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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마르크스는 오늘날 경제 위기를 어떻게 볼까?

누군가 “마르크스가 오늘날의 세계를 본다면 자본주의의 위기 극복 능력에 경탄할 것” 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것을 듣고 물음표를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그도 그럴 것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황금 같은 대호황 30년을 제외하고 자본주의는 줄곧 위기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내 짧은 지식으로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70년대 말의 오일쇼크와 90년대 말의 동아시아 금융 위기, 2000년대 초반의 미국의 엔론 사태, 그리고 작년부터 시작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와 올해의 미국 금융 위기까지 자본주의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사실 언론이 각각의 위기가 마치 각각 다른 이유 때문에 찾아온 것처럼 말하니까 사람들이 연속적으로 사고할만한 여유를 못 가져서 그렇지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면 위기가 꽤 주기적으로 반복된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숨을 쉬듯 자본주의는 호황과 불황이라는 들숨과 날숨을 내쉬며 살아간다고 말한 것은 바로 마르크스였다. (정확한 인용은 아니다.)

물론 이런 정도는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경제학자들도 ‘경험적으로’(그들은 결코 이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지 못한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마르크스의 독창적 기여는 위기가 심화하는 경향성(이윤율 저하 경향)을 밝혀낸 데 있다.

위 그림은 독일과 미국, 일본의 제조업 순이율 그래프다. 이윤율이 계속 하락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금융 위기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이 거대해지면 거대해질수록 이윤율이 감소하는 경향성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윤율 저하 경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왜 자본주의에서 경제 위기는 필연인가’(조지프 추나라)를 참고하기 바람.) 금융자본은 산업자본 없이 독자생존할 수 없다. 산업자본이 낳은 이윤의 일부를 대가로 산업자본의 혈액순환(자금 흐름)을 돕는 것이 금융자본이다. 산업자본의 이윤율이 하락하면 금융자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미국의 이번 금융 위기는 바로 이런 맥락 위에 서 있다. 산업자본의 이윤이 하락하자 남는 돈은 산업자본에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투기에 사용됐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집투기. 너도나도 집을 샀다. 집값은 계속 올랐다. 은행들은 집을 사라고 부추기며 돈을 대출해줬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집값이 오르자 집을 담보로 원래 대출받은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대출받았다. 은행들은 이를 부추겼다.

그러나 집값이 2배~3배로 뛸 수는 있어도 100배까지 뛸 수는 없는 법. 실질적 가치 이상의 가격은 언젠가 재조정되기 마련이다. 더이상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예전처럼 많지 않은 순간은 오기 마련이다. 왜? 너무 비싸졌으니까 살만한 돈이 없는 거다. 그러면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한다. 미국이 바로 그렇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작년? 여튼 1~2년 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집값이 하락하자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은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불안만 있었다면 다행이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대출금을 못 갚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당연히 은행들은 대출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실물경제에 투자하지 않고 이 투기에 투자한 다른 은행들, 회사들, 연기금은 엄청난 손실을 입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경제 위기의 양상이다.

마르크스가 지적한,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세부적인 것 말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말이다.)

자본주의의 외양이 엄청나게 변하기는 했지만, 근본 동력은 마르크스가 살던 시대의 자본주의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임노동과 경쟁하는 다수 자본, 그리고 무한축적과 위기의 반복.

이런 연유로 마르크스는 아마 오늘날 세계경제 위기를 보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본주의 그 자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