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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용산 참사 검찰 발표에 잠 못 드는 밤

자려는 찰나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대뜸 “열받아... 열받아서 잠이 안와...” 이런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검찰 발표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이 용산 참사 검찰 발표날이었다. 집회도 있었다. 들어오니 친구들이 방에서 뉴스데스크를 보고 있었다. 보다가 끄고 갔다. 열받는다고.

뭔가 콸콸 쏟아지고 손목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철거민들이 시너를 뿌린 거라고 결론내렸단다.

경찰들이 못 올라오게 3층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른 거라고 한다. 검찰들 눈에는 철거민들이 개념 없는 멍청이들로 보이나 보다. 철거민들이 바보도 아니고 자신들이 4층에 있는데 자기 손으로 3층에 불을 지르겠는가.

동영상에 찍힌 불의 모양이 화염병을 던질 때 불의 모양이랑 비슷하므로 화염병에 의한 화재로 결론내렸다고 한다.

철거민들이 화재에 의해 죽은 것으로 보인다는 검찰의 발표에 친구는 “그럼 폭설로 죽었겠냐?!” 하는 말을 내뱉고 자리를 박차 일어났다.

고인 중 누군가는 경찰에게 맞아 죽은 것 아닐까? 계속되는 의혹이 있다. 검찰은 그것까지 털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철거민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 학교 옆에는 철거촌이 있었다. 용역들이 부숴놓은 담벼락, 두평 남짓 돼 보이는 곳에서 온가족이 살아가는 그곳은, 책 속에서만 보던 그런 곳이었다. 그런 곳이 대학 옆에 있었다.

용역들은 그걸 부쉈다. 사람들을 폭행했다. 용역들이 올 때면 선배들은 급하게 사람들을 모아 철거촌으로 올라가 용역들과 싸웠다. 철거민들에게 진정한 "경찰"은 대학생들이었다. "민중의 몽둥이" 경찰들은 용역들이 한참 동안 철거민들을 폭행한 후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철거민들을 폭행죄로 경찰서로 끌고 갔다. 그게 철거촌의 현실이었다.

누구는 발등에 낫이 꽂혔다고 했다. 어떤 임산부는 2층 높이에서 떠밀려 떨어졌다고 했다. 어떤 이는 몸져 입원했다 했다.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그렇게 처절했다.

그 곳, 서너살 먹은 아이들의 입에서는 동요가 아닌 투쟁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투쟁가는 아름다운 노래지만 아이들이 부를 때 그건 왜 그리 구슬프게 들리던지. 아이들의 목소리는 낭랑했는데 말이다.

되풀이되는 만행

대학시절의 철거촌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었다. 조세희가 현실보다 더 현실감있게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현재진행형이다.

검찰 경찰의 뻔뻔한 거짓말도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권력자들의 만행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아니, 돈에 눈 먼 권력자들과 자본의 만행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들은 돈의 노예가 되어, 없는 자들을 짓밟아 조금이라도 자신을 살찌우려 한다.

오늘 지하철에서 대책위 사람들이 나눠주는 유인물을 받았다. 힘 내시라는 말 한마디 하고 싶었다. 거기서 이런 말을 봤다.

저희는 결과 갖고 싸울 거예요, 왜 싸울 것이냐면 아이들한테 뭐라고 그러겠어요? 너희 할아버지 떼쟁이라고 그래요? 너희 할아버지 불 질러서 그렇게 됐다고 얘기해요? 아니잖아요.(이현선, 故이상림 씨 딸, <PD수첩>)

“아이들한테 뭐하고 그러겠어요?” 이 당연한 말이 내 마음을 울렸다.

이명박 정권, 이 정권에 복역한 자들은 아이들에게 부끄럽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이 살인 정권에 맞서 싸워야 한다.

나는 이번 주 토요일 청계천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