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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천신일, 고대 학생들에게 망신당하다

오늘은 고려대 개교기념일이다. 그리고 이 날에는 교우회의 행사가 늘상 있다. 그러나 올해 고려대 학생들은 이 행사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행사의 주인공이 바로 이명박의 부패 파트너로 의심받는 천신일 교우회장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고려대 총학생회를 비롯해 학생 단체들이 반발했다.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하고 침묵시위를 진행하려했다.

다음은 연합뉴스에 나온 기사다 : 이지은, 해명해 주세요, 연합뉴스, 2009.5.5

학생들의 시위 덕분에 천신일 회장은 행사가 끝나자마자 부끄러운지 도망치듯 사라졌다.(이지은, 취재진 질문 피하는 천신일 회장, 연합뉴스, 2009.5.5)

아직 연합뉴스 기사밖에 나오지 않았고, 잠깐의 해프닝인 것처럼 묘사됐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고려대 학생들은 천신일의 부패를 규탄하려했다는 이유만으로 모진 수모를 당했다.

개념 없는 교우회 일부 관계자는 학생 대표자들을 밀치고 잡아당기고 넘어뜨리고, 준비해간 팻말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박살냈다. 울분에 찬 총학생회장은 눈물을 머금었다. 다음은 그 전말이다.

학생회관에 ‘감금’당할 뻔한 총학생회

총학생회의 설명을 들어 보면, 아침부터 교직원 20여 명이 학생회관 1~2층 입구를 가로막고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나오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교직원 하나는 총학생회장의 멱살까지 잡으며 기자회견을 저지하려고 했다. (나중에 학생처장은 자신이 시킨 일이라고 밝혔다.)

분개한 총학생회장은 해명을 요구하며 총장실로 달려갔다. 사실 흔히 이런 일에서 교직원을 상대하는 것은 피곤하다. 이들은 결정권이 없이 상부에서 시키는대로 할 뿐이다. (때로 이들은 능동성을 발휘해 학생들을 골려주려 하지만 그래봐야 피라미인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총장실이 있는 본관 앞에는 개교기념일 행사가 준비되고 있었다. 총학생회장이 본관에 들어가 항의하려 한 모양이다. 그러나 금세 교우회 관계자들과 학생처 직원들에게 둘러싸였다. 기자회견에 참가하러 온 학생들이 기자회견 장소에 있다가 뒤늦게 연락을 받고 본관 앞으로 갔다. (기자회견 장소는 행사장 뒤쪽으로 50미터쯤 떨어진 곳이었다.)

몰상식한 일부 교우회 관계자들은 사건의 전말도 알아보려 하지 않고 무조건 ‘학생들이 행사를 깽판치려 한다’면서 밀치고 때리고 넘어뜨리고 팻말을 박살내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 소란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러던 와중에 5x학번이라고 밝힌 사람이 나서더니 학생들이 왜 여기서 난리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자신은 4.19를 일으킨 사람이라고 호언했다. 총학생회장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사람은 학생처 직원을 ‘썅노무 새끼’라고 지칭하면서 불러세웠다. 대뜸 고대냐고 물은 다음 이 학생 말이 사실이냐고 묻자, 학생처 직원은 사실이라고 확인해 줬다. 불호령이 떨어지려는 찰나, 학생처장이 ‘제가 시킨 일입니다’ 하며 진화에 나섰다. 총학생회장은 사과를 받기 전까지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그 5x학번은 학생처장에게 몇 학번이냐고 묻고는 자신보다 학번이 낮은 것을 확인하자 당장 사과하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학생처장은 마지못해 사과했다.

기자회견

 기자회견은 무난히 진행됐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학생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자료다.

기자회견 후 학생들이 침묵시위를 위해 준비해 온 마스크를 껴고 행사장 뒤쪽에 서려고 했으나 교직원들에게 또 저지당했다. 학생들은 침묵과 팻말로 천신일을 규탄할 수 없게 되자 행사장에서 3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구호를 외쳐 천신일에게 항의표시를 했다.

