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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반이명박을 표방하는 신문, 〈레프트21〉

새 신문이 창간한다. 이름은 〈레프트21〉이다. 이름부터 좌파적 목소리를 내겠다고 박아놓고 있다.

사실 이 소개를 쓰는 이유는 내가 이 신문을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서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블로그 리뷰가 상업적이라는 말이 많아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좀 부담되긴 하지만 ㅋ 뭐, 이런 돈 안되는 좌파신문 인터넷 사이트 소개하는 게 그리 큰 문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게다가 민중의 소리,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등 진보 매체에서도 보게 되는 상업광고가 없으니 〈레프트21〉은, 웹사이트에 있어서는 완전히 무료라고 할 만하다.)

뭐, 신문을 소개하는 글인 만큼 내가 생각하는 이 신문의 장점을 몇 가지 말하고자 한다. 신문사에서 강조하는 장점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신문사 자체의 소개는 신문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게 좋을 듯?

허울뿐인 객관성을 버려라

뭐, 신문사의 소개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지만 나는 이 점이 〈레프트21〉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신문사의 홍보문구다.

▶노동자ㆍ서민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신문입니다

가식적 중립을 거부하고 노동자ㆍ서민의 입장에서 현실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사실 주류 ‘저널리즘’의 한계라는 것은 분명히 있다. 나는 그 중 가장 대표적으로 나쁜 것이 바로 ‘가식적 중립’이라고 본다. 조중동의 가증스런 가식은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한겨레〉 같은 개혁적 매체도 이런 저널리즘의 한계에서 벗어나기는 힘든 것 같다. 어쨌든 이들은 사설에서만 자신들의 주장을 펼 뿐이고, 그것도 제한적이다. 직접적인 의견표현보다는 주로 인용을 통한 의견표현을 하다보니 하고싶은 말을 다 못 할 때도 있고, 객관적 사실을 나열하는 양 주장을 펼쳐야 하니 답답한 면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서구 언론이 우리나라의 언론보다는 좀더 양심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언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공개적으로 밝힌다는 점이다.

나는 이런 입장 표명이 역설적으로 신문의 객관성을 보장하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이 신문이 노무현을, 권영길을, 이명박을 지지하는 신문이라는 것을 독자들이 분명히 알게 되면, 그 사전정보를 바탕으로 신문의 정보를 가려 읽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흔한 오해와 달리 독자들은 신문의 정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조중동의 압도적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수구에 대항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이유기도 하다.)

운동의 전략과 전술을 토론하는 신문

다른 어떤 매체도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레프트21〉은 거의 공개적으로 ‘운동권 신문’을 표방한다. 다음 소개를 보자.

▶운동 내 토론과 논쟁의 장을 제공하는 신문입니다

운동 내 다양한 견해를 협력적이고 건설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토론과 논쟁 면을 고정 배치합니다.

사실 운동권 언론은 몇 개 있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민중의 소리참세상 등은 운동을 주로 소개하는 객관적 언론이기는 하지만 운동 내 전략과 전술을 열정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몇몇 ‘운동권’ 단체의 기관지 정도가 운동 내 논쟁을 소개하고 다룬다. 그러나 대중적 언론을 표방하는 것 중에는 그런 매체를 보지 못했다.

〈레프트21〉은 대중적 매체를 표방하면서도 그런 내용을 다룬다. 예를 들면 촛불 항쟁이 한창일 때 촛불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룰 만했다.

(〈한겨레〉〈경향신문〉이 촛불 이후 토론회를 열어 그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 것이 촛불 운동의 진로를 놓고 나름의 전략과 전술을 제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병렬적 나열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더 진정한 문제는 〈한겨레〉가 촛불운동 그 자체보다 (믿을 수 없는 민주당이 그나마도 야당인) 의회로 수렴시키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데 있지만 말이다.)

운동이 벌어지는 것은 집중된 토론없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집중된 토론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운동이 벌어지든간에, 그 저변에는 수많은 개인 대 개인, 집단 대 집단, 개인 대 집단의 토론이 있기 때문이다.) 운동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집중된 토론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레프트21〉이 제공할 운동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 소개는 앞으로 이명박 반대 운동에 좋은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블로그 저널리즘과 〈레프트21〉

블로그가 대안적 언론을 형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나는 회의적이다.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언론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집중과 조직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그러나 블로그는 여론 형성에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블로그가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

블로그 저널리즘이 보통의 저널리즘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요즘 이 블로그 저널리즘이라는 것도 많이 왜곡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순수한 의미에서 본다면 그것은 입장 표명의 자유, ‘소통’이란 특징에서 볼 수 있는 토론과 논쟁이다. 이것은 기성 매체가 결코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레프트21〉은 바로 이런 것들을 조직적으로 집중해서 제공할 생각인 듯하다.

나는 〈레프트21〉의 애독자가 될 것이다. 신문 만드는 것을 바로 옆에서 도왔고, 내가 한 번 여기 인생을 걸어볼까 생각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을 차치하더라도 이 신문은 읽고 후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