. 축구경기에서 반칙을 했을 때 설득하랴? 우리 편은 반칙을 안 함으로써 상대방을 감화시키랴?

아니다. 백태클에는 퇴장이 답이다.

  • foract 2008.12.24 20:45

    동의 두표요! 꽤 비중있는 사람이라는 말씀에 성한용 기자의 다른 기사를 찾아봤더니 이 분은 선임기자라서 그런가요, 여하간 기자라기 보다는 보수주의의 프로파간더라고 하는게 더 맞을 것 같군요. 선거만을 놓고 일수불퇴라는 말을 들이대는 건 기자라고 하기엔 좀 무식해보이기까지하고요. 생활수준을 낮추라는 대목을 읽을 때는 짜증 지대로 났구요. 반지하 사는 사람들은 지하로 내려가야 하는지, 지하에 사는 사람들은 무덤으로 가야하는지. 참내. 이들이 이명박과 뭐가 다른지. 이명박 지가 나선게 아니라 물신주의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거라 하는데, 그럼 물신주의는 누가 만든 건지 묻고 싶네요. 한겨레 본지 꽤 오래됐는데... 다시 한번 실망하게 되네요. 당근 포스트 잘 읽었고요.

    • 사용자 안형우 2008.12.25 05:53 신고

      보수주의라고까지 하기엔 뭣하고... (사실 조중동이 엄존한 상황에서 <한겨레> 기자에게 '보수'라고 말하는 건 쉽지가 않네요) 자유주의 우파 정도가 맞는 말일 듯하네요. "최장집주의자"라는 말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있다면 딱 어울릴 것 같아요.

  • 허세만 2008.12.25 02:25 신고

    옛 자유주의자 로크조차 동의하지 않을 내용이군요;; 한겨레가 요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참 착잡합니다. 언론 관계된 일을 하는 친구가 한겨레 고참 기자들은 그래도 돈에 관계 없이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진보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요즘 기자면 몰라도 고참 기자 중 왜 이런 사람이 껴 있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로크나, 한겨레 기자 얘기를 그리고 다 떠나서, 도대체 서민들 생활을 이렇게 망쳐놓는 이를 그래도 놔두자면서 공정한 룰 운운하는 사람들, 솔직히 자기 혼자 고고한 체 하는 선비들 같아서 참 짜증납니다. 저런 사람들 생활 수준은 얼마나 되기에 생활 수준을 낮추라는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자기 혼자 생활 수준 낮추라고 하지요;; 거참.....-_-

    • 사용자 안형우 2008.12.25 05:54 신고

      맞아요. 서민들 세계에 깊숙이 공감하고 있다면 저렇게 말 못하겠죠. 예전 글들도 열받을만한 게 몇 개 있었는데 (예컨대, 이명박이 잘 되야 나라가 잘 된다는 글도 있었죠.) 이번 건 너무 열받아서 글까지 쓰게 됐네요.

  • foract 2008.12.26 00:22

    글쎄요. 조중동과 다른 정치지형에 있다손 치더라도 국민에게 생활수준을 낮추라는,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그의 말은 기존 정치경제 체제와 함께 가는 보수적 의견이라고 볼 수밖에 없네요. 심지어 이 지점에선 제겐 조중동 수구의 일상적 논리와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구요.;;

    • 사용자 안형우 2008.12.26 02:28 신고

      그 말씀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합니다. 사실 그 문장만 놓고 보면 조중동의 프레임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다른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한겨레>를 조중동 취급할 수는 없어서 자유주의 우파라 말한 것이지요.

  • 사유 2008.12.28 00:38

    국가가 해줄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은 대처가 신자유주의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한 말과 유사한데이걸 소위 진보일간지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역시 자본가들의 광고를 받는 일간지의 한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