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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토론회 후기

착하고 잘난 이스라엘? 악의 대왕 하마스?(팔레스타인 토론회 후기2)

16일에 있었던 토론회, ‘이스라엘은 왜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자항해는가?’의 내용을 정리한 포스트다. 지난 번에 첫 번째 글을 올렸고,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번 글은 다음 링크를 클릭하면 읽을 수 있다.

이번 글은 두 번째다. 홍미정 박사가 말한 이스라엘 관련 신화 4개 중 2번째와 3번째 신화를 다룬다.

이스라엘의 신화 2 ─ 아랍국들의 침략을 견딘 강인한 민족?

나도 어렸을 적에 교회에서 이런 설교를 들었다. 이스라엘 민족은 2천 년동안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며 살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들은 주변 아랍 국가들의 탄압을 이겨내고 자신들의 국가를 지켰다고 말이다. 전쟁이 일어나자 세계 각지의 이스라엘인들이 자기 민족을 지키기 위해서 이스라엘로 들어왔다고 말이다. 이들의 민족성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6일 전쟁(67년 제 3차 중동전쟁)을 찬양한다. 이스라엘은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요르단, 이집트, 시리아를 각각 이틀만에 작살내고 영토를 3.3배로 늘렸다. 나치의 대학살과 주변 아랍국의 등쌀을 이겨내고 끝내 고향으로 돌아온 강인한 민족! 완전 드라마다.

그러나 홍 박사의 말을 들어보면 좀 다르다. 홍 박사는 “이걸 전쟁이라고 부를 수 없다.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아랍국을 몰아 세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집트가 이스라엘에 비해 뛰어난 무기장비도 갖추고 있었고, 병사수도 더 많았지만, 뛰어난 군사적 능력과 애국심으로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다음 인용문을 보면 의구심을 가질 법하다.

이스라엘이 당시 아랍연합군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선제공격이 주효한 것이 원인으로 꼽히지만 미국과 영국이 항공모함까지 동원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지원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은 지금도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출처 : 박세진, 끝없는 분쟁 낳은 '6일 전쟁' 40주년, 연합뉴스, 2007.6.3

무엇이 진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홍 박사의 말이 일리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중동 연합군이 더 강력하고 싸울 의지가 있었다면 왜 이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고작 이틀만에 항복을 선언한 것일까? 게임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홍박사가 덧붙인 말이다.

48년 1차 중동전쟁과 이스라엘 건국 신화

제목을 건국신화라고 달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보통 신화는 고대에서 중세로 넘어오는 시기 약화되고, 근대로 넘어오면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건국 이야기는 신화라는 게 홍 박사의 말이다.

48년에 이스라엘이 건국되자 아랍 국가들이 침략했고, 해외에 있던 유대인들이 가방 싸들고 와서 싸웠다. 그래서 이겼다. 뛰어난 애국심이다 이러는데, 신화다.

유대인들 들어온 것 맞다. 얘들은 들어오는 게 목적이었다.

그리고 아랍이 침략했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 당시에 아랍은 막 식민지를 벗어난 상태였고 군대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끽해야 지역 경찰들이 다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1~2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으로 참전했던 최정예 병사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아랍 국가들 가운데는 유일하게 요르단이 군대를 갖고 있었는데, 지휘관이 영국인이었다. 애초에 싸움이 될 리가 없었다.

이스라엘은 제국주의국가들이 지원했기 때문에 2만 7천의 현역 병사과 9만 명의 예비역이 있었다.

홍 박사의 말이 진실이라면, 정말 이스라엘의 강인함은 신화에 불과하다. 서방은 ‘이스라엘 vs 아랍연합군’이라고 부르며 마치 다윗 이스라엘이 골리앗 아랍을 꺾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그림은 정 반대였던 것이다.

홍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애초에 골리앗이 이스라엘이었고, 기적 같은 건 없었다. 골리앗의 완승.

그래서 이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 땅을 유엔이 분할하는데, 숫자가 더 적은 이스라엘에 50% 넘는 땅을 주고 팔레스타인에는 42.88%만 줬다.(실수한 부분을 수정한다. 이스라엘에 영토의 56.47%를 주고 팔레스타인에 42.88%를 주는 불공정한 UN 분할안이 47년 11월에 먼저 나왔다. 이후 48년~49년 1차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완승해 팔레스타인 사람들 90%가 난민이 되고, 이스라엘은 영토를 두 배로 늘렸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다.

