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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회·토론회 후기

허구로 가득찬 국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토론회 후기1)

어제(16일) ‘이스라엘은 왜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자항해는가?’ 토론회에 다녀왔다. 지금 팔레스타인 학살 반대 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연합해서 주최한 토론회였는데,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이스라엘의 만행에 대해서 웬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관련분야 전문가가 들려 주는 이야기는 심층적이었고, 일목요연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심층적이지만 보통 대중들이 널리 알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처럼 지배자들이 이해관계를 갖고 왜곡시키려고 작당을 한 문제는 더더욱 알기가 힘들다. 정보 가공능력이 뛰어난 주류언론들이 진실을 철저히 외면하기 때문이다.

온전한 대안은 될 수 없겠지만, 블로그를 통해서 확산되는 이야기가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전문가의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알 수 있도록 풀어쓰려 노력해 보겠다.

조헌정 목사의 여는 말

토론회 장소는 명동 향린교회였다. 향린교회는 2003년 이라크전 반대 운동 때 눈에 띄었던 교회다. 대부분의 보수 기독교는 전쟁에 찬성했지만, (혹은 묵인했지만) 향린교회는 그렇지 않았다.(향린교회의 목회와 선교) 오늘 토론회 장소를 내준 것도 그런 전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조헌정 목사의 여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향린교회는 민족의 아픔을 함께해 온 교회입니다. 87년 국본도 이 자리에서 있었습니다.[발음을 명확히 듣지 못했다. 국본 결성을 여기에서 했다는 것인지, 회의를 여러차례 했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주화운동에 오랫동안 투신해 온 교회라는 점이다. - 허대수]

지금도 “평화를 위해서”라는 캐치를 걸고 매주 목요일 시청과 광화문을 거쳐 교회로 돌아오는 촛불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이스라엘 민족을 가리키는] ‘히브리’는 ‘노예’라는 뜻의 ‘합비루’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이것은 핏줄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사회의 낮은 계층을 말하는 것입니다. 바로 낮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관심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성경적으로 보면] 지금 팔레스타인이 바로 이스라엘입니다.

아주 인상깊은 말이었다. 나도 마르크스주의자(맑스주의자)가 되기 전에는 민중신학해방신학, 간디주의를 두루 거쳤다.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으면서 아무리 기독교가 ‘개독교’라고 욕을 먹지만, 그래도 이런 종교인이 있기 때문에 모든 기독교인을 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이스라엘의 신화 1 ─ 유대 민족은 허구다

오늘은 홍미정 교수의 명강의만 일부 요약하려고 한다. 홍미정 교수를 잠깐 소개하자면, 건국대 중동연구소 연구원이고 <팔레스타인 땅, 이스라엘 정착촌>의 필자다. 그리고 <프레시안>의 기획위원이기도 하다.

연사에 대해 더 알고싶은 사람은 다음 글을 참고하면 된다 : 이스라엘 건국의 교훈, ‘대량 학살’(홍미정, 시민사회신문)

홍미정 교수는 이스라엘 자체가 신화에 바탕한 국가라고 말했다.

그가 스크린에 비춘 사진에는 이스라엘 국가를 해체하라고 주장하는 시위대가 보였다. 시위대는 유대인들이었고, 장소는 예루살렘이었다. 홍미정 교수 말을 들어 보면, 이 사람들은 외부에서 들어온 유대인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지역에 계속 살던 유대인들이다. 이들은 시오니스트는 유대교를 믿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교수가 다음에 보여 준 사진은 팔레스타인 웨스트뱅크(서안 지구)의 사마리아인들이었다. (사마리아인은 성경에 나오는, 이방인들과 결혼해서 소위 ‘하나님께 버림받는 이들’이다.) 이들은 예루살렘의 유대인들과 사용하는 히브리어도 다르고, 풍습도 다르다고 한다.

홍 교수는 이런 사진을 보여주면서 유대인이라고 다 같은 유대인이 아니다 하고 강조했다. 다양한 유대인이 있다는 것이다.

시오니즘은 민족주의

“이스라엘은 시오니즘이라는 민족주의 이념에 토대한 국가다”

홍 교수는 이스라엘인들이 “우리는 2천 년 전에 여기서 쫓겨났는데, 우리가 그 후손이니까 이 땅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그 주장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그 주장은 완전히 하구라고 말했다.

