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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토론회 후기

[한국사회포럼]격동의 이집트:중동의 민중반란과 연속혁명 (1)이집트인 발제

2011년 2월 19일에 열린 한국 사회포럼 중 다함께가 주관한 토론회를 필기한 것입니다. 받아 적은 것이기 때문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총 네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1)이집트인 마흐무드 압둘 가파르의 발제

(2)레프트21 발행인 김인식의 발제

(3)자유토론에서 나온 발언 중 좋은 발언 : 다함께 운영위원 최일붕의 발언

(4)정리발언

마흐무드 압둘 가파르의 발제

한국에 온지 5년 됐다.

이집트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싸운 분들을 위해 묵념하자.(묵념)

이집트 공화국은 나세르와 자유 장교단의 쿠데타로 시작됐다. 나세르는 모든 권한을 자신에게 집중했다. 나세르 이후 권력자들에게 갈수록 그런 권력은 집중됐다. 무슬림으로서 나는 한 인간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에 반대한다. 무바라크는 생사여탈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가졌다.

예를 들면 무바라크는 군 최고 통솔자였고, 경찰조직을 직접 운영했다. 국회에서 원하는 법을 맘대로 통과했다. 국회가 맘에 들지 않는 법을 통과하면 맘대로 폐기했다. 주지사를 임명할 수 있었다. 그가 범죄를 저질러도 다른 기관들이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럭저럭 상황이 굴러가다가 지난 10년 간 상황이 매우 악화됐다. 무바라크가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넘겨 주기 위한 시도를 한 것이다. 무바라크 아들 옆에는 부패한 기업가들이 있었고, 그들이 이집트 상황을 좌지우지했다. 이런 것이 바로 지난 10년 간 이집트 상황을 악화시켰다.

무바라크는 최근 헌법을 고쳤다. 주 내용은 국민민주당(사실은 전혀 민주적이지 않다)이라고 하는 집권당에서 내세운 후보 외에 다른 정당에서 후보 내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었다. 무바라크가 자신의 아들에게 권좌를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작년에 사기 선거가 진행됐다. 무바라크는 경찰을 동원했다. 이집트 경찰을 보면 이집트 상황을 알 수 있다. 군대가 40만인데 경찰은 200만이다. 그 중 상당수가 보안경찰이다. 이들은 민간인 복장을 하고 다닌다. 이집트 누군가가 정권에 문제제기하면 보안경찰이 그를 추적한다.

이집트 문제의 원인 - 종교

이집트 상황 들으면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왜 30년 동안 참고 기다렸는가. 첫째는 종교다. 가톨릭이든 유대교든 이슬람이든 종교를 믿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쁜 점도 있다. 중동에 사는 사람들은 이집트인들을 포함해 대부분 무슬림이다. 이들은 순박하고 평화롭고 단순한 삶을 살기 바란다. 고통을 받으면 이들이 먼저 생각하는 것은 참고 기다리며 내세에서 나은 삶을 얻기를 바라는 것이다. 누군가 해꼬지하면 직접 보복하기보다는 참고 기다리며 자기 대신 신이 벌주기를 바란다. 참고 오래 기다릴수록 내세에서 복이 주어진다고 믿는 거다. 종교를 믿는 게 좋기는 하지만 일상을 사는 데는 그것보다 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종교를 믿는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며 자기가 과연 천국에 갈 수 있는지 의심했다.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지면 주지사 비서건 상점 소유자건 온갖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쳐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참고 기다려도 내세에 천국에 갈 수 있을까 걱정하게 되는 거다. 그래서 이 곳에서 무바라크를 제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종교에 관해 말했는데, 아랍어 속담 중 이런 게 있다. "친절한 사람이 화났을 때 조심하라" 친절한 사람들은 일단 화나면 정말 무섭다. 그동안 참았던 사람들이 화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이집트에서도 종교적 믿음 때문에 참고 지냈던 사람들이 각성을 하자 훨씬 무섭고 급진적으로 변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경험 있다. 이집트에 살던 6년 전에는 레스토랑에 갔을 때 만약 음식이 더러우면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지 불평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에 있다가 이집트에 5주 간 적이 있다. 매일 사람들과 싸웠다. 레스토랑에 가면 "이건 깨끗하지 않다", 커피샵에서는 "내가 원하는대로 담아달라" 하는 식으로 말이다. 친구가 그걸 보더니 어서 여길 떠나라고 했다. 나도 참고 살다가 더이상 그렇게 살지 않게 된 것이다.

