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25일에 쓴 글입니다.
‘네이팜탄 소녀’.
1972년 베트남전 당시 미군은 마을 사원에 네이팜탄을 투하했다. 9살이었던 판티 킴푹의 옷에는 불이 붙었다. 킴푹은 옷을 벗어던지고 달아났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AP통신의 사진기자 후잉 콩 우트가 이 장면을 촬영했다.
(우트는 촬영 후 킴푹을 곧장 병원으로 싣고 가 치료했다. 킴푹은 전신 30%에 3도 화상을 입었고 13개월 동안 입원해 있으며 여러 차례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 사진은 베트남전의 실상을 폭로했고, 나중에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걸 지금 공유하는 이유는, 페이스북이 이 사진을 ‘아동 포르노’라며 차단했던 것때문이다. 2016년에 많은 항의를 받고 나서야 이 사진을 허용하게 됐다고 한다.
우리가 무엇을 공유할 수 있는지 SNS가 검열하는 세상이다. SNS는 세상이 더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검열하지 않는다. 논란을 피하며 이 공간을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객관적 수치는 논란을 피하기 좋은 구실이다. ‘아동 포르노’란 단어는 페이스북이 보기에 이 사진에 대한 ‘객관적 묘사’였을 것이다.
이런 검열에서 나는 이윤에 조금의 손해도 입지 않으려 하는 차가운 자본의 모습이 연상된다. 페이스북에게 베트남전의 고통은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지금 논란을 피할 수 있다면.
그러나 양식 있는 인간이라면 누가 그럴 수 있을까.
참고: 판티 킴푹(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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