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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토론회 후기

유시민의 고려대 강연회 “법과 정의” - (1)강연 내용 요약과 간략 논평

- 이 글은 두 번에 걸쳐 쓸 것이다. 하나는 유시민의 강연 자체를 다룬다. 다른 하나는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질문과 유시민의 답을 다룬다. 당연히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발언들이 좀더 현실 정치와 닿아있고, 그래서 재밌다. 첫 번째 글인 이 글에서는, 유시민이 제시하는 법과 정의를 설명하고 그의 과거와 비판적으로 비교해 보겠다.

오랜만에 학교에 왔더니 자유전공학부 학생회 주최로 유시민이 강연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갔다.

저녁을 먹어야 강연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샌드위치를 먹고 들어간 게 화근일까. 7시 10분에 들어갔는데, 앉을 자리가 없었다. 유시민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심상정, 노회찬, 이정희가 왔다고 해도 이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모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연장의 2/3쯤이 잡힌 사진이다. 오른쪽이 유시민. 보면 알겠지만 맨 앞줄은 다 복도에 앉은 사람들이다. 벽 옆에 서 있는 사람들 옆에는 또 별 옆 계단에 앉은 사람들이 빼곡했다.

사람들이 바닥에 많이들 앉아 있었기 때문에 나도 되도록 앞쪽에, 편한 복도를 찾아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강연 내용 자체는 별거 없었다.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원래 독일어에서 정의라는 단어는 법이라는 단어에서 파생한 것이다.
  • 법은 강자의 논리라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법이 정의 구현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관념도 존재한다. 상식을 어기는 법은 오래 못 간다는 관념도 있다. 여러 시대에 법에 대한 여러 관념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고,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 이명박 정부는 법치주의를 강조한다. 박정희 전두환 때 했던 일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는 법치주의를 강조하지 않았다.
  • 법치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형식적 법치와 실질적 법치다. 형식적 법치는 법대로 하면 정의라는 관념이다. 마틴 루터 킹은 "히틀러의 만행이 당시에는 합법이었음을 잊지 말자"고 했다. 국가보안법도 마찬가지인데 실질적 법치에 어긋난다.
  • 용산 철거민들이 형식적으로 불법이었다고 해도 국가권력이 그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선천적으로 내재한 정의감에 따른 것이다.
  • 정의감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인간이 갖고 있는 본성이다.
  • 정의는 두 가지 관념으로 구성되다. (1) 모든 인간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2) 능력과 기여에 따라 각자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라. - 두 가지는 모순인데, 이 둘을 적절하게 절충해야 한다.
  • (1)번과 관련깊은 것은 민법인 것 같고, (2)번과 관련깊은 것은 공법인 것 같다. 공법의 원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줘라" 이다.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반칙을 할 수 없도록 하라. 그리고 승패에 따른 보상이 승자에게조차 불편할 정도이고, 패자에게는 엄청난 좌절감을 주지는 않도록 하라. 이것이 정의에 대해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아닐까 한다.
  • 법치주의는 권력자 맘대로 하라는 게 아니다. 권력자가 법 아래 서라는 것이다. 이 때 법은 우리가 가진 정의의 관념에 비추어 합당해야 한다. 오남용한다면 그 권력을 굴복시켜야 한다. 정당성을 결여한 법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

핵심 내용은 내가 이해한대로 요약하자면 아래 세 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실질적 법치와 형식적 법치가 있다. 현재 한국사회는 실질적 법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2)실질적 법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 선천적으로 내재한 정의감을 기준으로 법을 고쳐야 한다. 법을 오남용하는 정권은 끝내야 한다.

(3)경쟁이 불가피하다면, 기회를 동등하게 주고, 그에 따른 보상이 지나치게 차별적이지 않은 상태가 정의다.

위 세 가지를 기본으로 한다면, 법과 정의에 대한 유시민의 생각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경쟁은 불가피하고, 따라서 불평등도 불가피하다. 정의는 이 불평등의 정도를 완화하는 것이다. 법은 이를 위한 도구다. 권력이 이를 오남용한다면 갈아야 한다."

