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 외딴 섬》은 최근에 시공사에서 낸 스웨덴 청소년 문학작품이다. 총 4부작 중 1부에 해당한다.
이 책을 쓴 아니카 토어라는 작가는 스웨덴에서 꽤 잘나가는 작가인 모양이다. 이 소설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소설의 배경은 제2차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오스트리아에 살던 유대인 자매(슈테피, 넬리)는 부모님의 결정으로 스웨덴에 피신을 왔다.
청소년인 슈테피(자매 중 언니)의 눈으로, 전쟁의 참화가 직접 닿지는 않은 스웨덴을 그리고 있으므로 이 소설이 전쟁을 직접 묘사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히틀러의 광기어린 전쟁이 스웨덴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유대인인 자매에게 미친 영향, 그리고 비겁한 스웨덴의 처신, 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을 일부 스웨덴인들이 얼마나 무지하게 받아들였는지 등이 아주 담담하게 그려진다.
슈테피가 살게 된 섬으로 휴가를 온 사람들의 한 아이는 슈테피를 유대인이라고 놀리면서 히틀러가 와서 잡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슈테피의 동생 넬리는 그림을 그리며 놀 때 오스트리아에서 본 것을 그린다. 상점의 유대인 주인 부부가 군인들 총 앞에서 무릎꿇고 있는 장면이다.
슈테피의 아버지를 도와달라는 말에 그 전까지 친절하기만 하던 알마 아주머니가 “뭔가 죄가 있으니까 잡혀간 것 아니겠니” 하며 도움을 거절하는 장면은 완전한 반전이다.
스웨덴은 어린이(고작 5백 명!)에게는 피난처를 제공하지만 어른들은 받아주지 않는다. 슈테피의 부모님은 그래서 스웨덴에 올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슈테피의 담담한 눈을 통해 그려진다. 그래서 이 소설은 정치적이며 역사적이면서도 성장소설이다.
처음에 메르타 아주머니의 집에 들어가면서 그곳이 “세상 끝”이라고 생각했던 슈테피는 깨닫는다. 더이상 자신은 “외딴 섬”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소설은 전쟁의 참화가 꼭 전쟁의 현장에 있지 않더라도, 훨씬 더 광범위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도와가며 살아왔는지 잘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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