명비어천가를 불렀던 고대 교우회

고대 교우회의 명비어천가는 유명했다. 고대 학생들은 그 천박함에 낯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 데일리 서프라이즈에 실린 하재근 씨의 칼럼을 인용함으로써 교우회의 낯부끄러운 짓을 보도한 기사를 재인용하겠다.

민간 통신사 뉴시스는 고려대 교우회보가 '명비어천가'성 글을 실었다고 보도했다.

'고대의 교우회가 펴내고 배포한 '고대 교우회 100년사' ... 노무현 정부를 '광신자'로 표현하기도 하고 이 대통령당선인의 당선에 대해 "승리의 새벽"이라고 규정하며" (이 당선인은) "하늘이 내리는 시련을 겪었다"고 묘사한 글은 뺄 것 없이 '명'비언천가로 보인다.'

노컷뉴스가 전해주는 고대 교우회 100년사는 더욱 가관이다. 나라망신이다.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이 당선인은 하늘이 내리는 시련을 겪었다. 국민도 그의 한천작우하는 대망에의 도전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어차피 대선이 성인을 가리는 경연장이 아님을 잘 알고 있는 국민은 그 어떤 모략이 난무할지라도 추호의 흔들림 없이 기나긴 대선레이스 동안 시종일관 엠비MB를 지켜주었다."

"승리의 새벽이다. 이명박과 함께 인고의 시간을 기다려왔다. 새 날, 새 하늘의 대명 아래서 참과 거짓이 갈리는 확연의 시간을 타종하고 있다. 미명 너머 저 편으로 물러나는 낡은 광신자들의 사상의 질곡을 향하여, 집권 좌파의 역주행이 결과한 국정파탄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통렬한 빚 갚음이 그것이다." [노컷뉴스 2008-01-08]

하재근, 고대 교우회의 ‘이명박 찬양’이 너무나 창피하다, 2008-01-10

고대 교우회는 도대체 누구를 대표하는가. 고대 교우회는 천신일 같은 사장들의 로열 클럽이 되기를 바라는가.

천신일, 행사에 나오지 않는 편이 좋았다

“대검 수사기획관도 “검찰이 혐의가 없는 사람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했겠느냐”며 천신일의 혐의가 구체적인 근거가 있음을 시사”한 마당에(대한민국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무디다는 느낌은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런데 이 검찰이 이명박 최측근 천신일의 혐의를 인정했다.) 이런 불명예스런 사람이 개교기념 104주년 행사에 나선다?

지조있는 선비들이라면 감히 꿈도 못 꿨을 이런 행태를 버젓이 한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고려대 당국은 이런 천신일에 잘보이려고 학생들을 학생회관에 ‘감금’[각주:1]하려고 했으니 말 다했다.

한국 권력층의 천박성

세련되게 싸가지없나 천박하게 싸가지없나 싸가지없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천박성에는 분노가 가시지 않는다.

권력을 가진 자는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권력자가, 대중의 지지를 받는 침묵시위조차 폭력적으로 가로막는 것은 정말 너무도 천박한 짓거리다. 이 땅의 권력자들은 그정도의 포용력도 없는 졸렬한 이들이다.

고려대 당국의 천박성은 이미 이건희에게 학생들이 항의했을 때, 보직교수 전원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힘으로써 만천하에 드러난 바 있다.

그나마 학생들의 이런 노력이 고려대 전체가 천박한 것은 아님을 말해주고 있어 다행이다. (촛불 정국의 ‘고대녀’ 김지윤을 비롯해서.)

[덧] 아래는 현 고려대 총학생회의 선거 홍보물이다. 이명박을 화끈하게 비판하고 있어 시원하다.



  1. 사실, 이런 걸 감금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려대 당국은 학생들을 출교시키면서 비슷한 상황을 ‘감금’으로 몰아붙여 근거를 날조한 바 있다. 고려대 당국이 일관되려면 직원들도 출교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아니, 학생처장이 시켰다고 하니 학생처장이 출교감인 듯하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