유시민의 ‘정의’로웠나

그러나 유시민의 과거는 어땠는가.

파병, 한미FTA, 노동자 탄압, 비정규직 악법 등에서 그의 입장은 별로 ‘정의’롭지 않았던 것 같다.

파병과 FTA에 대해 <한겨레>에 실린 그의 인터뷰를 보자.

-인간은 과거를 보고 미래를 평가한다. 오히려 더 미래적인 것으로 답변을 하면 될 것 같다. 사람들은 과거에 노무현이 보여줬던 모습을 보고 그를 찍었다. 그런데 진보적인 사람들조차도 등을 돌리게 된 계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나 이라크 파병 등이다. 이를 유 후보는 적극 지지했다.

“적극 지지한 건 아니고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점 알고, 대통령 욕 얻어 자시는데, 국회의원인 나는 반대하며 모면하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해서 두 번째 연장 동의안은 찬성했다. 에프티에이는 처음에 중간 수준에서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수준에서 (체결) 돼서 찬성했다. 반대로 박원순 변호사님의 프레임에 담긴 질문을 가지고 보면 ….”

유시민 “FTA·파병, 피하는건 비겁하다 생각해 찬성”, <한겨레>, 2007-09-13

파병은 정의인가? 지금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이는 전혀 ‘정의’롭지 않았다.

이 글을 참고하라 : 위키리크스 폭로 - 학살과 고문으로 점철된 이라크 전쟁

FTA에 대해서는 질의응답 시간에 유시민이 입장을 밝혔으므로 두 번째 글에서 다루겠다.

두 번째글에는 의료 민영화의 초석을 놓을 수 있는 의료법 개정안을 유시민이 추진했던 데 대한 비판도 있다.

유시민이 제시하는 정의관에는 중요한 점이 빠져있는 듯하다. 정의를 이루는 수단에 대해서다. 그는 파병 때 미국의 압력에 대해 토로한 바 있다고 한다. 부당한 힘이 작용할 때 그 힘에 굴복해야 하는가.(분명 독재에 항거한 자신의 과거는 '굴복해선 안 된다'는 메세지를 던진다. 하지만 장관인 그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정의'라는 가치관과 남의 '정의'가 충돌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더 옳은 것이 더 소수일 때, 강압당할 때 어떤 방식의 저항을 해야 하는가. 이명박의 불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가? 

유시민은 2년이 지나면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을 말했을 뿐, 강연에서 이 점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나는 "악법은 어겨서 없애야 하나요?" 하는 질문지를 제출했다. 유시민은 분명 이 질문지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한정된 시간에 효과적인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제했을 수 있다. 

하지만 똑똑한 그가, 이 질문의 함의를 간파하지 못했을 리 없다. 나는 그가 이런 질문에 답하지 않은 것은 의도된 회피였다고 생각한다.

질의응답시간에 나온 한미FTA나 G20 같은 쟁점에 대한 논평은 다음 글에 있다 : 유시민의 고려대 강연회 후기(2) - 한미FTA, G20, 의료민영화, 그리고 민족주의

마르크스주의의 정의관에 대해서는?

‘정의’라는 추상적 개념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입장을 접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글들을 참고하면 된다. 내가 굳이 쓰지 않은 것은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 알고 싶다면 위에서 소개한  ‘정의에 관한 마르크스주의적 관점 - 존 롤즈 《정의론》 읽기’(최일붕)를 보기 바란다. 아직은 공개돼 있지 않지만 12월 초에는 글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마르크스21은 반 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글을 공개한다. 그 전에 읽고 싶거나 소장하고 싶은 사람들은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하면 된다. 알라딘, 예스24 등에 다 판다.

내가 쓴 글도 있다. ‘사회주의/공산주의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가(평등관)’에는 간접적으로 연관된 내용이 나온다. 물론 이 글도 위의 최일붕 씨 글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 연대가 힘이다. 2010.11.01 23:17

    글 잘 읽었습니다.