기독교가 로마로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믿은 것처럼, 유대교 또한 각지로 퍼져서 유대교 국가도 생겨나고 그랬다. [제국 로마는 국제교류의 토대를 놓았고, 유일신 사상은 이런 국제관계에 알맞는 사상이었다. 민족신들이 각축하는 세계는 국제적 교류에 안 맞고, 세계인을 사랑하는 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 허대수] 지금의 유대인들은 기원후 5~8세기에 흑해와 카스피해 주변에서 개종한 사람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6세기 경에 예멘의 함야르 왕이 개종했고, 7세기 경에는 북아프리카에서도 개종한 집단이 있었다고 한다.

[토론회가 끝나고 자료를 부탁했는데 홍 교수의 자료는 삭제한 후라 받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구해서 근거를 보충할 수 있으면 하도록 하겠다. 다만 웹에서 다음 구절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유대인들의 디아스포라(로마에 의한 유대인 추방과 세계적 방랑을 뜻하는 말)가 허구라는 부분에 대한 근거다. - 허대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세계 각지로 흩어진 것은 예루살렘 함락(서기 70년) 훨씬 전부터였다. 예루살렘이 로마 군대에 의해 함락되기 전에 유대인들의 4분의 3 이상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자신의 “모국”이라고 여기는 것은, 이슬람인들이 메카를 방문하듯이 종교적 순례의 형태로만 나타났을 뿐이다. 대다수 유대인들이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지 않게 된 이유는 로마의 박해라는 폭력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지리적 조건이었다. 팔레스타인의 척박한 대부분 지역에서 살지 못한 대다수 유대인들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촌락 공동체 사이에서 물건을 중개하는 상업에 종사하면서 살아 왔다.

억압자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항쟁(<열린 주장과 대안> 6호)

더욱이 이스라엘 국민 중에는 많은 아랍인이 포함되어 있으며, 대다수의 유대인은 전세계에 분산되어 있으므로, 유대인은 민족이 아니다. 유대인이란 형질·언어·문화·국적을 막론하고, 비교적 최근까지 유대교도인 자의 자손이라는 조건을 첨가할 수도 있겠지만, 단적으로 말하면 자신을 유대인이라 생각하고 타인으로부터 유대인 취급을 받고 있는 자이다.

유대인 - 두산백과사전

홍 교수는 “로마로부터 이어진 유대인 혈통이라는 주장은 완전히 허구”라고 힘주어 말했다.

게다가 유대인들은 상당수 무신론자들이라서 종교적 계승도 허구라고 한다. 한마디로 이스라엘의 주장을 일단 인정하고 들어간다고 해도 종교와 혈통 모두에서 현 이스라엘이 2천 년 전의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권리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후원

홍 교수는 이스라엘이 밖에서 굴러들어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서는 사람, 돈, 무기가 필요했는데 이런 것을 댄 게 바로 제국주의 국가들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건국 당시 최대 후원자인 로스차일드1대 대통령인 바이츠만은 모두 영국 시민권자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당시 최강국가였던 영국이 이스라엘 건국을 후원했다는 말이다. 2차대전 이후에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후원한다.

요약하자면, 시오니즘의 근거 자체가 허구다. 이게 홍 교수의 첫 번째 주장이었다.

이후 홍 교수는 다음 논점들을 말했다. 다음 논점들은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ㆍ중동에서 이스라엘이 벌인, 소위 ‘전쟁’이라는 것들이 ‘전쟁’으로 불려서는 안 된다. 일방적 침략이다.

ㆍ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위협이 과장돼 있다. ‘적’을 만들어야 하는 이스라엘과 제국주의 국가들의 논리 때문에 저항세력의 힘을 과장하는 것.

ㆍ평화협상은 허구다. (참고 : 미국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책과 중동의 군국화(Stephen Zunes,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토론은 여러모로 유익했다. 만약 이스라엘의 시오니즘 자체가 신화에 기반한 것이라면 그들의 만행은 더더욱 동정조차 살 수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 근대국가 자체가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박혁거세 신화나 주몽 신화 같은 허구에 기초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