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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3월 경제 위기 전망과 ‘미네르바’ 구속

△이윤율 저하가 경제 위기를 낳았고, 경제 위기로 터져나올 저항을 조기차단하기 위해 지배계급은 공포정국을 조성하려 한다.

출처 :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 세계 금융 위기를 진단한다 ─ 이윤율 하락 경향의 경고(<저항의 촛불>)

내가 ‘미네르바’라고 따옴표를 치고 쓰는 이유는 검찰이 미네르바로 지목한 박 씨가 실제 미네르바인지 의혹이 끊임없기 때문입니다.(검찰에 허위사실 유포 전담반이 있을까? 참고) 따라서 제가 ‘미네르바’라고 쓸 때는 박 씨를 가리키는 것이고, 미네르바라고 쓸 때는 온라인에서 활동한 실제 미네르바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물론, 가능하면 읽으면서 그런 고민이 없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미네르바’ 박 씨가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이에 관해 한 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오늘 블로그 관련된 보고서들을 읽다가 너무 오랫동안 포스팅을 안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짧게라도 논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도 정착 안 된 한국사회

미네르바 구속은 몇 가지 담론을 동시에 형성했다. 첫째는 뭐니뭐니해도 표현의 자유다. 로이터 통신에 이 사건이 국제면이 아닌 희한한 뉴스 코너에 실린 것에서 알 수 있듯, 표현의 자유가 발달한 부르주아 국가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사건이다.

‘친일 우익의 전교조 마녀사냥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자’에서 드레퓌스 사건을 거치면서 프랑스에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정착됐다는 내용을 쓴 적이 있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은 오랜 동안 민중의 투쟁을 통해서 표현의 자유를 정착시켜 왔기 때문에 이런 일이 ‘희한한 뉴스’ 취급받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87년 이후 부르주아 민주주의로 이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반동세력들이 너무 많다.

둘째는 학벌주의다. 조중동은 가증스럽게도 박 씨의 학력을 내세워 그를 사기꾼으로 취급했다. 비약도 이만한 비약이 있을 수 없다. 이 경우는 다음 글을 참고하면 될 듯하다.

경제 위기와 박 씨 구속의 상관관계

나름대로 부각되긴 했지만, 앞의 두 쟁점에 비해 크게 부각되지는 않은 쟁점이 있다. 바로 경제 위기와 ‘미네르바’ 구속의 상관관계다. 미네르바가 경제 위기를 예측하면서 유명해졌기 때문에 당연히 ‘미네르바’ 구속과 경제 위기는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본 글 중 이점을 날카롭게 짚은 글은 도아님의 글이 유일하다. 다음 인용구를 보라.

미네르바도는 제2의 원정화 간첩사건이라고 생각한다. 2008년은 정말 혼란 그 자체였다. 40평생을 살아오면서 작년과 같은 극심한 혼란은 겪어 본적이 없다. 작년을 관통한 두개의 사건은 촛불(광우병)과 경제 파국이다. 노무현 정부시절 2000까지 올라갔던 주가는 900대로 떨어지고 900원대였던 환율은 1600대까지 올랐다. 작년 혼란을 간단히 요약하면 리만브라더스의 파국이다. 이 혼란의 주범은 사실 이명박과 정부, 한나라당이다. 그런데 이제 정부는 그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어한다.

출처 : 불신의 대운하를 파는 이명박

도아님은 좀더 분명하게는, 촛불 항쟁, 악법 강행처리 시도와 언론노조 파업으로 여론을 억압하려는 시도로 이 사건을 정의했다. 그 뛰어난 통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아가 경제 위기를 언급했고, 그 원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어한다고도 말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여기서 더 나가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박 씨 구속 사건에는 올해 닥쳐 올 더 커다란 경제 위기에 터져나올 항쟁에 대비해 공안 정국을 만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본다.

3월 경제 위기설은 여러 사람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서울신문>에 난 “3~4월 최악의 체감위기 닥친다”라는 기사를 보면 몇 가지가 정리돼 있다.

13일 정부 관계자는 “고용이 지금 어렵다고 하지만 체감할 수준이 오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실물침체 충격이 고용 등 실생활 측면에서 가시화하는 3~4월이 되면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대학 졸업생이 한 해 50만명 이상이고, 고교 졸업생은 60만~70만명으로, 여기에서만 100만명 이상의 취업 수요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달 말까지 기업 구조조정을 활발히 한다고 하니까 일자리 심리가 경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는 심하게 위축되고 있다. 3월 위기설은 공공연한 예측이다. 정부는 이 위기를 돌파할 방법으로 해고와 임금 삭감을 생각하는 듯하다. 전형적인 천민자본주의식 방법이다. ‘‘비정규직 2→4년’ 내달 상정 추진(<한겨레>)’이라는 기사를 보라. 정부는 비정규직을 확장해 위기를 돌파할 생각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은 100퍼센트 노동계를 반발을 불러올 것이다. IMF 때는 노동자들이 처음 맞는 위기여서 얼떨떨한 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떤 노동자도 그 때처럼 당하고 있지만은 않으려 한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하면 예측을 해볼 수 있다. 

정부는 위기국면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 →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건재한 상황에서 경제 위기는 엄청난 저항을 낳을 수 있다.(촛불 항쟁으로 배운 것도 있을 것이다.) → 탄압을 최대한 강화해 이를 위축시켜야 한다.

내가 단순히 노동에 대한 공격만으로 시야를 협소하게 가진 것은 아니다. 노동 부문이 핵심적이라 중요하게 언급한 것이다. 서민 경제난 증가, 복지 삭감, 물가 폭등 등 전방위적인 경제 위기에 정부는 어떻게든 대응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응은 서민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방식이 될 것이 뻔하다. 경제 위기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하는데 기업에게 책임을 지우려고 하는 자본주의 국가는 없을 것이다.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방식을 도입하는 유일한 이유는, 서민에게 전적으로 떠넘겼을 때 리스크(저항)을 관리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뿐이다. 이명박은 이 경제 위기를 돌파하면서, 리스크를 무력으로 깨부수려 하는 것이다. 이점이 오바마와의 차이점인데, 오바마는 그래도 서민을 생각해야 리스크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듯하다.(물론, 실제 정책은 오바마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결론. 미네르바 구속이 노리는 바는 경제 위기를 대비한 공포정국 조성이다. 물론, 정부 뜻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이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포스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