  • 연대가 힘이다. 2010.11.02 02:59

    그리고 질문이요~

    유시민은 기회의 평등은 사법, 기여에 따른 분배는 공법이라고 하는데, 사실 제 생각은 반대인거 같아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주는 것은 공법이며, 자기 능력껏 챙기도록 하는 것은 사법임. 애초 기회의 평등은

    규범적으로 강제되어야 하는데 사법이 어떻게 그런단 말인가요?


    이에 대한 님 생각을 듣고 싶네요.

    • 사용자 안형우 2010.11.02 04:08 신고

      저는 질문도 유시민의 말도 잘 이해는 안 되요. 유시민이 민법과 공법이라고 말했는데 일천한 제 법지식으로는 그렇게 구분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그렇게 구분돠는 게 맞나요? 저는 "민법은 각 주체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이며" 까지 말했을 때 '다음은 형법이 나오려나'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공법이라고 해서 '어라' 했어요. 
      근데 질문이 잘 된 것 맞나요? 유시민도 공법에 대해서 "기회의 균등"이라고 했거든요. 동시에 기회가 균등한 상태에서 능력껏 챙기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죠. 그런데 동시에 국가가 개입해 너무 큰 차이가 벌어지지 않게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으니 전적으로 능력껏 챙겨야 한다고 한 것도 아니죠.
      '사법'이라고 하셨는데 법을 실행한다는 의미의 사법인가요 사적인 법이라는 의미의 사법인가요.
      여튼간에 저는 각 주체를 동등하게 대우하지도,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지도 않는 게 자본주의 체제의 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순수한 법의 논리에서 생각해 볼 수는 있겠죠. 저는 기회의 균등뿐 아니라 각 주체가 생을 풍요롭게 영위하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보장하는 게 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회의 균등'만' 보장한다는 것을 결과의 불균등을 보장한다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사상은 결과가 불균등할 수밖에 없는 사회체제를 염두에 둔 사상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개인 재산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 체제죠. 즉, 저는 현재 자본주의의 사적 소유 수호법은 무익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민법이든 공법이든 그런 법 논리 위에서 완전히 다시 씌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질문에 어긋나는 답을 한 셈인데, 어떠세요. 너무 추상적인가요;;

  • 푸우 2010.11.02 14:51

    잘 읽었습니다:) 사실 유시민의 형식적 법치주의/실질적 법치주의라는 구분을 통한 현실 인식이 걱정스러웠습니다. 유시민은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형식적 법치주의만 있고 대한민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실질적 법치주의를 달성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던데 말에 어폐가 조금 있더군요.

    오늘날 헌법재판소의 '정상적인' 작동으로 인해 형식적 법치주의/실질적 법치주의의 구분은 거의 무의미해졌죠. 결국 실질적 법치주의가 달성되었는지를 판가름하는 것이 (마르크스주의적 의미에서의) 이데올로기 투쟁에 불과한 이상, 실질적 법치주의가 달성되지 않았다고 선언하는 것은 자기의 정치적 의의를 부각시키겠다는 수사에 지나지 않아 보이더군요.

    오히려 현 정권에 대한 유효한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현 정권이 법치주의 자체를 지키지 않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 즉 초법적인 권한을 휘두르려고 한다는 것을 비판해야 하는데 유시민은 도리어 현 정권이 법을 지키긴 하지만 법이 잘못 되었다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고요. 이것도 결국에는 자기 과오만을 드러내는 꼴인데, 국민-참여정부 10년간 그 법들을 개정/폐지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니까요. 여하간, 조금 답답한 강연이었습니다.

    • 사용자 안형우 2010.11.03 04:51 신고

      답답한 강연이었지요. 자신이 참여했던 정부의 과오에 대한 반성도 없었습니다.
      유시민의 현재 자산이라고 할 만한 것은 반이명박 정서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유시민은 제2의 노무현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 같습니다.