동료들과 대화할 때 나는 그들이 부정적이라고 느꼈다. 왜 이런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지 않냐 하고 물으면 "나는 별로 그 문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 "더 나아지기를 바라지 않아" 했던 거다. 그런 태도는 잘못된 것이다.

무바라크의 통치 방식 - 분열과 강압

무바라크 시대는 억압과 분열로 지배했다. 분열의 대표 사례는 무슬림과 가톨릭을 분열시킨 거다. 무슬림들 왈 "가톨릭들은 서방의 지원을 받는다. 이들이 민주적 권리를 줘서 표를 얻으면 무슬림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 거다." 똑같은 말을 가톨릭도 하게 만들었다. 무바라크 치하 이집트의 삶은 사람들이 서로 두려워하게 하는 것이었다. 젊은 남성은 젊은 여성을 두려워하게 하고 젊은 여성은 남성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 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집트 길에서 젋은 남녀가 다니는 걸 보면 한국과 다르다. 남성이 예쁜 여성을 보면 말을 걸고, 심하면 쫓아가서 말을 걸고 약속을 잡아 달라고 얘기한다. 그럴 때 여성은 굉장히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무바라크는 이집트인들이 서로를 불안하게 느끼게 하면서 개개인으로 혼자 있고 싶은 마음 들게 했다. 그래서 이집트인들의 희망을 들어 보면, "돈 있어서 아파도 죽지 않고 병원이나 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거였다. 이런 게 무바라크 치하 이집트인들의 상황이었다.

무바라크의 집권당인 국민민주당은 의회 대부분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강력한 정당이었다. 무바라크는 모든 야당을 심하게 탄압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정권에 좋지 않은 말을 하면 군사법정에 회부됐다. 전임 대통령인 사다트의 형제 사다트가 TV에서 무바라크 욕했다. 그는 국회의원이었다.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이 있다. 보통 재판을 위해 두 달 걸린다. 그런데 무바라크는 그를 3일 만에 감옥에 넣었다. 법정에서 곧장 1년 반의 형을 때렸다. 이집트서 무바라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

언론도 강력하게 통제했다. 최근 사례를 보자. 타흐리르 광장에서 200만 명이 시위를 벌일 때도 국영 TV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국영 TV는 시위대가 보이지 않는 나일강 모습만을 절묘하게 잡는다던가 했다. 국영 TV를 보면 이집트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희한한 언론이었다.

사람들은 이집트의 정신, 영혼이 사라지고 있다고 느꼈다. 무바라크가 이집트 전국을 부패한 기업가들에게 팔아 치웠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영혼이 팔려 나가면서 이집트란 나라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느꼈다.

무바라크는 1000만 정도의 청년 실업자들을 항상 욕했다. 2010년에 이집트와 알제리의 월드컵 예선전이 있었다. 마치 전쟁 같은 분위기였다. 무바라크는 이런 걸 통해 젊은이들이 멍청하고 책임감없고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몰았다. 이런 걸 이용해서 무바라크는 사람들이 고립감을 느끼게 했다.

1000만 명의 청년 실업자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불만을 표출해 왔다. 최근 불만 폭발 계기는 칼리드 사이드란 청년이 집앞에서 죽은 거다. 경찰은 약물을 팔다가 먹고 죽었다고 발표했다. 조사해 보니 이 사람은 경찰이 마약 판매 하는 장면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 것이고, 경찰이 보복한 거였다. 경찰은 그를 두들겨 팼다. 사람들은 말리지 못했다. 칼리드 사이드는 경찰서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다. 경찰은 칼리드 사이드를 하루 밤 뒤에 병원에 던져 넣었고 칼리드 사이드는 얼마 안 지나 죽었다. 그런데 경찰들은 마약 거래를 하다가 잡혀서 마약을 먹고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거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에 "우리 모두가 바로 칼리드 사이드다" 하고 올렸다.

그런 사건이 발단이 돼 혁명이 났다. 일주일만에 무바라크가 졌다는 게 분명해졌다. 그동안 속아왔다는 것을 모든 이들이 느꼈던 거다. 사람들을 분열시킨 요인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모든 사람들이 깨달았다. 타흐리르 광장에서 무슬림과 가톨릭의 충돌이 없었다. 몇날 몇 일을 같이 지냈는데 젊은 남녀가 있었지만 문제가 없었다. 성희롱도 없었다. 도시 안의 도시 같았다. 스스로 깨끗하고 훌륭하게 운영했다.

무바라크는 이집트인들이 함께 일하지 못하고 혼자 있기를 바란다고 말해 왔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시간이 다 되서 발제를 마치겠다. 앞서 말하기로 했던 이집트 혁명 상황에 대해서는 질의응답 시간에 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