1차 중동 전쟁에 대해서는 홍미정 연구원이 직접 쓴 글이 있다. 나보다 훨씬 자세하니, 참고할 것이 필요하면 이걸 참고하기 바란다 : 홍미정,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1차 중동 전쟁 신화 벗기기, <오마이뉴스>, 2008.6.3

이 기사에서 홍 박사는 ‘이스라엘 vs 아랍연합군’은 신화일 뿐이며, 1차 중동전쟁의 본질은 48년 5월, 영국의 팔레스타인 위임 통치가 끝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영토를 누가 먹을 것인가를 둘러싸고 벌어진 싸움이라고 말한다. 국력의 순서대로 땅을 먹었는데, 이스라엘이 가장 많이 먹었고, 이스라엘 외에 유일하게 제대로 된 군대를 갖고 있었던 요르단이 그 다음으로 많이 먹었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 참고.

신화는 없다

‘신화는 없다’, 이명박의 자서전 제목이라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정말로 신화따위 없었던 거다. 이스라엘은 제국주의 열강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 지역 열강으로 발돋움했던 거다. 막대한 지원이 이스라엘 민족 공동의 억압경험, 전투경험과 겹쳐 아랍의 허약한 국가들을 날려버릴 수 있었던 것뿐이지 결코 기적은 아니었던 거다.

이스라엘의 신화 3 ─ 무시무시한 악마, 하마스?

홍 박사는 다음으로 헌팅턴이 쓴 《문명의 충돌》에 나오는 관점을 비판했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혈투! 이게 바로 헌팅턴의 관점이다. 이 관점 아래 ‘이슬람 테러조직’ 하마스헤즈볼라는 ‘기독교’의 무시무시한 주적이 된다.

과연 그런가? 우선 이건 홍 박사가 한 말은 아니지만, 기독교 vs 이슬람 구도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럼 이슬람 지역에 파병하는 한국은 어떻게 해석할 것이며,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홍 박사는 어떻게 볼 것이며, 또 이 날 토론회 장소를 빌려 준 향린교회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헌팅턴의 관점은 ‘이데올로기’일 뿐 현실은 아니다.

홍 박사가 주되게 비판한 것은 하마스헤즈볼라의 능력을 과장해서 이스라엘이 이득을 본다는 것이었다. 이번 침공만 해도 그렇다. 다음 <프레시안> 기사의 제목은 상황을 잘 보여 준다.

뭐, 8명의 목숨을 ‘고작’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홍 박사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나는 본다. 162.5 대 1. 이 수치는 정확히 무력의 차이를 보여 준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정말 ‘위협’인가? 이게 홍 박사가 이 날 토론회에서 던진 질문이었다. 답은 “아니올시다.” 홍 박사의 말 “어제 하마스 로켓 한 10발 쐈던가요?”

엄청난 무력의 차이가 보여 주는 것은 뭔가. 그것은 바로 이 ‘전쟁’이 전쟁이 아닌 학살이었음을 보여 준다.

하마스헤즈볼라가 위협이 된다고 포장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억압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일 뿐이다. 1~3차 중동 전쟁에서 아랍 연합군이 강력하다고 포장해서 얻는 효과가 똑같은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다음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망자 숫자다.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2006년 650 27
2007년 370 13
2008년(11월까지) 432 29

(시간 없다고 말 빨리하시는데 받아 적느라 고생했다;; 그래도 혹시 잘못 적은 것일 수 있으니 중요한 참고자료로 사용하지는 말기 바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2008년 6월, 6개월짜리 휴전협정을 맺었다고 한다. 홍미정 박사의 말에 따르면 11월에 갑자기 이스라엘이 교전을 시작해서 사람들을 죽인 다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휴전하자고 했다고 한다. 하마스는 또 그걸 받아들여 휴전을 했다고 한다. 나참.

이 6개월의 휴전 기간에도 팔레스타인 사람은 37명(민간인 31명)이 살해당했다고 한다. 이스라엘인은 3명 죽었는데 이건 예루살렘 노동자가 죽인 것이지 하마스가 죽인 게 아니라고 했다.)

홍 박사는 말했다. “이게 전쟁입니까? 팔레스타인에서 전쟁 시점과 종전 시점은 이스라엘이 결정합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홍미정 박사의 정리를 다루도록 하겠다. 적다보니 생각보다 분량이 많다.

다행히 휴전이 되서 민간인 대량살상은 멈췄지만, 팔레스타인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있다. 이스라엘은 엄청난 무기를 퍼부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아랍 정부들은 위기에 휩싸였다. 이것은 언제든 민중항쟁으로 중동의 이 야만스런 ‘질서’가 바뀔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다음 기사를 참고하라.

참, 토론회 취재기가 <저항의 촛불>에 올라왔는데 미처 소개를 못했다. 다음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