    • 연대가 힘이다. 2010.11.03 07:33

      유시민 싫어하는건 알겠는데 댓글 쓰는 태도가 문제가 있네요. 강연주제가 정치와 관련된 것도 아니고 법과 정의였습니다. 그리고 참여정부 때의 과오는 앞선 강연에서 누차 인정했구요. 그의 자산과 잠재력은 무궁무진 하죠.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사용자 안형우 2010.11.03 15:57 신고

      // 연대가 힘이다
      유시민은 이 강연에서 한미FTA를 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의료 민영화의 수순이 될 수 있다고 엄청난 비판을 받은 자신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옹호했을 뿐입니다. 과오를 인정했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 연대가 힘이다. 2010.11.02 21:39

    주인장님 답변 감사해요.. 제가 네이버에 쳐보니 이렇게 나오네요.

    공법과 사법의 구별은 본질적·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정책적·상대적인 것이므로 여러 가지 견해를 종합해
    판단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국가적·공익적·윤리적·타율적·권력적·비대등적 관계를 규율하는 법을 공법, 개인적·사익적·경제적·자율적·비권력적·대등적 관계를 규율하는 법을 사법이라고 하는 것이 보통이다.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법적 생활영역에 공법적 관여가 행하여짐으로써 사법에의 공법의 침투 또는 사법의 공법화로 표현되는 공법과 사법의 중간 영역인 사회법(社會法)의 출현으로 공법과 사법은 점차 교착·융화되는 경향이다.

    글을 읽어보니 딱딱 구분짓는 것도 무의미해 보이네요... 유시민 말이 틀린말은 아닌듯.

    제 관점이랑은 엇나가지만요.


    위에 분은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시는듯..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게 생각되어 지겠지만요.
    시대가 시대인지라 몸을 좀 사린게 아닌가하는 생각도...ㅋㅋㅋ

    • 사용자 안형우 2010.11.03 04:52 신고

      저는 뭐 법에는 문외한이라 판단할 능력은 없습니다. ^^
      다만 유시민이 진보적인 척하는 게 괘씸할 뿐입니다.

    • 연대가 힘이다. 2010.11.03 07:27

      괘심하다뇨? 말 함부로 하시네..
      그런척을 하는게 아니라 스펙트럼을 넓게 보는거겠죠.
      그럼 유럽 사민주의 정당이 우파정책을 쓰면 곧 좌파인척하는 정당이란 겁니까? 시대흐름을 보셔야지...

    • 푸우 2010.11.03 12:17

      제가 너무 부정적으로 보고, 그것이 마르크스주의적 관점 때문이라고 하시는데, 그건 제가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을 취해서가 아니라 유시민이 한 말이 내재적인 공허함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시민은 실질적 법치주의를 말하면서 그 조건으로 기회의 균등과 각자가 기여한 만큼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지요? 그런데 각자가 기여한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못했습니다. 최원이 인용한 아리스토텔레스를 재인용(http://marxpino.tistory.com/57)하자면 "분배에 있어서 정의로운 몫이란 각자의 자격[또는 장점]에 기초해서 주어져야만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자격 기준을 들지는 않을 것이다. 데모스(평민)는 자유[자유로운 신분으로 태어남]를 기준으로 들 것이고, 부자들(oligarchs)은 부유함 또는 귀한 태생을 들것이며 귀족은 미덕(excellence, virtue)을 들 것이다." 즉 무엇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사람들마다 상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정의의 근본적인 아포리아가 됩니다.

