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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란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합니다

대한늬우스, 안보신권이라는 기괴한 내용도 신랄한 비판거리가 되겠고, 검찰의 PD수첩 탄압에 대해서도, 정권의 MBC 탄압에 대해서도 쓰고싶은 말은 많지만 오늘은 이란에 대해 써야 할 것 같다.

혁명 정권

이란은 혁명 정권이다. 그리고 반미 정권이다. 둘 다 반쯤 맞는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온전한 표현도 아니다.

이란은 혁명 정권이지만 혁명의 정신을 실천하지 않는다. 이란 엘리트는 부패했다. 다음 인용을 보라.

소상공인들도 계약을 따내려면 상당한 ‘보너스’를 관리들에게 상납해야 한다. 부패가 워낙 만연하다 보니 상당수 지배자들이 국가가 잘못 운영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가장 큰 부패 스캔들은 한 고위 성직자의 아들이 운영하던 대형 국영 무역회사 알마카셉 민영화 과정에서 터졌다. 무려 1억 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었다.

사이먼 아사프, “거짓말, 배신과 뇌물로 점철된 이란의 기성 체제”, 레프트21, 2009-06-18

이렇게 된 이유는, 혁명 과정에서 연합했던 두 세력(노동계급과 중간계급)중 중간계급이 지도권을 쟁취해 노동계급 운동을 탄합하고, 기존 경제체제를 확고히 유지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반미정권이다. 이것은 중동의 민족주의적 감정을 볼 때 완전히 타당하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볼 때 이란이 철저히 반미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중동의 전쟁 반대 회의인 카이로회의에 참석했을 때 중동의 일부 활동가들은 이란 정권이 저항운동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며, 운동 내 혼란을 부추긴다고 비판하는 것을 봤다. 이란 정권은 중동 저항 운동 내의 논란이다. 이란의 ‘반미’라는 게 북한의 ‘반미’만큼이나 철저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저항, 그리고 탄압

따라서 우리가 이란 국가를 볼 때 이것을 현재 진행형인 ‘혁명 국가’로 보는 것은 오류다.

그러나 이란을 북한과 동일시할 수는 없는 듯하다. 북한은 단 한 번의 혁명도 겪지 않았다. 북한의 ‘사회주의’국가 건설은 소련의 체제를 이식한 것에 지나지 않았으며 소련의 체제는 1920년대 말에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체제로 이행해 줄곧 그 체제를 유지했다. 이를 흉내낸 북한은 국가자본주의 체제를 성공적으로 건설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민중의 피가 흘렀다. 소련에 1930년대 혁명 1세대에 대한 공개 처형이 있었다면, 북한에는 민족주의적 좌익 세력에 대한 숙청이 있었다.[각주:1]

이란이 혁명적 정부라면, 그래서 고립 속에서 어쩔 수 없는 난처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황에 대한 정상참작이 가능할 수도 있다. [각주:2]

한국 시민단체들의 이란 대사관 앞 항의시위 사진(20090625)

△한국 시민단체들이 이란 대사관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했다.

따라서 현재 이란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난다면 전적으로 민중의 입장이 옳다. 게다가 이란 정부는 비무장 시위대에 발포했다. 용서받을 수 없다. 이명박이 시위대에 발포한 거나 다름 없다.

CIA의 개입?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이란 개혁파를 이끌고 있는 무사비는 친서방 지도자이며 신자유주의를 추구한다고 한다. 마치 김대중과 노무현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인가? 김대중이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다고 해서 민주화 운동을 지지해선 안 되는가? 일본 정부가 김대중을 박정희의 마수에서 구해냈다고 해서 민주화운동이 비난받아야 하는가? 민중의 저항보다 CIA의 음모를 우위에 놓는 논의는 논할 가치가 없다.

저항의 향방

이란 저항의 향방도 2008년 촛불의 향방과 닮아 있다. 이란의 노동계급이 움직인다면, 이란은 더 나은 민주주의로 나아갈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향방을 장담할 수 없다.

노동계급은 일반 시위대에 비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파업이라는 무기를 통해 국가 지배게급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노동계급이 파업한다면 정말로 지배계급은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단순히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는 것으로 상황을 모면할 수 없다. 파업은 집을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처마 아래로 피해봐야 집이 무너지면 소용 없다.

둘째, 파업이라는 무기는 일터에 구애받지 않는 지속적인 무기다. 촛불 시위대는 아침에 출근해야 했다. 파업한 노동자들은 아침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이거 중요한 강점이다.

이란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들이 계급으로서 움직이냐 아니냐가 결정적일 것이다.

[덧] 이란 노동계급의 상황을 알고 싶다면 다음 기사를 읽어라 : 이란 운동이 성공하려면 노동자 행동이 필요하다

  1. 물론 철저히 아래로부터의 관점을 견지한 고참 볼셰비키들과 스탈린주의적 관점을 가졌던 민족주의적 좌익 세력들을 동일선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 [본문으로]
  2. 심지어 그런 상황이라도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발포는 용서받기 힘든 행위다. 혁명 직후의 러시아에서 시위대에 발포한 지역 소비에트가 있었는데, 발포 당일 지역 소비에트 집행위원 전원이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란이 민주적인 혁명 정권이라면 시위대에 대한 발포가 정권 내부로부터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