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한국인 살해 참사가 계속되는 이유
오늘 아침 예멘에서 한국인 살해가 공식 확인됐다는 소식에 마음이 착찹하다.2001년 9.11 테러를 명분으로 한 제국주의 전쟁몰이 탓에 세계는 더 위험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9.11 테러를 계기로, 테러와 상관도 없는 이라크를 침공했음이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사실, 9.11 테러 당시 CIA가 ‘뭔가 테러가 있을 것이다’ 하고 알았음에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는 음모론도 있을 정도로 9.11 테러는 미국 정부에게 거대한 명분을 줬다.냉전 후 새로운 적, 이슬람사실,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 추종자인 부시 대통령 일당에게 당시 필요한 것은 ‘적’이었다.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이 필요함을 입증할 수 있는 적이 필요했다.냉전이 끝나고, 소련이란 적이 사라지자 “평화”가 온 듯했고, 미국의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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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파업과 이명박의 계급투쟁
문제의 원인쌍용차 문제의 원인은 크게 보아 두 가지다.첫째는 경제 위기다. GM도 파산하는 마당에 어느 기업이 파산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두 번째는 상하이 차의 먹튀 문제다. 이건 다음 한겨레 기사를 참고하라.쌍용차는 2004년 10월 5900억원에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팔렸다. 당시 정부와 채권단은 쌍용차를 사려는 국내 업체가 없어 외국 기업에 팔 수밖에 없긴 했겠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지금의 경영 실패를 불러온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약속한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았고, 경쟁력 있는 신차 개발에 실패함으로써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더욱이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고급 기술만 빼내갔다는 ‘먹튀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정부나 채권단은 외국자본을 유치할 때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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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공산주의는 개인 소유 자체를 부정하는가
내가 사회주의/공산주의라고 쓴 이유는 두 말이 의미하는 바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에서 두 용어가 구분돼 사용된 것은 역사적 기원이 있다.19세기 말, 20세기 초 사회주의를 의미하는 용어는 사회민주주의였다. 레닌의 저작을 보면 ‘사회민주주의자’라는 말이 혁명가들인 볼셰비키를 가리키는 말로 자주 나온다. 우리가 온건한 정당으로 기억하는 독일 사회민주당도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혁명정당으로 여겼다. 레닌은 사회민주당에서 우파적 위치를 차지했던 카우츠키에게 여러 차례 존경을 표하며, 그의 저작을 인용했다.그런데, 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기존에 지배적 위치를 차지했던 이 사회민주당들이 전쟁에 찬성했다. 독일 사민당은 독일이 전쟁 공채를 발행하는 데 찬성했다. 정통 마르크스주의 정당, 노동자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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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공사의 불쾌한 아침인사 ㅡ 문제를 가리는 친절
지하철이 이상해졌다요즘 지하철이 이상해졌다. 맘에 안 드는 노사화합 선언을 하더니, 이제는 아침마다 직원들이 역에서 인사를 한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란다.직원들에겐 아무 불만 없다. 좋은 하루 되라는데 나쁠 거 있나. 문제는 실질적이냐 하는 데 있다. 당신들이 인사해주지 않아도 나는 대체로 하루하루가 즐겁고 좋다. 그리고 기분 나쁘거나 몹시 피곤한 날은 당신들이 인사해주지 않아도 기분 나쁘거나 몹시 피곤하다.문제는 다른 데 있다. 직원들이 왜 아침마다 승객에게 인사해야 하냐는 데 진정한 문제가 있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어릴 적 봤던, 백화점 앞에서 자동으로 인사하는 인형과 그 직원들이 다를 바 없단 말이다. 한마디로 인사 받을 필요 없단 말이다.친절의 상품화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화한다. 마르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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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이 맘에 들진 않지만 국가보안법 고발이라니 황당할 따름
강정구 교수 고발, 송두율 교수 고발, 일심회 조작, 헌책방 사장 고발 등 수많은 국가보안법 이슈가 있어왔고, 2004년 말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수천명이 단식을 하는 상황도 있었지만, 이렇게 대중적으로 ‘국가보안법’이란 단어가 회자된 적이 있을까?경축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솔직히 우익이 고발한 신해철에 대한 내용을 보면 동의할 수 없다. 어떻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 합당한 주권에 의해, 그리고 적법한 국제 절차에 의해 로켓을 발사한 것이 민족의 일원으로서 경축할 일”(신해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김기철, 신해철 씨의 로켓발사 경축 글을 보고, 〈레프트21〉 독자토론, 2009-04-11)북한이 미국에게 이유없이 제재를 받고, 미국이 심각하게 위선을 떠는 것도 사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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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봉쇄(?)와 제국주의
남북관계에 따듯한 봄이 왔고, 남북관계는 역사의 큰 물줄기에 의해 안정적인 관계에 들어섰다는 전망이 많았다. 다소간의 껄끄러운 상황은 있겠지만 큰 물줄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아마 이런 관측을 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이 관측을 폐기처분하려 하지는 않을 것 같다.나는 생각이 다르다. 역사는 종교가 아니다. ‘믿음’이야 나쁜 것이 아니고 특히 남북 화해에 관해 사람들이 갖는 열망을 대변하는 이런 생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현실 정치의 영역에서 믿음이 분석을 대체하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곤 한다.남북관계가 아니라 동북아 관계남한이 북한을 몰아붙이고, 북한은 개성공단을 볼모로 한미를 협박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이것은 한반도의 근본적 정세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남북관계가 남북관계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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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에 대한 반발이 진보/보수와 무관한가
판사들이 신영철 대법관의 부당한 재판 개입을 폭로하는 모습을 보면 이 사회가 많이 민주화됐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이명박이란 하나의 권력이 모든 사람들의 정신마저 한꺼번에, 한 번에 억압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것 같아 마음이 좋다.이번 사건을 보면서 재밌는 것은 〈조선일보〉가 적극적으로 이 사건을 진보·보수의 대립으로 보는 반면, 〈한겨레〉는 이것이 진보·보수와 무관한 일이라고 변호하는 모습이다.〈조선일보〉는 7일치 사설에서 … “자기 성향이 맞지 않는다고 법원 내부 일을 외부에 조직적으로 폭로하거나 일부 언론과 편을 짜 법원 내부 인사에 대해 인민재판식으로 집단 몰매를 가하는 것은 … 파괴공작과 다를 바가 없다”고 썼다.법관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낸 사건을 진보-보수 대립의 산물로 해석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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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지성, 촛불에만 있었나
2008년, 촛불과 함께 〈한겨레〉류의 언론들은 새로운 인터넷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찬양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집단 지성’이라는 게 예전에는 없었던 것처럼 회자됐다. 해학과 풍자는 ‘새로운’ 저항의 방식이라고 얘기됐다. 한국 민중의 독보적인 업적이라고까지 얘기됐다.이런 반응들은 촛불에 대한 ‘지나친 호들갑’이다. 해학과 풍자는 아주 전통적인 저항방식이다.그렇다고 내가 촛불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촛불이 역사적으로 있었던 다른 위대한 운동들과 다르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이며, 그건 촛불 운동에 대한 폄하가 전혀 아니다. 촛불은 87년 6월 항쟁에 비견됐는데, 나도 똑같이 생각한다. 그만큼 위대한 운동이었다.그러나 여기서 얘기하려는 것은 ‘새롭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특히 오늘은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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