      때문에 지금의 법률들이 이미 적당한 기준에 따른 분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이미 실질적 법치주의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지금의 법률들이 적당한 기준에 따른 분배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실질적 법치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실질적 법치주의가 이루어졌느냐, 이루어지지 않았느냐를 따지는 것은 공허한 싸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상이한 기준들 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유지시킬 수 있는 정체를 찾는 것이며 이것이 정치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마르크스주의는 상이한 기준들 간의 갈등을, 프롤레타리아를 중심으로 한 단일 기준으로 풀어나가자고 하는 견해이지요). 유시민은 이것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답답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은 공법과 사법의 구별에 대한 것인데요, 연대가힘이다.님이 제시한 구별 기준이 유시민이 한 말이 틀린지 아닌지를 판단할 준거가 되진 않습니다. 허대수님에 따른다면 유시민은 "기회의 균등이 민법에 해당하는 것인데 동시에 공법의 원리이기도 하다."라고 했다는데 그렇다면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민법/공법이라는 기준을 세운 것도 이상합니다. 보통은 사법/공법이라고 나누지요.

      연대가힘이다.님이 제시한 구별 기준도 문제가 있습니다. 공법과 사법의 경계선상에 서있는 법들, 예컨대 근로기준법이나 의료법 등의 성격이 모호하다고 해서 공법/사법이라는 분류 기준 자체가 허물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게다가 공법과 사법 고유의 특성들이 무너지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사회법 분야를 따로 인정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공법과 사법 분야는 여전히 따로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사회법 분야는 공법적 특성과 사법적 특성을 겸비한 법률들이 소속된 곳이지, 그것이 곧 공법/사법의 구분틀 자체를 무마시키지는 않습니다.

      다음으로 "공법과 사법의 구별은 본질적·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정책적·상대적인 것"이라는 문장은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말장난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어야 본질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의 기준에 동의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본질적이고 절대적이라고 할 수도 있고, 정책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예컨대 사법의 대표적인 경우인 민법은 국가가 관여하지 않고 당사자 간의 자유로운 합의를 그 핵심으로 합니다. 반면 공법의 대표적인 경우인 형법은 철저한 국가 관여를 핵심으로 하지요. 하지만 민사적 사안에서도 어떤 경우에서는 국가가 제재를 하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형사적 사안에서도 당사자간의 합의에 맡기는 경우가 있지요.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은 다르기 때문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것이냐, 아니면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핵심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인 차이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냐는 입장의 차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참고로 저는 공법과 사법의 기본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둘 간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는 쪽입니다. 만약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네이버 백과사전을 긁어오기 보다는 합당한 논거를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유시민이 한 말 "기회의 균등은 민법, 기여에 따른 분배는 공법"이 타당한지를 말하겠습니다. 유시민이 제시하는 "기회의 균등, 기여에 따른 분배"는 당연한 정의의 원칙들입니다. 그렇다면 이 당연한 원칙들은 공법/사법 구별 없이 모든 법률에서 구현되어야 할 사안에 불과합니다. 이것을 둘로 나눈 다음에, 첫번째는 사법과 관련 있고 두번째는 공법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사법은 기회의 균등만 챙기고 기여에 따른 분배는 도외시하냐면 그것이 또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법은 기회의 균등도 보장하고 기여에 따른 분배도 충족해야지요. 만약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다면 그 사법은 위헌판정을 받게 될 것입니다.

    • 사용자 안형우 2010.11.03 15:56 신고

      // 푸우
      법에 관한 전문적 논의는 제 식견 밖이라 답할 건 없고요. 다만, 유시민이 한 말에 대해서 다시 확인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댓글 답니다.
      유시민은 '민법은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원리에 따라서, 공법은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준다는 원리에 따라서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푸우 님이 하신 말씀과 똑같은 말인데 제가 이해를 잘못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럼. ^^

    • 사용자 안형우 2010.11.03 15:57 신고

      // 연대가 힘이다
      저는 유시민이 자신의 과거 행적을 반성하지도 않고 이제 와서 진보인양 하는 것이 괘씸하다고 여전히 생각합니다.
      연대가 힘이다 님은 유시민이 좌파인 척하는 게 아니라 좌파가 맞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일단 연대가 힘이다 님의 그런 생각은 존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럴 만한 근거는 있다고 보니까요. 그러나 저는 그것이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보는 것이고, 유시민의 장관 시절 행적을 살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시대 흐름은 저마다 다르게 보지요. 제가 보는 시대 흐름과 연대가 힘이다 님이 보시는 시대 흐름은 다른 것 같습니다.

