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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환자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고대병원 경영진 ㅡ 영리법인화

촛불 1주년도 얼마 안 남은 오늘, 고대병원(고대의료원) 로비에서 노동자들이 모여 집회를 하고 있었다. 병원 로비의 집회,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노조 지부장님이 한이 섞인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병원 측이 영리법인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인사제도를 개편하는데 거의 두 달 동안이나 노동자들을 배제한 채 의사결정을 다 마치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노조와의 약속에 의하면 그건 위법한 일이다.

영리법인화

병원의 영리법인화라는 것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 고대병원 노조 측의 설명을 들어 보자.

의료도 산업이며 경쟁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도산한다는 경쟁 논리 … 병원이 … 기업답게 ‘이윤’을 추구…

비용의 측면에선, 경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정규직 T/O는 계속적으로 줄이고 그나마 충원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 …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는 것만 신경쓰][그에 따라] 1분 진료 [같은 부실 진료] 증가, [돈 벌려고 무턱대고 하는] 검사 건수 증가[로 환자 부담 가중]

(꺽쇠 안은 내가 이해를 돕기 위해 넣은 것)

경쟁의 논리로 직원을 옥죄지 말라!, 〈고의노보〉 1호, 2009.4.27

한마디로 병원이 영리행위 ─ 돈벌이! ─ 를 좀더 대놓고 할 수 있도록 돕는게 영리법인화고, 그게 지금 고대병원에서 경영진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 민영화 ≒ 영리법인화

작년, 촛불은 각종 민영화를 좌절시켰다. 이명박은 민영화가 계획에 없다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즘 이명박이 하는 토목사업을 보면 대운하가 아니라고 둘러대면서 대운하를 파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려고 하는 거 같은데, 민영화도 마찬가지다. 말만 다르고, 민영화가 하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영리법인화다.

인사제도 개편

고대병원 노동자들의 분노는 또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노조와 협의도 없이 추진된 일방적 인사제도 개편이었다. 인사제도 개편은 한 마디로 요약된다. 성과급제.

이것은 앞선 영리법인화와 직결되는 문제다. 병원 노동자 철수와 영희가 받는 임금을 각각 100만 원이라고 하자. 이걸 성과급제로 바꿨고, 철수가 병원 관리자한테 더 잘보여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치자. 그러면 철수는 110만 원을 받고 영희는 90만 원을 받게 된다.

그러면? 철수와 영희의 사이는 어떻게 될까. 철수는 영희를 볼 낯이 있을까? 영희는 철수를 그냥 동료로만 볼 수 있을까? 철수는 영희에게 더이상 자신의 ‘기술’을 알려주려하지 않을 것이고, 영희도 철수 몰래 정보를 모을 것이다. 이게 직장 동료들끼리 할 짓일까.

장기적으로 병원은 철수에게 105만 원, 영희에게 85만 원을 주게 될 지도 모른다. (이건 기우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면 병원은? 철수에게 생색내고 영희에겐 무능하다고 쪽주면서 인건비를 절감하게 된다. 이게 영리법인화에 수반하는 성과급의 진실이다.

노동자의 분열이라는 효과

노동자들은 회사측에 비해 개별적인 힘이 약하기 때문에 단결을 해야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헌법에 노동자들의 단결권이 보장된 것은 노동자들이 이런 점을 깨닫고 투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측은 단결을 해치려 들 것이다. 성과급은 효과적인 방법이다.

노동자 분열의 여파는 노동자들 자신에게만 미치지 않는다. 당장 영리법인화는 노동자들에게 해가 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반대한다. 노동자들이 분열하면 영리법인화 같은 개악에 반대하기 힘들어진다. 그러면? 환자들, 일반인들이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인사제도 개편 역시 단순히 노동자들의 문제가 아닌 게 된다.

“아픈데 돈 없어 본 적 있어? 없으면 말을 하질 마~”

영화 〈식코〉에 나왔던 끔찍한 현실은 이미 한국에서도 부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나는 어떤 토론회에서 중환자를 돈이 없다고 내쫓아야만 했던 간호사의 울먹이는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

두 손가락이 잘렸는데, 한 손가락은 6000달러, 다른 한 손가락은 12000달러라고 말하며 “어느 손가락을 붙이시겠습니까?” 하고 묻는 냉혹한 병원을 마주하기 싫다면, 고대병원 노동조합의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응원 메세지 한 마디 남겨주기 바란다. 따듯한 글 하나지만, 분명 이 투쟁은 그 이상의 보답을 할 것이다.

참, 고대병원 노조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데 모범을 보였던 노조기도 하다. 그런만큼 응원은 더욱 값질 것으로 생각한다.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글이 뜨니까 역시 익명의 악플러들이 생산적이지 않은 딴지를 거는 것 같습니다.

일일이 답할만큼 한가한 사람도 아니고, 소수의 악플러들이 다수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비생산적인 댓글은 삭제한 후, 댓글 기능을 폐쇄합니다. 그래도 좀 격식을 갖춘 아래 두 댓글만 놓아둡니다. 트랙백은 달 수 있습니다.

  • 제가 듣기론 2009.04.30 15:37

    고대병원이 예전부터 직원들이 세다고 들었습니다. 직원들이 주장하는 것이 정말 환자를 위한 것이라면 월급인상으로 해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항상 끝은 직원 월급 인상으로 나죠.
    아산, 삼성 등 재벌병원과 서울대, 세브란스, 성모의 대학병원 틈에서 고대병원이 설 자리가 별로 없죠. 아마 그나마 거기서 살아남고자 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성과급을 하는 다른 대다수의 직장은 뭐죠? 성과급이 이미 사회에서 많은 흐름이 되고 있는데 거기에 선과 악의 가치 평가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네요. 물론 의료가 무한 경쟁이 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공공기관도 아니고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은 해야하지 않을까요? 전 고대병원과는 전혀 인연도 없는 사람이지만 밖에서 볼 때 답답해보이네요.

    • 사용자 안형우 2009.04.30 15:44 신고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의료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면 살아남은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걱정스런 맘은 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살아남는 것', 어떤 방식이 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상의료를 실시하는 영국이나 베네수엘라의 사례에서 배울 게 많다고 봅니다. 영리화는 해법이 전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