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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유럽의 구글 애널리틱스, 구글 폰트 불법 판정: 인터넷에도 국경이 있음을 보여 주다

유럽에서 구글의 웹사이트용 무료 서비스들이 불법화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구글 애널리틱스(웹사이트 통계 프로그램) 정보가 미국의 첩보 기관에 넘어갈 수 있다면서 불법화했습니다. 독일은 구글 폰트(웹사이트에 무료 폰트를 내장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를 사용한 사이트 운영자에게 벌금 100유로를 부과했는데 구글이 방문자의 IP를 통해 방문자를 식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1: https://fortune.com/2022/01/13/austria-gdpr-google-analytics-max-schrems-noyb-edps/

참고2: https://news.hada.io/topic?id=5864

근거가 된 법은 유럽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입니다. 이 법은 개인정보 이슈를 기반으로 일종의 무역 장벽을 세운 것입니다.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죠. 유럽연합은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빅테크로 불릴 만한 IT기업이 없습니다.

인터넷은 국경과 장벽이 없는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했습니다만, 그건 오래전부터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예컨대 중국은 오래전부터 황금방패라 불리는 방화벽을 구축해 인터넷을 통제해 왔습니다. 중국에서는 지메일은 물론 구글에도 접속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북한 사이트들은 모두 차단돼 있죠.

이제 국가간 경쟁에 따른 일종의 무역 장벽이 인터넷에 국경선을 선명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슈가 계속되면 아마도 구글은 일정한 타격을 입겠죠. 개인정보를 수집해 이윤으로 바꾸는 것이 구글의 능력이니까요.

GDPR이 아니라도 이미 구글은 유럽에서 연이어 고액의 벌금을 맞으며 견제당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반독점 혐의로 3조 3천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매겼고, 최근엔 프랑스가 또 67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한 것처럼 유럽이 구글을 심각하게 제재하기는 힘들겠죠.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미중관계처럼 험악하지는 않으니까요. 서방 진영 내부의 균열도 심심찮게 관찰되긴 하지만, 유럽은 미국의 군사력이 필요합니다. 미국도 주된 견제 대상은 중국입니다.

아마 유럽연합은 미국 빅테크들의 이미지가 실추된 틈을 타서 자국의 IT기업들을 육성할 겁니다. 예컨대 Qwant라는 프랑스 검색엔진(https://ko.wikipedia.org/wiki/Qwant)은 개인정보보호를 내세웁니다. 프랑스 정부가 이 업체를 밀어 주고 있습니다.

요는, 빅테크의 세계도 단지 기술이 아니라 국가간 경쟁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