  • 미령 2010.11.03 00:51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유시민씨나 고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이나 쇠고기 수입은 어쩔 수 없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구요.
    지금 현실은 그 누가 봐도 미국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지킬건 지키려고 노력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잘 모릅니다. 그냥 대충 예상해서 하는 소립니다...
    아무튼 현 정부는 그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의지가 보이지를 않습니다.
    아니 진정으로 단 1%라도 나라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쇠고기 협상을 봐도 이건 대한민국과 미국의 협상이 아니라 미국과 독립된 정부의 협상이고 그 협상을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강제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노동자 탄압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부분은 시위를 하다 죽은 시위자를 위해 사과를 했던 대통령이었다는 것이죠.
    또한 비정규직 법은 실패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그것을 비정규직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 억압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아무튼 저는 그냥 상식이 통하고 정부가 나라를, 국민을 위해 행동을 하는 그런 상식적인 정부를 원하는데요...
    그리고 저는 정부나 법은 어떻게 보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들의 관심과 판단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법이든 정부든 좋은 정부가 나올 수 있고 나쁜 정부가 나올 수 있고, 법도 멋대로 해석하면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죠.
    국민들 스스로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고 노력만 한다면 그 모든 것들이 너무 한 쪽으로 기우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해주길 바라지 말고 모든 국민들 스스로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구하려고 노력했으면 합니다.

    • 사용자 안형우 2010.11.03 04:49 신고

      국민들의 관심과 판단이 중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파병, 쇠고기 수입, FTA에 대해서 저는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부분이 너무 무기력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게다가 그 모든 것이 한국의 자본에는 이득을 주고 노동자 서민에게는 피해를 주는 정책이었습니다.
      저는 노무현 정부가 자본의 압력에 변변찮은 저항도 한 번 없이 너무나 쉽게 끌려갔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결코 이명박 정부와 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노동자 서민의 이득과 자본의 이득이 상충할 때 너무나 많은 경우 노무현 정부는 (자의든 타의든) 자본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특히 FTA 경우는 노무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면도 있습니다. 파병이야 모든 나라가 다 동참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논리라도 있었죠. FTA는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노무현을 계승하겠다고 하는 이들은 노무현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자본와 영합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현 민주당의 주류 세력들(손학규 세력이라고 해 두죠)은 노무현 정신을 잇는다고 말할 자격도 없는 자들이죠.
      비정규직법은 당시에 반대가 엄청났습니다. 민주노총은 이 법에 반대해서 여러 차례 파업도 했습니다. 부작용은 예상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사활적으로 비정규직 개악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심지어 당시 "경총이 1백21개 기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80퍼센트 이상의 기업이 이 법이 시행되면 기간제 노동자와 파견제 노동자 고용을 계속하거나 더 늘리겠다고 답"했는데도 말입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단순히 '실패'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이 전용철·홍덕표 농민의 사망에 대해 사과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은폐 시도가 있고 엄청난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빼도박도 못하는 결정적인 사진 증거가 나오고 나서야 사과했던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다 지켜본 저로서는 사과했다는 이유만으로 노무현이 더 나아 보이지는 않습니다.(노동자인 하중근 열사가 진압으로 사망했을 때는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사과조차 안 하는 이명박보다 더 낫다고 하면 낫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제게는 때려 죽이고 은폐시도 하고,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고서야 마지못해 미안하다고 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쟁점의 날카로움 때문에 불가피하게 미령 님 말에 하나하나 토다는 댓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노동자 서민을 위해 1%라도 뭔가 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 정말 비상식적으로 정부가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은 미령 님과 저의 아주 중요하고 큰 공통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기분 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 푸우 2010.11.03 20:15

