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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택배 파업, 그리고 CJ대한통운 vs 쿠팡

〈노동자 연대〉의 택배 노동자 투쟁 기사에서 눈에 띈 것 하나는 CJ대한통운이 쿠팡을 경쟁자로 생각한다는 점이었습니다. CJ대한통운은 코로나 국면에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이를 계기로 설비 투자를 늘려서 신생 IT기반 물류 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고 하는 것이었네요. 과로사가 속출하는 가운데, 노동자 처우를 개선하겠다며 택배비를 인상해 놓고 그 비용을 반 넘게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데 분노를 느낍니다.

인터넷은 일부 분야에서 부문을 뛰어넘은 치열한 경쟁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물류도 그렇지만, 예컨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제 모든 기업이 뛰어드는 전장이 됐습니다. 신생 IT 기업인 넷플릭스, 검색 강자 구글, 애니메이션 제작사 디즈니,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제조업 기업 애플, 전통 방송사와 통신사까지. 쿠팡도 쿠팡 플레이로 동영상 스트리밍 영역에 뛰어들었죠. 경쟁하는 다수자본이라는 조건이 자본주의의 본질적 성격 중 하나인데, 인터넷은 일부 분야에서 이런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세계 경제가 2008년 이래 대불황을 겪고 있기도 하기에, 자본가들은 살얼음을 걷듯이 불안할 겁니다. 일부 호황이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것을 자본가들이 누구보다 잘 알 것입니다. 성과를 내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올랐다가 조그만 적신호에도 급격히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일 겁니다. 얼마전 페이스북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자 주가가 26% 곤두박질 쳤죠.

이런 상황이 호황인 부문의 노동자 투쟁도 만만찮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단호하게 사측을 편드는 이유기도 할 텐데, 불황 속에 이런 투쟁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되는 것을 정말 끔찍이 싫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택배 노동자들이 본사 점거 농성에 들어간 것을 응원합니다. 노동자들의 대중적 투쟁이 아니면 자본가들이 알아서 양보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호황기에도 그렇지만 이런 불황기에는 더더욱 그렇죠.

연대가 확산돼 노동자들이 성과를 거두기를 기원합니다.

참고 👉 CJ대한통운 택배 파업: 연대가 관건이다: 이것이 정치다
https://wspaper.org/m/27325

참고 👉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 본사 점거 농성 돌입
https://wspaper.org/m/27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