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죽음을 애도할 순 없다
아침에 전화가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말 사망했는지 인터넷으로 확인해달라는 것이었다. 약국에 갔다가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잘못 들은 것이겠지 했다. 그런데 진짜였다.애증노무현에 대해 말하는 일은 이제 괴롭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노무현에 대한 나의 감정은 ‘애증’이다. 2002년 그가 당선됐을 때 기뻐한 사람 중 한 명인 나는, 2003년 그가 이라크 파병을 앞장서서 설득했을 때 그를 반대했다. 2003년 말, 그 때문에 수많은 노동자가 자살했을 때 “죽음으로 투쟁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냉혹한 말 한마디 던졌던 그였다. 그런 그가 자살이라니.애도나는 그를 애도할 수 없다. 그가 저지른 잘못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애증을 자세히 쓴 게 다음 글에 있다 : 바보 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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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무덤, 대한민국 ─ 화물연대 박종태 지회장을 추모하며
“남편이 사랑했던 대한통운 택배 조합원 여러분, 화물연대 조합원 여러분.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지 마십시오. 진짜 죄인은 한 가족의 가장을 죽음에 몰아놓고서도 협상은 커녕 질서를 지키라는 등 저 뒤에서 헛소리하고 있는 뻔뻔한 저자들 입니다. 슬퍼하지 말고 일어나 싸워주십시오.”배혜정 기자, ‘박종태 지회장 죽음, 노동계 핵 급부상’, 민중의 소리또 한 사람이 죽었다. 그의 아내는 의연하게 말했다.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지 마십시오 … 일어나 싸워주십시오”화물연대의 투쟁2003년 5월 화물연대의 파업은 위력적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그 위력에 놀라 급히 양보했다.(상반기 노조 투쟁 - 화물연대가 길을 보여주다, 격주간 〈다함께〉, 2003-05-17)당시에 〈조선일보〉는 “이들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물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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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일, 고려대 학생들에게 망신당하다
오늘은 고려대 개교기념일이다. 그리고 이 날에는 교우회의 행사가 늘상 있다. 그러나 올해 고려대 학생들은 이 행사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행사의 주인공이 바로 이명박의 부패 파트너로 의심받는 천신일 교우회장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고려대 총학생회를 비롯해 학생 단체들이 반발했다.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하고 침묵시위를 진행하려했다.다음은 연합뉴스에 나온 기사다 : 이지은, 해명해 주세요, 연합뉴스, 2009.5.5학생들의 시위 덕분에 천신일 회장은 행사가 끝나자마자 부끄러운지 도망치듯 사라졌다. (이지은, 취재진 질문 피하는 천신일 회장, 연합뉴스, 2009.5.5)기사엔 잠깐의 해프닝인 것처럼 묘사됐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고려대 학생들은 천신일의 부패를 규탄하려했다는 이유만으로 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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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공산주의는 개인 소유 자체를 부정하는가
내가 사회주의/공산주의라고 쓴 이유는 두 말이 의미하는 바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에서 두 용어가 구분돼 사용된 것은 역사적 기원이 있다.19세기 말, 20세기 초 사회주의를 의미하는 용어는 사회민주주의였다. 레닌의 저작을 보면 ‘사회민주주의자’라는 말이 혁명가들인 볼셰비키를 가리키는 말로 자주 나온다. 우리가 온건한 정당으로 기억하는 독일 사회민주당도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혁명정당으로 여겼다. 레닌은 사회민주당에서 우파적 위치를 차지했던 카우츠키에게 여러 차례 존경을 표하며, 그의 저작을 인용했다.그런데, 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기존에 지배적 위치를 차지했던 이 사회민주당들이 전쟁에 찬성했다. 독일 사민당은 독일이 전쟁 공채를 발행하는 데 찬성했다. 정통 마르크스주의 정당, 노동자 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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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이 녹색 성장을 이끈다는 거짓말
요즘 지하철을 타면 기분이 나빠지는 게 많다.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가 겉만 번드르르한 홍보물들을 감성적으로 잘 편집해서 붙여놓았기 때문이다.(서울시 여행 프로젝트 비판 ─ 시 행정이나 잘하길) 시민 편의나 안전을 위한 핵심 서비스는 뒷전이면서 아침인사로 생색만 내는 것도 짜증난다. 경영진이 직원들을 얼마나 달달 볶을까. (지하철공사의 불쾌한 아침인사 ㅡ 문제를 가리는 친절)그런데 최근에는 지하철에서 나를 분노하게 한 홍보물을 봤다. 바로 한국수력원자력(주)의 ‘녹생성장의 힘! 원자력’이라는 홍보물 때문이다.녹색이라는 거짓말녹색과 원자력은 안 어울린다. 원자력이 화석연료에 비해 CO2를 덜 내뿜는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음 기사를 보자.정부는 핵발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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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고대병원 경영진 ㅡ 영리법인화
촛불 1주년도 얼마 안 남은 오늘, 고대병원 로비에서 노동자들이 모여 집회를 하고 있었다. 병원 로비의 집회,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노조 지부장님이 한이 섞인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병원 측이 영리법인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인사제도를 개편하는데 거의 두 달 동안이나 노동자들을 배제한 채 의사결정을 다 마치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노조와의 약속에 의하면 그건 위법한 일이다.영리법인화병원의 영리법인화에 대한 고대병원 노조 측의 설명을 들어 보자.의료도 산업이며 경쟁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도산한다는 경쟁 논리 … 병원이 … 기업답게 ‘이윤’을 추구…비용의 측면에선, 경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정규직 T/O는 계속적으로 줄이고 그나마 충원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 … 더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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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공사의 불쾌한 아침인사 ㅡ 문제를 가리는 친절
지하철이 이상해졌다요즘 지하철이 이상해졌다. 맘에 안 드는 노사화합 선언을 하더니, 이제는 아침마다 직원들이 역에서 인사를 한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란다.직원들에겐 아무 불만 없다. 좋은 하루 되라는데 나쁠 거 있나. 문제는 실질적이냐 하는 데 있다. 당신들이 인사해주지 않아도 나는 대체로 하루하루가 즐겁고 좋다. 그리고 기분 나쁘거나 몹시 피곤한 날은 당신들이 인사해주지 않아도 기분 나쁘거나 몹시 피곤하다.문제는 다른 데 있다. 직원들이 왜 아침마다 승객에게 인사해야 하냐는 데 진정한 문제가 있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어릴 적 봤던, 백화점 앞에서 자동으로 인사하는 인형과 그 직원들이 다를 바 없단 말이다. 한마디로 인사 받을 필요 없단 말이다.친절의 상품화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상품화한다. 마르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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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의 상실, 그리고 추락에 대한 단상
노무현에 대한 단상나는 2002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의 지지자였다. 노무현 바람이 불고 있었고, 친구들과 함께 진행하던 토론 써클은 노무현이냐 권영길이냐를 놓고 몇 번이나 토론이 벌어졌다.나는 ‘네 이념대로 찍어라’는 김규항의 말에 따라 고심 끝에 권영길을 지지하기로 했지만, 노무현이 당선됐을 때 왠지 모르게 들떴다. 2002년 대선 선거일에 우리는 모여서 토론을 하고 있었고, 노무현이 이회창을 따돌리기 시작했을 때 다 같이 환호했다.그 때 나는 노무현도 믿었고, 노사모도 믿었다. 노무현이 적어도 솔직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한 신자유주의자가 뻔뻔한 신자유주의자보다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파병노무현이 취임하고 가장 처음 한 일은 파병이었다. 이라크전이 불의하다는 것은 지금은 상식이 됐지만, 당시에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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