    허대수// 약간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유시민은 강연을 하면서 '동등한 대우=기회의 균등'이라는 등식을 기본 전제로 합니다. 이것은 유시민의 (신)자유주의적 세계관으로부터 도출되는 등식인 듯 합니다. 여기서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허대수님은 '동등한 대우=기회의 균등'이라는 등식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으며, 이 둘을 다르게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둘간에 차이가 있다고 보지만('동등한 대우'는 훨씬 폭넓게 쓰일 수 있다고 봅니다.), 유시민의 발언이 지니는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일단 유시민의 등식을 받아들였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동등한 대우(기회의 균등)는 민법과 가까운데, 공법은 기회의 균등(동등한 대우)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라는 발언이 궤변에 가깝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유시민의 말대로 동등한 대우가 민법과 가깝다면 민법이 기회의 균등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고 말해야지요. 혹은 동등한 대우가 민법과 공법 모두에 해당한다면 동등한 대우가 민법에 가깝다는 말을 하지 말던가요.

    그래서, 저는 나름 유시민을 배려하고자, 유시민이 '공법은 기회의 균등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전제하여 '기회의 균등은 사법, 기여에 따른 분배는 공법'이라는 발언은 말이 되는지를 별도로 검토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타당성이 없는 발언이었다는 것이 저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오해가 생기느냐? 유시민이 일종의 범주의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시민은 '기회의 균등, 기여에 따른 분배' 등의 원칙을 사법/공법 차원에서 사고하고 있는데 이런 기본 원칙들은 사법/공법의 구분 이전에, 즉 헌법적 차원에서 논해져야 할 문제입니다(헌법도 법논리적으로 따지면 공법이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공법과는 조금 다릅니다). 유시민은 바로 이 헌법적 차원의 문제를 법률적 차원의 문제로 바라보기 때문에 얼토당토 않은 '원칙의 배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헌법에는 모든 법률이 따라야 할 기본 원칙들이 기술되어 있고, 거기에 '기회의 균등, 기여에 따른 분배' 등이 헌법적 원리로 채택되어 있습니다. 반복해서 말하자면 모든 법률은 헌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공법/사법의 구분 없이 '기회의 균등, 기여에 따른 분배'에 따라야 하는 것이지요. 다시 짧게 결론을 내리자면, 허대수님과 저간의 이 불필요한 오해는 유시민이 몇 가지 법논리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발언들 때문에 야기된 것으로 보입니다.




    연대가 힘이다.// 난감한 말씀들을 하시는군요.

    1. 강연 주제가 정치와 관련이 없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정의는 정치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깊은 관련이 있지요. 유시민도 정의에 대해 설명하면서 비정규직이나 용산사태와 같은 정치경제적 사례들을 들지 않습니까?

    2. 어떻게 그것이 댓글을 쓰는 태도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지요? 유시민이 참여정부 시절의 과오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어떻게 '법과 정의'에 대해 강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의아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부분에 대해 지적할 수 있는데도 왜 그것을 지적한 것 자체가 태도의 문제가 되나요?

    3. 참여정부의 과오를 앞선 강연에서 누차 인정하면 이제 그것으로 된 것인가요? 그렇다면 이제 다시는 그것을 지적할 수도 없는 것인가요? 유시민이 진정 변화된 모습을 보였는데도 계속 문제제기를 하면 잘못된 것이겠지요. 그런데 유시민은 허대수님이 지적했다시피, 한미 FTA 등에 대해 전혀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지 않습니까? 변한 것이 없는데 이것이 과연 과오를 인정한 것인가요? 설령 전에 과오를 인정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4. 유시민의 자산과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은 무슨 근거로 하는 말들입니까? 유시민을 의심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유시민이 전혀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한 논거로 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시민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하여 그 비판들이 부당하다고 말을 해야지, '유시민은 자산과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라는 선언 하나로 그 비판들을 반박할 수 있습니까?

    5. 유시민 지지자들이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유시민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뭣하러 굳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입니까? 이미 유시민한테 기대를 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이상 더 지켜볼 필요는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